전 40대 개발자입니다. 엔지니어로서 관심으로 그동안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에 대해서 공부를 좀 했었습니다.
오늘 뉴스공장을 듣다가 유시민씨가 나와서 반가운 마음에 내용을 잘 들었습니다.
그런데 내용이 좀 이상하더라구요. 제가 많이 부족하지만 좋아하는 분들이 실수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올려봅니다.
Public blockchain은 누구나 node에 참여할 수 있는 형태를 의미합니다. private/consortium blockchain에 대비되는 형태를 의미합니다. 누구나 node를 운영할수 있다는 매우 중요합니다. 바로 이것이 비중앙형 시스템을 가능하게 하니까요.
이게 왜 중요하냐면, 오늘 말미에 선거시스템을 블록체인으로 만들면 좋지 않겠느냐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근데 이게 그리 쉽지 않습니다. 기술적인 면이 아닙니다. 선거시스템을 블록체인으로 만드려면, 간단히 설명하자면 선거 프로그램을 돌릴 수 있는 서버가 필요해 집니다.
선거 프로그램은 smart contract이고, 서버는 node입니다. 우리같은 개발자들이 smart contract 코드를 만들어서 거래의 형태로 블록체인에 등록해 놓으면, 국민들은 전자지갑을 만들어서(개인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전자지갑밖에 없으니까요) 해당 계약에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투표하고, 이 내용이 블록체인 node들이 블록을 생성하면서 해당 내용을 업데이트 해주는 방식(채굴이라고 하죠)으로 이루어 집니다. 해당 smart contract는 누구나 코드를 확인할 수 있도록 되어 있구요.
블록체인이 해킹을 당하지 않는 힘은 이 node에서 나옵니다. 수많은 경쟁 node들이 존재하는 public node에서는 이 수많은 node들보다 최소한 51% 이상의 node를 돌릴 수 있어야 조작이 가능해 지는거죠. 이중지불방지를 위한 긴 블록체인 알고리즘입니다.
예를들어, 제가 딴나라당 후보인데, 세상에 node가 100개가 있다면, 내가 101개의 노드를 만들어서 조작된 거래를 만들어 버리면 해킹이 가능해 지는거죠. 우리나라에 딴나라당 지지자가 10% 이상이 있고, 이분들 전원이 열심히 node를 만들어 주신다면, 조작 가능한 노드의 갯수는 무려 500만개가 되는거죠. (5천만으로 잡는다면) 그렇기 때문에 충분히 node의 모수가 충분하고, 채굴난이도가 적당히 높은 방법이 필요해 지는거죠. (노드가 우리 인구수 정도는 되야 논리적으로 해킹불가능이라 보겠죠?)
그런데 이런 수많은 node들을 누가 운영할까요? 블록체인 진영에서는 이런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결국 탈중앙화, 탈 국가화가 될 수 있어서 별도의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고 있지요. 문제는 돈입니다. 이익이 되지 않으면 채굴도 하지 않으니깐요. 전에 유시민 선생님이 기능재부나 자발적 참여 이야기를 했는데, 이정도 숫자의 node가 자발적 참여로 가능할까요?
거래소 시스템이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지요. 하지만 거래소가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것에 대해서는 찬성입니다. 적당한 규제와 실명제, 세금등 필요한 부분은 당연히 있고,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오히려 가상화폐 진영 커뮤니티에서는 찬성하는 글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럼 private나 consortium 방식을 쓰면? 결국은 node의 참여가 제한되기 때문에 결국 공정성 시비가 안 붙을수가 없답니다. 그리고 그럴거면 그냥 db쓰는게 훨씬 효율적이랍니다. 이 부분은 전문가시라니 잘 아실거 같아서 넘어가겠습니다. (김어준씨도 선관위 걸고 넘어가신적 있죠?)
즉, 가상화폐로 불리우는 public blockchain들은 이런상황에 대해서 infrastructure로 쓰일수 있는 개념이 있습니다. 가상화폐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시던데, 부동산 시스템이나, 스마트 계약이나, 선거시스템들은 모두 해킹을 막기 위한 엄청난 cpu power가 필요하다는게 가상화폐쪽의 주장입니다.
그럼 이 node들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익을 줘야 합니다. 블럭체인은 철저히 모든 구성원들이 이기적으로 나왔을때에만 진가를 발휘합니다. 꽁짜로 돌아가는 건 없다라는 거죠. 그래서 제일 쉬운 시스템이 거래소입니다.
