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12시 30분에 여행을 마쳤다.
모로고로에서 아침 일찍 출발하여 다섯시간 가까이 달려서 다르에 있는 아로마 카페에 도착했다. 이 카페가 내가 생각하는 여행의 종점이었다.
이 주간의 여행을 마치고 무사히 이곳에 도착하면 달달한 커피를 마시고 싶었는데, 껴입은 옷을 벗고 앉아 시원한 물 한 잔 마시고 나니 그저 향긋한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싶었다. 커피와 와플을 시켰다.
다르와 탄자니아 수도 도도마를 이어주는 이 차선 도로에는 엄청난 트럭과 매연이 있었다. 밀리는 차 사이에서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것은 편하기도 했지만, 오토바이쯤은 무시하고 마주 오며 추월하는 차가 많아 신경을 써야 했다. 마침 일요일이라 다르 시내에서는 트레픽이 없었다.
사고 없이 무사히 돌아온 것에 감사했다.
몇 번의 위험한 순간은 있었지만 다행히 운좋게 잘 지나왔다.
18일 토요일 다르에서 출발하여 바가모요, 루소토, 모시, 아루샤, 타렝기레, 도도마, 모로고로, 9월 2일까지 이주동안 여행하고 다르로 돌아왔다. 5일은 한곳에 있었다. 오토바이는 2,800Km 조금 더 달렸다. 15인치 노트북이 들어있는 가방에 짓눌린 어깨와 뒷목쪽이 헐어 조금 따갑다.
딱히 어떤걱정은 안 하고 움직였만, 별생각 없이 처음 가는 길이라 주유소와 엔진오일 때문에 한없는 길을 달릴 땐 걱정을 했었다. 도대체 얼마나 더 가야 주유소가 있을지 ... 그래도 대체로 백 킬로 정도 달리면 주유소가 있었다.
딱 한번 길거리에서 파는 페트병 휘발유를 사서 넣었다.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후로 한참을 지나서야 주유소가 나왔다.
탄자니아는 대륙이었다. 대한민국의 9배라나... 바닷가 다르에서부터 해발 천미터 넘는 곳까지 멋진 풍경과 온도차에 따른 다양한 농산물이 풍부해 보였다. 꼭 그렇지는 않지만 말이다.
드넓은 평야에 있는 국립공원과 자연은 야생을 느끼게 해줬다. 무엇보다 사람도 야생으로 살고 있다고 느낀 것은 동물도 사람도 한 웅덩이 물에 의지하는 모습에서 삶의 단면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이 귀한 시골 롯지에서는 하룻밤에 물 한 양동이로 씻고 화장실 물까지 내려야 했다.
가만히 있다 보면 어딘가 떠나고 싶고, 떠나서 다니다 보면 돌아갈 곳이 있음에 안도하기도 한다. 아무리 달려도 이 또한 삶의 한 단면이었다. 이렇게 달려서 시간보다 빨랐으면...
몸에서 생기와 열정이 빠져나가고 피로와 고통이 다가올 때야 많은 생각이 들었고 나에 대한 사유를 하게되었다. 열흘이 넘어서야 이 땅이 대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번 여행에서는 온몸이 피곤함에 쩔었을 때야 아프리카의 아주 작은 지역을 달리며 대륙의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달리다 보면 정말 돈 떨어질 때까지 계속 달리고 싶다. (오래된 오토바이라 속도가 안난다.)
이번 여행은 여러가지로 운이 좋았다.
둘째날 오토바이 체인의 핀이 빠지면서 끊어져서 한 시간 가까이 땡볕에 끌고 갔지만 금방 수리했고, 모시에서 아루샤로 가는 길엔 달리는 중간에 갑자기 엔진 시동이 꺼져 멈췄지만 그늘에 쉬면서 이리저리 만지다가 그냥 시동이 걸렸다.
모시 마랑구게이트 집에서 출발 할 땐 아침에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결국 오토바이를 끌고 작은 언덕을 넘어서 집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혼자 언덕을 못 넘어 안개비가 내리는데 서서 이십여분을 기다렸었다. 지나가던 할아버지가 밀어줘서 언덕위로 올라갈 수 있었고 그 언덕을 내려가며 기아를 넣으니 시동이 걸렸다. 얼마나 환호했던지...
그렇게 모시까지 내려올 수 있었다.
도도마 행정수도에서는 아무래도 오토바이가 이상해서 정비소를 찾아갔다. 체인이 이상해서 살펴보니 너무 닳아서 체인 안에 있는 링이 이미 열개이상이 터져나갔고 금이 간 링이 몇 개가 있었다. 이날은 아침 7시에 출발하여 400km 달린 날이었는데 중간에 이상함을 느꼈지만 방법이 없어 그냥 달렸었다. 정말 운이 좋았다.
보통은 하루에 6시간 정도 달렸다. 그중에 이틀 8시간을 달렸다. 아침 일찍 출발하고 오후에 일찍 쉬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면 자동차보다 조금더 직접 자연과 맞닿는 느낌이다. 달리는 중간에 쉽게 멈출 수 있었고 길가에 있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길가 나무 아래서 누워 쉬기도 했고 사진도 찍었다. 무거운 배낭과 진동에 몸이 힘들면 확실히 집중력이 떨어지긴 했다. 넘어지고 엎어지는 상상도 많이 들었다.
찬바람에 무릎이 시려 모시에서 인조가죽으로 무릎 보호대를 만들었는데, 이땐 정말 지나가는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만들 수 있었다. 바가지도 좀 쓰긴 했지만 정말 중요한 아이템을 만들었다.
며칠 전부터 배가 아팠는데 아루샤를 지나면서야 어려서 어른들이 배에 찬바람 맞으면 아프다고 말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래서 들고 다니던 책 한권을 배에 대고 달렸더니 확실히 배가 따듯했다. 오래전 오토바이 탈 때 동네형이 잡지를 가슴에 넣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뒤늦게 생각났다. 삶의 지혜는 어디서 생기는지... 나에게 두번째 인생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할까 생각하며 달려봤다. 아...이런 상상력 부재란... 그래도 생각하다보니 원하는건 생각이 난다. 당장은 이제 오토바이는 힘들다는 것이다.
도착해서는 냉장고 안에서 이주동안 기다린 배추에 된장풀어 행복하게 먹었다.
없는 살림이라 국립공원을 안갔었는데 타렝기레를 들렸다.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