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우리 밭 뒤로 누군가 벌통을 놓았다. 우리 동네는 농약을 안치는 마을인데다가 산골 깊숙한 곳이라 오염이 적다. 벌 키우기가 제격이라 하겠다.
밭에서 일하다 보면 굉장하다. 수십만 벌이 나는 소리가 장관이다. 함성 같기도 하고, 노래 같기도 하다. 내 귀를 꽉 채운다. 생명의 소리로.
벌들이 내는 소리가 더 특별한 이유는 그 언어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벌은 정보를 나는 움직임으로 나타낸단다. 어디에 꿀이나 꽃가루가 많은지, 얼마나 거리가 떨어져 있는 지, 어느 방향인지를 춤으로 나타낸다니...
벌은 정말 부지런하다. 날이 밝기가 무섭게 꽃가루와 꿀을 찾아 난다. 요행을 바라지 않고 쉼 없이 일한다.
요즘은 아까시 꽃은 끝물이고, 때죽나무 꽃이 좋다. 그 외에도 벌이 좋아하는 꽃들이 널려 있을 것이다.
다만 길 가에 벌통이 있다 보니 길을 다니는 데 두려움을 느끼는 이웃이 있어 조금 문제다. 벌에 쏘이는 사람도 있다니 더 그렇다. 벌통을 조금 뒤로 물린다면 더 좋으련만.
아무튼 밭에서 일하다 보면 벌들의 생명력에 나 스스로 젖어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