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세상살이가 서툴다. 지금도 온전히 무엇 하나 이룬 것 없는 걸 보면 서툰 게 분명하다. 나도 처음 살아보는 인생이라 그럴 수 있다고 위로해 보지만 두 번째 사는 인생처럼 뭐든 척척 해내는 사람들을 보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엔 없다.
성공, 최고, 합격, 승진, 미래, 사랑, 행복…. 내게는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말들. 이것들을 내 이름 앞에 한 번 달아보려 발버둥 쳤던 시절.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어떻게든 맞추어보려 버둥거렸던 나날들. 지금도 그 시간을 헤매는 나의 희망들은 나를 힘겹게 만든다.
남들처럼 한 번 살아보겠다고 발버둥 치며 안간힘 써도 이미 틀어진 인생을 바로잡기에는 찌그러진 냄비처럼 너무 많이 일그러져있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성공한 이들의 말. 그들의 경험담을 듣고 있노라면 학창 시절 읽었던 판타지 소설보다 더 판타지 같이 느껴졌다.
아직 어려서 그런 거라 생각했다. 서른이 넘으면 명확한 삶을 살고 있을 거라 기대했다. 잘나진 않아도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겠지. 큰 걱정 없이 웃으며 하루를 보내고 있겠지. 그러나 서투른 만큼 내 인생은 남들보다 뒤처지고 느렸다. 영화나 소설처럼 노력만으로는 세상이 잘 살아지지도 않았다.
보통을 꿈꾸는 것이 내게는 기적을 이뤄내는 것만큼 힘든 일이었다. 평범해야 할 모든 것들이 비범이 되어 다가왔을 때 내 인생은 서툰 것이 아니라 실패라는 말을 에둘러 말하는 것 같았다. 서른이 돼서도 내 인생은 변하지 않았다.
나는 인생을 살아가는데 여전히 미숙하다. 주저앉아 울기도 많이 운다. 가고 있는 길이 맞느냐고 수십 번 되물어보기도, 포기하고 싶은 마음 달래느라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지금도 그렇게 살아내고 있다.
오늘도 삐뚤삐뚤 걸어가는 내 인생. 그런 내 인생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
힘내라. 내 서툰 인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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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용기내어 꺼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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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안녕. 나의 작은 카페들아
#21 걱정이더라
#22 아빠가 오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