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노마드로 살아가시는 거네요.
오늘 참 신기한 일이 있었어요. 어떤 분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분이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가시는거네요."라는 말을 하셨고 그순간 저도 모르던 제 자아를 찾게 되었어요. 제가 디지털 노마드였답니다 여러분. ㅋㅋ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 같지만 전 지금까지 제가 디지털 노마드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한번도 없었어요. 왜냐하면 전 컴알못에 기계치라... 디지털 노마드라는 말을 들으면 IT 관련 직종에 멋지게 코딩하는 모습만 떠올렸거든요. 전 지금까지 제가 살아보는 여행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동안 찾고 있던 퍼즐 중 가장 큰 조각을 찾은 느낌을 받아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써보았어요.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일을 한다.
새로운 삶의 방식.
처음 세계일주를 떠난 2012년, 태국에서 카우치 서핑을 통해 벨라루스와 러시아 친구들이 사는 집에 간 적이 있어요. 예전에 올린 소맥 파티 동영상을 찍은 곳이기도 하지요.(못보셨다면 클릭!) 러시아의 겨울은 너무 추우니까 따뜻하고 물가도 저렴한 태국에 몇 달씩 살며 컴퓨터로 여러가지 일을 하는 프로그래머 친구들이었어요. 작디 작은 피지에 살다가 한국에 와서 알바를 하루에 세 개씩하며 겨우 대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취직한 저에게 이런 방식의 삶이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충격이었어요. 그땐 디지털 노마드라는 단어조차 몰랐고 그저 이런 방식의 삶이 가능하다는 것에 놀라 저도 그렇게 살아보겠다며 리스트를 작성했지요. 며칠전 그때 적었던 노트를 꺼내보았는데 그때 적은 17가지 일 중 9가지를 저도 모르는 사이 경험했다는 것에 정말 놀랐어요. 아직도 디지털 노마드라는 단어가 생소하고 정확한 정의는 잘 모르겠지만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사는 사람들이라고 이해했고 앞으로 제가 이야기 할 디지털 노마드의 정의는 이것이라는 것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이 글을 쓰기 전에 디지털 노마드라는 키워드로 검색해보니 어마어마한 글이 많이 올라와있네요!)
디지털 노마드는 단순히 컴퓨터를 이용하는 코딩이나 디자인 작업이 아닌 제가 하는 블로그나 글쓰기 혹은 바이럴 마케팅까지도 포함되는 것이더라고요. 다들 알고 계셨나요? 생각해보니 엄청난 뒷북일수도 있겠네요... ㅎㅎ
디지털 노마드의 정의를 다시 재정립한 오늘! 돌이켜 생각해보니 세계일주를 하며 가장 많이 본 직업은 마케터였어요.(프로그래머는 제외) 저 또한, 다양한 회사의 제의를 받았는데 호텔이나 항공, 여행 용품 등 여행 관련 업체, 개인사업자부터 기업까지 다양했고 한국 회사뿐 아니라 외국 기업의 연락도 종종 받았어요. 제 블로그에 홍보를 원하는 경우도 있었고 기업의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정해진 횟수만큼 제가 글을 쓰는 방식도 있었고요. 하지만 아직 마케터 일을 진행한 경우는 없었어요. 금액이 꽤 커서 하고 싶은 마음도 많이 들었지만 우선 게스트하우스나 가이드, 여행 디자인 등 오프라인에서 진행하는 제 사업 기반을 다지며 경험치를 쌓은 후 다른 업체의 마케터 일을 진행하고 싶었거든요. 아직 오프라인에서 하고 싶은 사업이 몇 가지 남아있어서 그 일을 마저 시작한 후 마케터 일에 뛰어들 생각이에요. 진짜 여행을 하며 돈을 버는게 가능하냐고 묻는 분들이 많았는데 이번 기회에 저도 정리 좀 해볼까봐요. 우선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을 적어볼게요.
