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살구 보기가 어렵다. 달고 맛난 과일에 밀려서인지 이제는 찾는 사람이 드물다.
여행을 하다가 어느 마을을 지나는 데 길에 살구가 뒹구는 게 아닌가. 아무도 돌보지 않는 빈집 살구나무에서 떨어진 것들이다. 차바퀴에 깔려 터지는 살구가 부지수다. 찻길을 벗어난 곳에는 노란 살구가 그득하다.
나야 살구 맛을 아니까 차를 세웠다. 게다가 우리 집 살구는 익으려면 아직 일주일 정도는 더 있어야 한다. 벌레가 덜 먹고, 곰팡이가 피지 않는 살구를 잠깐 사이 한 봉지 주웠다.
맛을 보니 좋다. 초여름 입맛을 돋우는 맛이라고 할까. 잘 익은 살구는 두 손으로 잡고 과육을 슬쩍 누르면 과육과 씨앗이 부드럽게 분리된다. 과일 가운데 떡 맛에 가까운 과일이 살구다. 포근하면서도 살짝 새콤한 맛이 돈다. 나무에는 아직 덜 익은 살구가 엄청나게 달려있다.
귀한 과일인데 아무도 찾지 않아 길에 뒹구는 세상. 생명을 다시 돌아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