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의 풍경만큼이나 각양각색인 골목 안 풍경들. 그곳에는 잊혀진 기억이 남아있고 멈춰버린 듯한 시간이 존재한다. 부산의 명소이자 문화의 거리인 부산 중구 보수동1가 책방골목 역시 그렇다. 한국전쟁 중에 피난민들이 모여들며 헌 책을 사고팔던 시절에 형성되었다는 책방들이 지금까지 그 명맥이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노점으로 시작했던 헌 책방들의 역사가 우리 현대사의 한 페이지였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장소. 빼곡하게 쌓인 책들이 풍경을 만들어내고 책과 책 사이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기대감이 가득하다. 마치 보물을 찾는 듯 헌 책들 사이에서 자신이 찾던 바로 그 책을 찾아내는 기쁨이 크기 때문이다.
책방 골목, 상점들의 셔터 문 위에는 그라피티가 그려져 있다. 책방들이 문을 닫은 후에 강렬한 색감과 인상적인 이미지의 그라피티는 빈 골목을 화려하게 채운다. 책방 골목을 찾은 사람들의 감성을 건드리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라피티는 책방 골목의 또 다른 재미다.
화려한 색을 덧입으며 새롭게 태어난 골목길에서 산복도로로 이어지는 길에도 벽화들이 가득하다. 담장의 큰 벽면에는 화사한 색감의 그림과 글들로 채워져 있다. 길을 걸으며 마치 만화책을 한 페이지씩 읽어나가는 것 같은 재미가 느껴진다. 여러 색이 모여 한 폭의 그림을 완성하고, 수많은 골목들이 모여 세상을 완성한다. 좁은 골목길이 품고 있는 다양한 스펙트럼과 광대한 스토리에 관심을 가진다면 우리의 일상적인 삶 역시 더 풍성한 색채를 품게 될 것이다.
Writer ㅣ 채의병
Posted from my blog with SteemPress : http://231.jeju.kr/14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