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끼로 장작을 팬다. 이 때 틈이 중요하다. 사실 틈은 모든 일과 관계에서도 중요하지 싶다. 장작을 패면서 든 생각을 나누고 싶다.
나무를 톱으로 자르면 처음에 그 단면은 나이테만을 보여준다. 도끼날을 어디쯤 찍으면 좋을지 가늠이 안 된다. 무턱대고 하면 힘만 든다. 심지어 생각처럼 일이 안 되면 사람이 다칠 수도 있다.
첫째 요령은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나무를 자르고 두어 시간 정도만 지나면 단면에 실금이 생긴다. 무른 나무보다 참나무처럼 조직이 치밀하고 단단할수록 틈이 더 잘 생긴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러 개 금이 생기고, 먼저 생긴 금은 점차 벌어져 틈이 된다. 가장 크게 벌어진 곳을 도끼로 내리치면 나무가 쉽게 갈라진다.
틈을 내야 틈이 생긴다. 사실 이는 말놀이에 가깝다. 앞에 틈은 사람의 틈이요, 뒤에 틈은 자연의 틈이다. 자연에는 무수한 틈이 존재한다. 다만 사람이 미처 알아보지 못할 뿐이다. 사람의 일이란 것도 넓게 보면 그 많은 틈 가운데 일부를 활용하는 것이라 하겠다. 틈새시장이란 말이 그래서 나온 것이리라.
이러한 틈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다양하고 더 깊어진다. 이를 사람이 알아보고 활용하자면 사람이 틈을 내야한다. 바빠서 도저히 틈이 나지 않는다면 자연스럽게 벌어진 틈을 보기 어렵다. 일이나 관계에서 무리가 따른다.
참고로 고양이가 사냥을 하는 모습도 그렇다. 사냥감 가까이로 살금살금 다가가, 틈을 노린다. 사냥감이 방심하는 틈에 덮친다. 심지어 낮게 나는 새도 점프를 하여 낚아챈다.
다시 도끼질로 돌아가 보자. 틈이 보인다고 무작정 쉽지만은 않다. 벌어진 틈에다가 긴 도끼 자루를 회전하여 정확하게 도끼날을 맞추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마나 조직이 단단하고 굵지 않는 나무는 적당히 맞추어도 쉽게 갈라진다. 그러나 옹이가 박혀 있는 나무는 여간해서 갈라지지 않는다. 어떻게 할 것인가. 여러 번 하다보면 되기는 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헛힘을 많이 쓰게 된다.
이 때 필요한 게 쐐기다. 쐐기를 틈에다가 놓고 큰 망치로 쐐기를 치면 된다. 한 방에 갈라지지 않더라고 먼저 친 힘이 쐐기에 고스란히 들어가게 된다. 헛힘을 쓰지 않는다. 웬만한 굵기 나무라도 한두 방이면 갈라진다. 생활 속 물리학이다.
아무리 바빠도 틈을 내고 또 ‘삶의 쐐기’를 하나쯤 가져보자.
삶의 쐐기란 사람마다 다 다양하리라. 보통은 영감을 얻는 독서나 여행을 들 수 있다. 내게는 글쓰기도 쐐기 가운데 하나다. 글을 쓰고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틈을 찾고, 틈을 벌리는 걸 조금 더 쉽게 하는 편이니까.
그리고 보니 ‘틈틈이’란 말도 참 재미있다. 또 하나의 말놀이. 틈틈이 틈을 찾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