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스코이호는 1905년 러일전쟁 당시 울릉도 앞바다에 침몰된 제정러시아 시대의 장갑 순양함이다. 이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는 주체는 한국의 신일그룹이라는 업체인데, 이 업체의 주가는 이미 코스닥에서도 상한가를 치고 있다고 한다.
돈스코이호의 발견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이 배가 침몰전에 200톤 규모의 금화를 보유한 보물선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신일그룹 측에서는 추정컨데, 돈스코이호 자체의 역사적 가치만 10조원에 이르며 이 배가 보유한 금화 200톤의 현재가치는 약 150조원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러일전쟁 이후에 침몰된 돈스코이호를 인양하기 위한 시도는 거의 1세기 동안 계속 이어져왔었는데, 1916년에 일본이 최초로 탐사를 시도하였으며, 해방이후에는 1981년 도진실업이 시도를 했었고, 99년에는 동아건설이 탐사에 나서서 실체를 확인하였었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인 것은, 돈스토이호에 정말로 그렇게 많은 량의 금화가 실려있을지 의문이기도 하며, 또한 러일전쟁 당시에 금화를 그렇게 잔뜩 적재한 장갑순양함이 왜 하필이면 울등도 앞바다에까지 와서 침몰을 했었냐는 것이다. 전투에 참전중인 군함이라면 포탄과 식량을 잔뜩 적재했었야지, 금화를 적재하고 있었다는 것이 이상하기도 하다.
어쨋든 돈스코이호의 새로운 인양시도 소식은 또 한번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어린시절 명작동화속에 등장하던 보물선에 대한 재미있는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2004년에 소설가 김영하가 지은 <보물선> 이라는 단편소설이 있다.
대학시절에 동아리에서 알게 된 열정적이고 광적인 민족주의자였던 이형식과 극단적인 냉소주의자였던 김재만이라는 두친구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이 둘은 대학 졸업후에 우연한 모임에서, 태평양 전쟁 당시 군산 앞바다에서 침몰한 보물선에 대한 이야기가 이들을 솔깃하게 만들면서, 주변 사람들을 꽤어서 투자자를 모집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실제로 보물선의 발견이 요원해지자, 인양발굴 업체에서 활동을 하던 주가조작 멤버들은 하나둘 씩 발을 빼버리고, 이형식과 김재만은 도망자 신세가 되어져 버린다. 하지만, 결국에는 주식자금을 끌어모으고 조작에 가담을 했던 모든 멤버들은 구속되어지고 보물선의 사기사건도 그 전모가 드러나게 된다. 그러나 이형식만은 끝내 경찰의 추적에서 벗어나 잡히지 않고서 사라져 버린다.
이 단편소설의 줄거리 역시도 보물선에 대한 환상이 불러온 기대감이 결국은 투기에 눈이 먼 사람들의 욕심과 결부되어지면서 수 많은 사람들을 몰락시키는 것으로 끝이나게 된다. 마치 한탕주의 투기에 대한 욕심이 결국은 비참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경고를 알려주는 교훈적인 내용을 품고 있듯이 말이다.
보물선에 대한 이야기가 과거부터 어린이 명작동작로서 인기를 끌어온 것도 환상적인 이상향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사막 속에서 보여지는 신기루이지만, 그 신기루 속에 비춰진 오아시스가 실제로 있는 곳을 발견하게 되면 엄청난 기쁨을 누리듯이 말이다. 하지만 그 상상은 언제나 상상일 뿐, 그 상상이 현실에서 나타나지 않음을 분명하게 자각하게 되는 때가 오면, 그 보물선에 대한 기대감은 그야말로 환상을 위한 환상이었을 뿐인 것이겠다.
김영하 작가의 <보물선> 이라는 단편소설 속에서, 주인공 이영식이 끝내 경찰에게 잡히지 않고 종적을 감추면서 사라져버린 것도, 보물선에 대한 환상은 환상으로만 존재해야 진짜 보물선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아니었을런지,,,
그 보물선에 진짜로 금화가 있으면 횡재를 하는 것이지만, 만약에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꿈 속의 환상을 찾아 헤메인 것이었음을 두 눈으로 확인해야만 하는 순간이 오게 되다면, 그 보물선에 대한 환상은 그야말로 동화 속 꿈나라의 보물선 이야기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