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창 이야기되는 영화를 보았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아 유명하다.
모두가 백수로 살 길이 막막한 기택(송강호) 가족. 이 집 장남인 기우에게 친구가 고액 과외 자리를 연결시켜주면서 벌어지는, 두 가족 사이 사건을 다룬다.
영화는 굉장한 몰입도를 가진다. 몇 가지 어설픈 설정이 있지만 보는 내내 빨려들게 한다.
나는 사건 전개보다 왜 누가 어떻게 ‘기생충’인가에 초점을 두었다. 그 사전적인 뜻은 ‘사람이나 생물의 몸 안이나 밖에 붙어살면서 영양분을 빨아먹는 동물’이다. 이 점에서 영화는 많은 걸 생각하게 된다. 단순히 하류 인생이 상류층을 빨아먹고 사는 게 아님을.
이 영화에는 부자가 뜻밖에도 단순하면서 쉽게 믿는 걸로 나온다. 그들이 지닌 믿음이란 돈이나 인맥 또는 그 인맥에 근거한 정보다. 어쩌면 부자일수록 자신에 대한 믿음은 부족한 게 아닌가 싶다.
영화가 던지는 또 하나의 메타포는 ‘계단’이다. 영화에는 계단이 자주 그리고 다양하게 나온다. 부잣집으로 들어가는 계단, 반지하에 사는 기택네 계단. 부잣집 안에는 다시 이층 계단도 있지만 무엇보다 비밀 지하 계단도 있다.
이 계단은 신분 상승 이상의 메타포를 가진다. 올라가기도 어렵지만 굴러 떨어지는 것도 순간일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신분 상승은 고사하고 목숨까지 왔다갔다 하니 말이다.
오랜만에 이미지가 선명하게 남는 충격의 영화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