- 여행 가이드북 집필
- 여행 잡지, 사보 연재
- 여름, 겨울 시즌 배낭여행인솔자(가이드)
- 트래블 디자이너
- 라씨 게스트하우스 5개 운영
- 해외 게스트하우스 창업 컨설팅
- 현지 코디
- 앤틱 딜러
- 번역, 영상 번역
- 도시락 사업
- 통역(개인 사업자, 방송)
- 유튜버
너무 많나요? 쓰면서 저도 놀랐네요;; 모든 일을 한번에 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것이고 가끔 일이 겹칠 때면 월급 받으며 일할 때보다 몇 배 더 힘들기도 해요. 제가 일하는 만큼 성과가 보이니까요. 하나씩 풀어서 설명해보자면 앞서 말한 것처럼 지금은 돈이 되는 일보다 경험치를 쌓는 일이 많아요. 물론 둘 다 오는 경우도 있지만요. 가장 큰 프로젝트는 1번 가이드북 작업으로 몇 개의 책을 작업하며 저만의 취재, 작업 방식을 터득하는 중이에요. 어쩌다 가이드북을 쓰게 되었는지 물어보시는 분이 종종 있는데 혹시 궁금하신 분은 이 글을 참고해주세요. 많이 팔리는 지역이 아닌 제가 좋아하는 지역에 대해 쓰다보니 취재비가 더 나가는 느낌적인 느낌이 들지만 아직도 신기하고 즐거운 일이에요.
다음은 가이드북 작업을 하며 아니, 어쩌면 이 일을 했기 때문에 가이드북을 쓰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여행 전부터 꾸준히 하는 일로 2번 여행 잡지나 사보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대학생 때부터 한국관광공사 트래블리더나 반크, 하나투어 겟어바웃 에디터로 활동한 경험이 기반이 되어 다양한 곳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트래블메이트나 작년에 활동한 네이버 여행플러스 해외통신원도 이에 포함되는 것이죠.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쓰며 네이버의 월급을 받는 일은 기분이 좀 묘했답니다. ㅎㅎ 잡지, 사보 연재는 가끔 들어오는 인세나 시즌 때 반짝 버는 가이드 일을 제외하고 저의 가장 큰 수입원이에요. 여러 매체에 기고하다보니 항상 마감에 시달리는 느낌이 들지만요.
많은 분들이 꿈의 직업이라고 부러워하시는 3번 배낭여행인솔자(가이드)! 벌써 가이드로 근무한지 7년이란 시간이 흘렀네요. 리스트에 적었던 직업 중 가장 먼저 이룬 것이기도 했고요. 제가 하는 배낭여행인솔은 패키지 그룹 인솔과는 차이가 있어요. 둘 다 경험해본 것이 아니기에 어느 것이 낫다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노팁, 노옵션이라는 문구가 없었다면 전 하지 못했을거예요. 가끔 팁을 주시는 분도 있었지만 원칙에 따라 단 한번도 팁을 받은 적이 없었고 그랬기에 더 즐겁게 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직업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이 참 많은데 월급이나 진행 방식 등 자세한 정보는 다음 포스팅에 상세히 적어볼게요. 이거 해서 먹고 살 수 있냐고 물어보신 손님도 계셨는데 가이드...먹고 살만 합니다. ㅎㅎ
4번 트래블 디자이너에 관한 이야기는 블로그에는 처음 적는 것 같네요. 처음 배낭 여행을 떠난 2003년부터 꿈꾸던 일로 정해진 코스에 따라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성향에 맞는 맞춤 코스를 디자인해드리는 일이에요. 피지에서부터 다른 도시, 다른 나라 여행을 갈 때면 코스짜는 것을 좋아했기에 종종 지인분들의 여행 코스를 짜드린 경험이 있었고 이 것을 시스템화한 것이 트래블 디자인이 되었어요. 요즘은 주로 다낭이나 인도, 남미 여행 디자인을 해드리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일이라 다른 일과 함께 하기는 벅찬 감이 있어서 홍보는 따로 하지 않았어요. (생각보다 의뢰가 많이 와서 사업자 등록을 내고 직원을 채용할까 심각하게 고민중인데 저희 엄마가 탐내고 있ㅋㅋ) 트래블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그냥 제가 지어낸 말이에요. 이 일과 비슷한 직업은 여행 컨설팅이겠죠? 그래도 전 대한민국 1호 트래블 디자이너 할래요. ㅎㅎ
5번 라씨 게스트하우스가 생겨난 배경이나 과정은 제 블로그를 오시는 분이라면 누구나 알고 계시겠죠? 따로 설명하진 않을게요. 실질적으로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하고 또 가장 많은 수익을 내는 것은 게스트하우스 일이에요. 입소문을 타며 항상 손님이 많아서 1년내내 보릿고개 겪지 않고 순항 중이거든요. 하지만 5개 지점의 순수익은 100% 인도를 위해 사용하기에 제 수입으로 잡을 건 없습니다. 하지만 5개의 게스트하우스를 만든 노하우는 남았죠! 이 노하우를 이용해 6번 게스트하우스 창업 컨설팅 일을 하고 있어요. 이 일을 하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제게 해외 게스트하우스 창업 컨설팅을 의뢰하신 분이 꽤 많았고 가끔 검색해보면 그분들도 잘 정착해서 한인 민박 및 한식당을 운영하고 계셔서 뿌듯한 마음이 들어요. 아직은 문의하시는 분만 받고 있는데 오프라인에서 하고 싶은 사업이 모두 뿌리내리면 좀 더 구체화하려고 합니다.
