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판타지7은 소개를 통째로 건너뛰겠습니다.
영화는 때로 대사없이 화면만으로 많은 것을 설명하곤 합니다. 영상예술들은 구도, 심도, 피사체와 배경의 관계 등을 이용해 바라보는 이에게 저자의 의도를 자연스럽게 전달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스크린에 비추는 영상을 우리의 눈으로 보고 있다고 받아들이며 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스크린과 관객의 관계를 역이용해 스크린을 뚫고 관객에게 다가가는 시도를 곧잘 하는 우리나라 감독들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앵글들은 게임이 아직 2D에 머무를때는 도입이 매우 어려웠으며 3D로 게임이 등장하고 난 이후로도 게임내에서 이러한 앵글의 활용은 매우 제한적으로 - 상상력이 발휘되지 않은채 사용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파이널 판타지7이 다가오며 게임사의 새로운 챕터를 펴게 합니다.
게임의 장점을 꼽으라면 아마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 저보다 더 많이 꼽으실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게임사적으로 중요한 포인트는 아주 쉽게 단 한컷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바로 클라우드가 마황로를 바라보는 이 장면입니다.
우리가 가야할 목적지를 비추는 장면이기도 합니다만 파이널 판타지7 오프닝의 첫장면 바로 하늘의 별들을 비추는 장면에서 부터 시작해 이 컷까지 함께하면 플레이어의 위상이 급격히 변화하게 됩니다.
즉 절대자로서 이 RPG세계를 '관광'하던 입장에서 내려와, 이 세계에 직접 참여하는 '여행' 하는 입장이 되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티파는 모든 게이머의 소꿉친구가 되었고 에어리스는 모두의 첫사랑이 되었으며 세피로스는 모두의 배신자가 됩니다. 이후로도 많은 게임들이 카메라 앵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만 흔히 말하는 할리우드 컷 이상의 의미를 보여주지는 않으며 게임사적으로 큰 의미를 발휘하는 게임은 반대로 더욱 더 적어집니다.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스스로도 마찬가지 굴레에 빠지게 되어 이후에 반복되는 시행착오를 거치며 아직도 시리즈의 아이덴티티를 회복하진 못하고 있는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파이널 판타지7의 리메이크 소식이 지난 E3에서 전해졌었습니다. 아마 이러한 충격을 포함하고 있진 못할 것입니다. 그것이 명작의 리메이크가 항상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기다리게 되는 것은 아직도 이 여행을 끝낼 준비가 되지 않음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발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