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병원이 악성종양이 의심되는 환자에게 검사 방법을 제대로 설명하고 수
술을 권유하지 않았다면 일부 책임이 있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의정부지법 민사합의13부(최규연 부장판사)는 골육종으로 숨진 쇼트트랙 선수
노진규 씨의 유족 3명이 A 의사와 B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법원은 위자료로 유족 2명에게 2000만원을, 다른 유족 1명에게 500만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노 선수의 부모와 누나는 치료비와 위자료로 각 2000만∼1억5000만원을 A의사
와 B병원에게 청구했으나 재판부는 문제를 제기한 3차례 진단 중 1차례에 대해
서만 과실을 인정했다.
숨진 노씨는 2013년 9월 한 병원에 갔다가 왼쪽 어깨뼈에 종양을 확인했다. 양성
인 거대세포종 의심 진단을 받았으나 악성인 골육종일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의사의 권유로 노씨는 B 병원에서 다시 검사를 받기로 했다.
같은 해 10월 A 의사는 1차 진료에서 MRI 영상 판독 결과와 동료 의사들의 소견
을 종합해 악성일 가능성을 낮게 보고 노씨에게 “내년 2월 동계올림픽이 끝나고
나서 종양을 제거하자”고 했다. 노씨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계주
에 출전을 앞두고 있었다.
한 달 뒤 국제대회 출전 후 통증이 심해지자 개인병원에 갔다가 종양이 커진 것
을 확인했고 A 의사를 다시 찾았으나 2차 진료에서도 “조직 검사상 악성은 아니
지만, 올림픽 후 수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노씨는 의사의 말을 믿고 같은 해 12월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 출전했다. 하
지만 역시 어깨가 부으면서 통증이 계속되고 기침까지 나왔다. B 병원을 찾아 종양이 급격히 커진 것으로 확인했으나 A 의사는 3차 진료에서도 거대세포종으로 진단했다.
노씨는 2014년 1월 훈련 중 왼쪽 팔꿈치가 부러져 B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이때 종양이 급격히 증가한 것을 확인했고 C 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았다.
C 병원 의료진은 종양 제거 수술 중 골육종을 확인하고 노씨의 어깨뼈 일부를 제거했다. 노씨는 C 병원에 입원해 항암 치료를 받던 중 암이 폐로 전이됐다는 진단을 받고 같은 해 5월 다시 수술을 받았다.
이후에도 수차례 더 수술을 받고 항암 치료를 병행했으나 노씨는 2016년 4월 3일 만 24세 나이에 숨졌다. 직접 사인은 골육종이었다.
이 때문에 노씨의 유족들은 “A 의사가 의료상 주의 의무를 위반해 아들이 골육종 조기 진단과 치료받을 기회를 놓쳤고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진단·치료 방법을 선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은 숨진 유씨의 생존기간이 단축됐다며 A 의사와 B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재판부는 1∼2차 진료의 경우 당시 검사 방법의 진단 정확도가 84%에 달하고 MRI 영상 판독 결과와 동료 의사들의 소견이 일치해 A 의사의 과실을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봤다. 하지만 3차 진료에 대해서는 종양 크기가 급격히 커진 것을 확인한 만큼 골육종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확도가 더 높은 조직 검사를 시행하는 등 충분한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 의사는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골육종 여부를 진단하는 데 초점을 맞춰 노씨에게 설명하고 권유해야 했을 것으로 보인다. 진단과 치료가 적절했다면 노씨가 더 생존했을 여지도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A 의사는 종양이 악성일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었는데도 정확한 진단과 치료보다 노씨가 올림픽에 출전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적극적인 조직 검사와 치료로 나아가지 않았다고 볼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