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까지 움직인건 첨이다.
진작부터 생각했던 일인데 게으름과 혹시나 하는 애매한 마음에 오늘에야 갑자기 뱅기표하나 사겠다고 나왔다. 요즘은 계속 인터넷이 하세월이다. 은행앱은 아예 열리지도 않고 포털은 십분은 기다려야 얼굴을 볼 수 있다. 사실 꼭 인터넷이 연결되야 사는건 아닌데 이게 참으로 사는 맛을 좌우한다. 벗어나야지 벗어나야지 하면서도 허전하게 빠지는 매력이 있다. 인터넷안돼도 나름 잘 지냈었는데...
한시간을 나와도 딱히 의자에 앉아서 커피한잔 마실곳이 없어 뻘쭘뻘쭘 한바퀴를 돌았다. 맥주겸 식당겸 운영하는 길가 열린 식당에 들어와 먼지 풀풀맞으며 시간을 보낸다. 해 떨어지면 노을보며 가련다. 이십여분만에 맥주컵에 빠진 파리는 6마리, 나중엔 미워서 걍 냅뒀는데 다른 놈이 또 빠진다. 손가락으로 건져내고 다 마셨다. 십분을 헤엄치던 파리는 취하지도 않았는지 잘 날아간다. 음주운전 무사하실...
두어달전에 먹고 버린 수박씨에서 싹이 나와 수박이 3개나 열렸다. 그중에 하나는 주먹만한데 옆집 단원이 점심때 보고나서는 나보고 저거 알았냐고 묻는다. 나는 꽃 하나 피는것 까지 매일 보는데 말이다. 모래 땅에서 저절로 수박이 열린다고 좋아하면서 뭐라뭐라한다. 나는 가끔 물도 주고 매일같이 인사하는데 말이다. 물론 처음엔 물을 안줬다. 수박이 모래 밭에서 살아남을지 말라 죽을지 궁금했다. 내가 심은 상추는 이미 오래전에 몇일 비운사이에 벌래가 다 먹어버렸다. 두번을 심어서 한 잎도 먹지 못했다. 그리고 그자리에 어디서 날아왔는지 파파야나무 한그루가 자라고 있다. 이 파파야를 잘 키워서 열매한번 맺혀볼까나... ㅎ 그럼 몇년을 여기 살아야겠넹... 그러기 위해서 담주엔 킬리만자로 입구에 다녀올 예정이다. 흠...입구까지만...ㅠ
일주전만해도 비가 와서 땅이 파이고 수렁이 생겨 트럭 수십대가 길에 묶여있었다. 그땐 비포장 다니는게 재밌었다. 지금은 마른 비포장길이라 차들이 다닐때마다 엄청난 먼지가 날린다. 목으로 눈으로 입으로 ... 비나 왔으면 좋겠다. 미세먼지 없는 곳에 산다고 좋아하다가 먼지한번 먹고나면 젠장이다...오늘도 차만 보인다...
그래도 행복한 하루다. 오늘이 보름인가... 달밤에 달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