가상화폐의 사용처가 너무 없으니, 우선 현금화를 할 수 있도록 거래소 시스템이 가장 유용해 지겠죠.
만약 가상화폐 자체를 사용하는 시스템이 점점 늘어난다면, 굳이 거래소를 통해 수수료를 내면서 물건을 거래하지 않고 스마트 계약을 통해서 블럭체인 자체로 거래하게 되는 식으로 바뀐다는게 그들의 논리였습니다.
현재 비트코인의 경우 pow 방식이 너무 쓸데없는 에너지를 많이 잡아먹기 때문에 pos로 변환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연산 자체도 너무 느리니 segwit도 하자고 하는거죠.
이렇게 단점이 많은 비트코인을 가상화폐의 전부인 것처럼 이야기 하는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가상화폐의 진가는 스마트계약 시스템을 올릴 수 있는 플렛폼을 제공하는데 있다고 보는게 맞을거 같아요. 쉽게 말하면 자기 컴퓨터 cpu를 돈을 받고 팔 수 있는 시스템인거죠. 그래서 가상화폐는 각각 자신의 특성에 맞게 발전할거라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컴퓨터를 한개의 서버처럼 만들어 주는 기술이 바로 블록체인의 본질입니다. (지금은 데이터만 이지만 앞으로는 스마트계약도 많이 보일거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은 그 상징성 때문에 하이퍼인플레이션국가나 큰손들의 블록딜에 가치보관용으로 사용될거 같고, 이더리움은 거대 투표 시스템이나 ICO등의 시스템에 많이 쓰일거 같아요. (이건 순전 저의 예측입니다만)
각각의 코인들이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해당 장단점을 보고 사용해야 합니다. 자꾸 비트코인으로 커피를 사먹는 이야기 하시는데, 비트코인은 그런데 쓸만한 물건이 아닙니다. 그렇게 쓸만한 코인을 만들어야 하는거죠. 천만원짜리 수표를 들고 커피사먹겠다랑 다를게 없는 이야기입니다.
아직 가상화폐들은 진행중인 작품입니다. 이게 쓰레기가 될수도 있고, 그럴싸한게 될수도 있습니다. 그 끝은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건 인류가 처음으로 국가 단위를 넘어가는 해킹 불가능한 시스템의 기본 구조에 대한 논의를 했다는 것입니다. 의의라면 여기에서 찾을 수 있죠. 그리고 바로 이 Public Blockchain을 이용해야만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처음 자동차가 만들어졌을때 사람보다도 느렸고, 핸들도 없었고, 기어는 당연히 없었습니다. 단점 투성이의 이상한 기계였지만 거기서 평가했다면 아직도 말타고 다녔을 것입니다. 인류는 자동차를 산업화 했고, 가치를 부여했습니다. 저는 거래소 폐쇄는 사실 별 관심은 없습니다.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는다면 당연히 없애야겠죠. 문제는 조선의 천주교 박해가 과학기술의 보수화로 돌아섰듯이, 가상화폐에 대한 통제가 기반기술의 퇴보로 이어지는 현상이 생길지 걱정입니다.
가상화폐의 장점이 하나 있는데, 사실 정부는 돈을 맘대로 찍을 수 있는 권한(?)이 있자나요. 가상화폐는 적어도 인플레이션이 없으니까 (아니다 이것도 케바케네요) 김어준씨 정부 음모론자 아니셨나요? 요즘 점점 재미가 없어지는거 같아서 걱정입니다.
아래 다른분이 다양한 시선으로 이야기를 했으면 한다는 글을 봤는데 충분히 잘 쓰신 글 같습니다. 다른내용은 대동소이하니
분명 나중에 블록체인이 잘 된다면 유시민 선생님은 이번 이야기로 고초(?)를 겪으실거 같다는 걱정이 들어서 한마디 적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상화폐를 거래한 사람들을 도박꾼이나 정신나간 사람처럼 비하하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제가 듣기론)
돈을 벌고 싶은 마음 자체가 나쁜건 아니잖습니까? 고위험이라는것도 알고 있었고, 문제도 많다는거도 공부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만, 중요한건 그렇게 투자했다가 손해보신 분들이 지금 꽤 많이 있고, 그분들이 오늘 내용을 들었으면 매우 불쾌했을 것입니다. 그분들도 소중한 애청자인데, 그분들의 마음도 해아려서 말씀하셨으면 합니다. 무슨 말을 하면 그들도 샀을거다는 식의 말은 조모일보가 잘하는 말 아니였나요? 오래 어울리시다 보니 똑같아 지시면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