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감자튀김이 한 끼 식사 대용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햄버거 먹을 때 양이 부족한 사람에게 군것질거리로 딸려 나오는 것 정도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곳에 와서는 감자튀김 만으로 한끼 하는 경우가 많다. 길에서 파는 음식을 먹을 때 미시까끼(꼬치구이)하나와 감자튀김으로 때우는 경우도 많았고, 아니면 그냥 감자튀김에 양배추 썰은것 조금으로 끼니를 해결하기도 했다.
이런 감자튀김은 주로 점심과 저녁을 해결하는데 유난히 아침에 튀겨서 브런치로 자주 먹는 음식이 카사바다. 여기는 보통 10시에 차와 함께 아침을 먹는다. (짜파티나 빵을 많이 먹음)
카사바는 뿌리식물로 줄기가 가시나무 비슷한데 이 나무의 뿌리를 먹는다. 이 뿌리는 마치 마와 비슷하다. 그러나 아삭한 마와 달리 단단하고 담백하다. 생으로 먹으니 촉촉하고 고구마 비슷했다. 이 카사바를 먹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튀김, 삶기, 숯불에 굽기. 자주 먹었지만 사진은 미쳐 못찍었다.
주로 길가 간이 음식점에서 아침에 판다. 보통 200실링(100원) 정도... 처음에 와서 700실링으로 바가지 쓴적도 있다. 다시가서 찾아옴..ㅠㅠ
쪄놓고 보관하면서 점심때에도 파는 삶은 카사바. 감자 삶듯이 삶아서 매운 소스에 찍어 먹으면 맛있다. 여기서 맛은 참 담백한 그냥 그런 녹말 자연의 맛...
구운 카사바는 주로 길에서 손수레에 싣고 다니며 판다. 손수레에 숯을 올릴 수 있는 판을 만들고, 그 위에 크고 곧은 이쁜 카사바를 구우면서 끌고 다닌다. 이건 1000실링 정도에 판다. 크기가 커서 하나면 충분하다. 소금이나 소스를 뿌려주는데 구운 밤 맛이랄까 조금 다르지만 그 정도로 상상하면 충분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하나씩 사 먹을 때 마다 사진이라도 찍는 건데 ... 가끔은 폰을 막 들이대는 게 채신머리 없이 구는것 같아서리...ㅋ
이런 카사바를 밭에서 직접 캐봤다.
땅이 좋은 곳에서는 마와 같이 쭉쭉뻗은 큰 카사바를 봤는데 이곳 땅은 모래땅이라 그정도는 아니지만 거름을 전혀 안 했음에도 알이 제법 크고 많다. 두셋이 나무를 잡고 당기면 쑥 딸려나왔다.
이건 8개월정도 키운 나무다.
거름도 안 하고 약도 안 하고 걍 모래 밭에 골 만들고 나무 사다가 꽂았다.
껍질을 까는 것은 쉬웠다. 껍질이 두꺼워 단단한 속살과 분리가 잘되었다. 마치 무우껍질 사이에 손가락 넣고 맨손으로 돌리면서 까는 것 같다. 한끼 먹을 요량으로 이삭줍기 하듯이 뒤에 남은 작은 것을 주워 와서 껍질을 벗기고 튀겨봤다.
이렇게 맛있는걸... 좀 많이 가져올껄...ㅎ
카사바를 감자 하나와 함께 튀겨 놓고 함초 소금 뿌려 접시에 담아 먹으니, 흐르는 하바나 음률에 발가락이 저절로 까딱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