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관계에 서툰 사람이다.
그리고 사실은 낯을 아주 많이 가리는 사람이다.
초, 중, 고, 대학을 거치면서 많은 친구들을 만났고,
많은 친구들과 친하게... 아니, 친하다고 생각하고 살았다.
그러나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그 관계가 틀어지곤 했다.
내가 잘못을 하든, 상대가 잘못을 하든 뭔가 일이 생겨 멀어진 인간관계가 많다.
이 일이 한 두 번 반복되고 보니 그건 온전히 내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 오래 유지해 온 관계를 지키는 것이 쉽지 않다.
때로는 피곤하다. 마음이 힘들다.
나는 누군가의 의견에 반박을 하기 힘들어 하는 성격이고,
(심지어 그게 틀린 것이 분명할지라도)
내 언행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까봐 괜한 걱정을 사서 하는 타입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박쥐가 될 때가 있는데...
A가 나에게 와서 B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할 때 '그래, 그래' 동조했는데
B가 와서 A 에 대해 안 좋은 얘기를 하면 거기에도 '그래, 그래' 동조해버리는 것이다.
그럼 나중에는 A도 B도 나와 멀어진다.
이렇게 멀어진 관계가 많음에도 저 성격을 고치지 못했다.
지금도 나는 아닌 걸 알면서도,
내 마음이 누군가와의 관계가 더 이상 진전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그 관계를 질질 끌어가고 있으며, 단호히 끊어낼 용기가 없다.
그리하여 정작 이 말을 전하고 싶은 상대에게는 한 마디 하지도 못한 채
그저 익명의 이 공간에 끄적이고 있는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질 뿐이다.
그리고 더욱 안타까운 건 나의 인간관계가 앞으로 더 소심해질 거라는 사실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늘 떠날 채비를 하는 것 같고,
나는 그들을 잡을 용기가 없어 내 한 팔 조차 뻗지 못했다.
그렇게 하나의 관계는 막을 내렸고, 남은 관계가 나를 슬프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