7,9,11번은 한국에 처음 왔을 때부터 하던 일로 개인 혹은 회사의 일을 받아서 합니다. 통역은 알음알음 소개받는 경우가 가장 많고 제 전문 분야를 살린 가구쪽이나 방송, 출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코디는 대부분 방송쪽이고요. 아! 걸어서 세계속으로 연락 받았을 때 제일 기뻤어요. 여행 가고 싶을 때마다 시청하던 프로에서 연락을 받다니! ㅎㅎ 가장 좋아하는 일이자 어려운 일은 영상 번역으로 인도쪽 영상 번역 할 때가 가장 즐거워요. 이 일은 노동력에 비해 페이가 크지 않아서 바쁠 때는 거의 하지 않는 편이에요. 연락 받는 모든 일을 맡고 싶지만 프리랜서는 일 조절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생각을 하며 눈물을 머금고 거절할 때가 많아요. 요즘은 인도 방송국 일도 조금씩 들어와서 함께 하고 있어요.
8번 앤틱 딜러는 제 꿈의 직업이었어요. 가구를 너무 좋아해서 어렸을 때부터 잡지를 잘라서 모은 스크랩북이 있었고 가구 디자인도 하고 싶었는데 제게 그런 재능은 없었고 아무리 노력해도 생기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제 취향의 가구를 찾아 모으고 카달로그를 만들어 판매하고 게스트하우스 중 하나에 배치해 그곳에 묵으며 마음에 든 가구는 바로 구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두었어요. 품이 많이 드는 일이라 스트레스도 많이 받은 일이기도 하고요. 주 고객은 인도에 여행이나 출장오는 유럽인! 홈페이지도 있는데 지금은 영어와 스페인어 뿐이지만 좀 더 많은 언어로 번역할 예정이에요. 아직 많이 팔진 못했지만 가구 보러 다니는 일은 너무너무 신나요!ㅎㅎ
마지막으로 도시락 사업은 라씨 게스트하우스의 사이드 사업으로 인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이에요. 인도 사람들은 직장에 갈 때 도시락을 싸가는 경우가 많고 결혼식 등 행사 시 업체의 도움을 받아 음식을 준비하거든요. 음식을 하는 분은 저희 동네 어머니들이고 수익 또한 100% 그분들이 직접 받으시니 라씨 게스트하우스와 마찬가지로 제 수익은 따로 없습니다.
- 지인의 제보로 잊고 있던 유튜브에 관한 내용도 추가합니다. 유튜브를 오래 하고 있긴 한데 아직 팔로워가 오늘자 6만 7천으로 수익은 크지 않습니다. 한국어 유튜브가 아니고 얼굴이 드러나서 ㅋㅋ 블로그에는 올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올해 목표 중 하나가 다른 분야의 유튜브 채널 하나 더 만드는 것인데 과연! 암튼 유튜브도 진행하고 있긴 하지만 수익은 미미하다는 점 추가합니다.
앞으로 준비하고 있는 사업은 아직 말할 수 없지만 2~3년 내에 자리잡을 것 같아요. 이 모든 일이 디지털 노마드와 무슨 상관이 있나, 싶으신가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 일을 하기 위해서 글을 쓰고 홈페이지를 구축하는 것이 디지털 노마드의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굳이 디지털 노마드로 묶을 필요는 없지만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기를 원하는, 디지털 노마드를 꿈꾸는 분들이 있다면 그동안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은, 저도 몰랐던 저의 디지털 노마드 삶이 도움되지 않을까 싶어서 글을 쓰게 되었어요. 생각해보니 세계일주를 떠나기 전부터 10개가 넘는 나라에 살며 일을 해왔더라고요. 이제 그 도시 하나, 하나 좋았던 추억을 되살려 그곳에서의 삶을 담은 <일 년에 열두 도시> 시리즈를 적어보려고 합니다. 디지털 노마드를 꿈꾸는 분이 궁금해 할, 꼭 필요한 정보를 적을 수 있도록 고민해볼게요. 혹시 궁금했던 내용이 있으시다면 댓글창이 열려있는 글에 댓글 남겨주시고 다음 편이 궁금하신 분은 공감 꾹! 눌러주세요. 궁금한 분이 없으면 더이상 안 적으려고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