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게임 개발자 @redkain 입니다.
지난 번에 이어서 저의 첫 직장에서의 일들을 써 볼게요 ^^
2005년 4월 중순 드디어 부푼 꿈을 안고 첫 회사에 출근을 했습니다.
지난 번에 말씀 드렸다시피 저는 제 친형과 함께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로 같은 회사 입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들어간 팀은 PC 온라인 MMORPG 팀이었고 쿼터뷰(대각선에서 45도 정도로 비스듬하게 내려다 보는) 방식의 3D 게임이었습니다.
게임은 이미 서비스 되고 있은지 한참이나 되는 게임이었고 당시에 아는 사람은 아는 정도의 고만 고만한 게임이었습니다.
저희는 배정 된 자리에 앉았고 그날의 대부분의 시간은 컴퓨터 셋팅을 하느라 정신 없이 보냈습니다.
처음에 윈도우 설치부터 그래픽 드라이버 설치, 네트웍 드라이버, 사운드 드라이버 등 각종 프로그램들을 설치해야 하고 네트웍 ip, 게이트웨이 등 회사에서 알려주는 정보를 셋팅하고 수첩에 잘 적어 놓고 해야 합니다.
여사원이었으면 다들 때로 몰려 들어서 알아서 척척 해주겠지만(다들 경험들 있으시죠? ㅎㅎ)
남자 사원에게는 그런거 없습니다~ 이 사회는 냉정해요! 기억하세요!
슬슬 점심 시간이 다가오자 누군가가 와서 스타크래프트를 미리 설치해 놓으라고 하더군요 ㅡ.ㅡ
감이 오시나요?
이게 바로 게임회사의 참다운 모습입니다요!
점심은 회사원들과 함께 우르르 한곳으로 몰려 가기도 하고요 각 파트별(기획, 그래픽, 프로그래머)들끼리 따로 몰려서 가기도 해요
아니면 각 팀 별로 같이 가거나요
첫날인데 사람들이 모두 좋으신 분들이라서 불편하고 그런거는 없더라구요
분위기도 좀 자유로워서 좋았고요
이것 저것 얘기도 나누고 간단하게 인사도 나누면서 다들 잽싸게 점심 식사를 끝냈습니다.
그리고 부랴부랴 회사로 들어갔죠
자리에 앉은 저희들 앞에 드디어 피튀기는 전쟁의 서막이 열렸습니다.
스타크래프트 4 대 4 게임을 해야 하는데 서로 자신의 팀에 유리한 직원을 넣을려고 신경전부터 치루더라구요 ㅎㅎ
저희는 이날 처음 게임에 참가한거라서 아직 실력을 모르는 상태라서 저와 저의 형은 같은 팀이 되었고 나머지 둘은 보통 정도의 실력을 가진 사람을 붙여 줬어요
게임에서 이기겠다는 꼼수가 눈에 보이더군요 ㅡ.ㅡ+
그리고... 전쟁의 시작! 과연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저는 당당히 말씀드리지만 게임 폐인 중에 폐인이었습니다. 하하하;;
군대 전역 후 게임방 죽돌이로 살았던 나의 2년의 시간!
하루 12 시간을 2년의 시간 동안 스타크래프트로 불태웠었고
이후 5년의 시간을 리니지에 빠져 방구석 폐인으로 살았단 말입니다! 게임이여 영원하라!
저와 저의 형은 게임이 시작되자 마자 눈에 보이지 않는 손놀림으로 유닛을 생산을하고
강력한 초반 러쉬와 함께 전략 전술을 병행 하면서 상대편에게 압박감을 주었습니다.
뭐 이정도만 얘기해도 결과야 뻔하지 않습니까?
당연히 저희 팀은 게임에서 승리를 하였고, 회사 내에 신입들의 강력한 힘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죠
이거 이거.. 회사 동료들에게 프로그램 실력을 뽐내야 하는데 겜 실력을 먼저 알리게 되었네요 ㅋㅋㅋ
게임에 승리한 저희는 진 팀에게 커피 한잔을 얻어 먹으며 강자의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게임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오후 일과가 시작 되었습니다.
기본적인 프로그램 설치가 끝나고 프로그램 작업을 위한 각종 툴의 설치를 완료해 나갔죠
그리고 게임 소스를 다운받고 오픈 중인 이 프로젝트의 게임 설치도 마무리를 했습니다.
모든 프로그램 설치가 완료 되고 나니까 첫번째 일거리가 주어지더군요
"지금 바로 게임에 접속해서 캐릭터 레벨을 30까지 만들어 봐라"
...
이야~ 첫 업무가 게임 레벨 올리기라니 ㅠㅠ 부럽죠? ㅎㅎ
게임 소스를 파악 하려면 우선 게임 시스템이 어떤지 먼저 알아야 한다면서 게임 레벨 올리면서 시스템 파악을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안그래도 제가 왕년에 MMORPG 를 즐겼던 유저라 즐겁운 마음으로 게임에 접속을 했습니다.
저와 저희 형은 열심히 전사 캐릭터를 만들고 닉네임도 나름 멋지게 지어서 실 서버(유저들이 게임을 하고 있는)에 접속을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첫번째 시작 마을의 광장을 향해 신나게 뛰어갔죠 (물론 캐릭터가..)
이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의 반응을 한번 살펴 볼까? 하는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달렸습니다.
그런데!
저는 광장에 들어선 순간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 하게 됩니다...
분명 그곳을 가득 메우고 있어야 할 백만 유저 군단은 온데 간데 없고...
딸랑 십 여명 밖에 안되는 유저들이 자동 장사 기능을 열어 놓고 덩그러니 서있는 겁니다 ㅡ,.ㅡ
뭐야? 이 게임 왜이래? 망했나? 서비스 중인데???
별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그렇게 저의 험난한 게임 이야기는... 아니 게임 회사 이야기는 시작이 됩니다. 크흠!
이후의 이야기는 다음 편에 이어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상 좌충우돌 나의 첫 출근 이야기였습니다.
다음에 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