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이더와 스팀은 서로 니가 잘났니 내가 잘났니 하는 싸움을 해왔다. 그런데 이더와 스팀은 성격이 조금 다른 것 같다. 이더가 플랫폼이라면 스팀이라는 것이야 플랫폼위에 돌아가는 하나의 Dapp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둘사이에 전선이 형성된 것은 순전히 비탈릭 부테린과 댄 라리머라는 인물 때문일 것이다. 두 천재에 거는 기대가 컸다고 할까?
이더는 처음부터 스마트 콘트락트가 돌아가는 플랫폼을 구상하고 Dapp이 만들어지고 있고 엔진도 같이 만들어지고 있다면, 스팀은 먼저 엔진이 만들어지고 그 위에서 돌아가는 Dapp인 것이다. 스티밋의
플랫폼이라고 한다면 아마도 EOS가 되지 않을까 한다.
이더리움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엔진이 신통치가 않을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필자가 블록체인의 버블은 가격이 높은 것이 아니라 기술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술이 뒷받침된다면야 가격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못한다. 그런데 이더리움은 그 많은 Dapp을 돌릴 수 있는 엔진이 신통치가 않은 것이다. 요사이 몇번의 ICO도 제대로 처리 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이더리움에 투자를 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지금 이더리움이 너무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더리움이 무너지면 암호화화폐 전체가 암흑기에 들어갈 확률이 높아진다.
만일 그런 상황이 생기면 퍼블릭보다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이 판을 칠 수도 있다. 물론 풍선효과라는 것이 있어서 주도권이 다른 플랫폼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설사 그렇더라도 회복하는데는 지난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여기서 혹시 하는 것이 EOS이다. 만일 EOS가 성공적으로 개발된다면 이더리움으로 붕괴될 수 있는 퍼블릭 블록체인을 살려갈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 걱정되는 것은 EOS와 스팀이 서로 충돌할 가능성이다. EOS와 스팀의 개념은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다. 플랫폼과 댑이 같은 개념이라면 서로 충돌하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우려가 든다. 아직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는 알 수 없다. 세상은 양과 음이 조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의 EOS와 스팀은 양과 양이 서로 같은 울타리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스팀의 가장 큰 문제는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다. 엔진이 잘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큰 문제는 없다. 아직 베타버전이기 때문에 좀더 정리를 잘하면 매력적인 물건이 나올 것이다. 무지하게 빠른 속도로 하드포킹을 하면서 개선을 하고 있다. 블록체인에서 스팀처럼 빠르게 변화를 하는 프로젝트는 흔치 않은 것 같다.
필자가 생각하는 스팀의 가장 큰 문제는 스티미안 내부의 갈등과 질시이다. 어차피 일정한 양을 놓고 글을 쓰고 보상을 받아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다. 결국 고래들끼리 담합이 불가피해질 가능성이 높다. 인간은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면 반발한다. 다른 프로젝트라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스티밋은 SNS를 표방하는 프로젝트다. 사회관계를 지향하는 프로젝트가 서로 반목하고 질시하는 상황이 조성된다면 그것은 심각하다. 자기파괴적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kr 코뮤니티에도 그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많은 스티밋 동지들이 불만 섞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바로 그 문제가 스팀의 미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이다.
한동안 버니가 플랙을 먹이면서 kr 코뮤니티를 위협했다. 필자도 여러번 플랙을 먹었다. 화가 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당시 kr 코뮤니티에서 돌아가는 상황이 그리 바람직한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반응을 하지는 않았다. 놀랍게도 버니의 그런 플랙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무지하게 많았다. 우리가 우물속의 개구리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결국은 우리 한국 kr 코뮤니티가 스티밋 전체 생태계를 위협한 것인지도 모른다.
한국 kr 코뮤니티가 잘된다고 스티밋이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유감스럽게도 스티밋의 본산인 미국의 코뮤니티가 제대로 발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 스팀가격이 올라간다.
이더가 직면한 기술은 개발하면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본성과 이기심은 왠만한 기재로는 제어할 수 없다. 겉보기에는 이더가 직면한 위기가 훨씬 심각하다. 그러나 스팀이 해결해야할 정당성과 공정함의 문제는 인류가 존재하는한 계속 있어온 문제이다. 우리 코뮤니티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하지 않으면 스팀은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한다.
바로 눈앞에만 보지 말고 좀 더 멀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