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hoh님의 지명을 받고 써봅니다.
[너의 꿈은 뭐니?]
1. 생존경제
재벌은 아니지만 나름의 풍요를 느끼며 살아왔습니다. 남들 해보는 거 다해보고, 남들 못 해보는거 발만 살짝 담가 볼 정도는 되었죠. 그런데 모두에게 당연히 있는 무엇인가가 나에겐 없다는 것을 학창 시절에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고 학원을 갈 때 저는 병원을 가는 일이 많았습니다. 대학생이 되고 본격적인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입원과 수술을 반복하면서 병원에서 지내는 시간은 자연스레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병원에 있으면 참 많은 장면을 보게 됩니다. 건강하게 웃으면서 퇴원하는 분들도 있지만, 가족의 슬픔을 느낄 수 있는 장면도 많이 보게 되죠. 효심 깊은 아들이 신장투석으로 고생하시는 아버지에게 신장 이식하려고 부자가 입원하셨던 적이 있습니다. 잘 다녀오시라고 인사도 나누었는데 수술실에선 1주일 뒤에 아버지만 돌아오셨습니다. 아직도 아버지의 절규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병원에 있어 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무수히 날아오는 동의서와 청구서들. 감사하게도 나는 무수히 날아오는 모든 종이서류에 쉽게 사인 할 수 있었습니다. 종이 서류가 도착하면 나타나는 행동과 반응이 다양합니다. 분노, 슬픔, 좌절 등 가감 없이 감정이 표출되는 곳이 병원이라 생각합니다. 병원을 비난하고자 하는 마음은 없습니다. 선진 의료 시스템과 숙련된 의료종사자들 덕분에 저는 제가 만들어낼 수 있는 상황에서 최상의 상황을 만들어 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다만 내가 선택했던 무수한 비급여 진료와 실험적인 약품들이 아니었다면 과연 내가 이런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내가 한국이 아니었다면, 우리 집이 적정한 수준의 경제적 자유가 없었다면 과연 내가 살아있을 수 있었을까? 이런 생각을 참 많이 했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가장 밑바닥에는 경제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것을 떠나보내는 이들의 슬픔을 건너편 병상에서 바라 보면서 느꼈습니다.
저의 첫 번째 꿈은 생존을 위한 충분한 자산을 모으고 싶습니다.
2.아무런 의미가 없어
"어쩌면 깨어나지 못 할 수도 있습니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어머니의 마음을 나는 알지 못합니다. 치료과정 중 약간의 미스가 발생했고 이는 치명적이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른 상태로 병실에 누워있다가 갑자기 심각한 몸의 이상을 느꼈고, 의지와 상관없이 눈이 감기던 그 순간 내가 한 말은 "지금 몇 시야?" 였습니다. 왜 그 순간 시간을 물었는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그랬습니다. 내가 자고 있던, 어쩌면 사투를 벌이고 있던 12시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시간이 흘러 완치 판정을 받고 집에 가서 처음 한 작업은 나름대로 부여했던 의미들을 회수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잠에서 깨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눈이 감기던 그 순간이 눈앞에 계속 맴돌았습니다. 이후 치료를 위해 지냈던 병실에서의 생활은 나의 가치관을 모조리 바꾸었습니다. 누군가와의 추억, 누군가의 흔적, 어떤 이유로 구매한 물건, 어떤 이유로 했던 행동들 그 모든 것들의 의미를 회수하고 보니 왜 이렇게 불편하게 살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별 것 아닌 거에 합당한 이유를 찾고 의미를 부여했던 것들을 회수하고 나니 불필요한 것들이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불필요한 행동들을 줄이니 하루 24시간의 길이가 다시금 다가왔습니다.
이 세상에 내가 필요한 것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입버릇 처럼 '의미가 없다'고 말합니다. 이는 삶의 의지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버리는 작업의 일환입니다.
2. 아무런 의미가 없어 (1) - 그리고 남은 사람들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버리고 버리고 버리고 나니 남은 사람들이 있더군요. 도저히 버릴 수 없는 사람들. 내가 힘들 때 있어줬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과는 나의 '시간'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사람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을 공유하는 것이야 말고 내가 타인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행동입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있고 싶습니다.
2. 아무런 의미가 없어 (2) - 그리고 남은 것
시간과 자본을 고스란히 나에게 투자를 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본격적으로 여행을 떠나기 시작하며 시도한 적 없던 나와의 대화해보았습니다. 여행은 나를 알게 하는 최고의 시간이었고, 지혜를 알려주는 최고의 학교였습니다.
저는 여행을 몹시 가고 싶어 하는 사람입니다. 내가 가진 모든 시간과 자산을 오롯이 여행에 투자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KR-TRAVEL 태그가 정말 좋습니다. 스팀잇에 사용하는 1시간 남짓한 시간 대부분을 다른 분들 여행기를 읽고 있습니다. 그들의 여행기를 보고 있자면 꼭 그곳에 가서 있어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갈망합니다. 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저의 두 번째 꿈은 더 많은 시간을 가지고 싶습니다.
3. 나쁘지 않아
최근 나의 삶은 오롯이 나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주 3회 PT 운동을 하며 체력증진과 체중 감량도 시도하고 있으며, 주 2회는 한의원에 다니면서 원기회복과 좋지 않았던 코를 치료하고 있습니다. 또 주 1회 피부과 또는 추나 치료를 받으면서 더욱 건강하게 살아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업무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 대부분을 나를 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정말 짧게 느껴지지만 알차게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가끔 스팀잇도 하고요.
자본과 시간을 투자하니 변화하는 내 몸을 확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몸의 마디마디가 느껴지는 느낌이랄까요. 건강하게 살면 어떤 느낌인지 요즘 느껴보고 있습니다. 아직 갈길은 많이 남았고 멀지만 한 달전의 저를 보고 지금의 저를 보고 있노라면 올바른 선택을 했다고 믿습니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은.. 아직 모르겠지만 (썩어빠진 정신머리를 어쩌면 좋을까요.)
저의 세 번째 꿈은 지금 상황을 '유지' 하는 것입니다.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마무리
1.
흔해 빠진 이야기지만, 평범하게 사는 삶이 쉽지 않음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어찌 보면 평범하게 사는 것이 엄청난 욕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그래도 즐거운 요즘입니다.
2.
다른 분들처럼 거시적인 목표는 없네요. 저 하나 잘살면 된다는 개인주의자인가 봅니다.
3.
다음 두 분을 지명하고자 합니다.
딱 이분을 지명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raah 님과
아이들이게 꿈을 가르치는 선생님 @amukae88 님
입니다.
지명은 강제성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따로 찾아가 댓글을 남기거나 하지는 않겠습니다.
타이틀에 [너 꿈이 뭐니?]를 달아주세요.
자신의 꿈과 지금은 어디까지 왔는지 얘기해주세요.
3명의 스티미언을 지정해주세요.
#flightsimulation 태그를 달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