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인가 정리되는 한 해의 끝자락...
처음 시작할 때의 기억이 가물가물 해 질 때 쯤,
어느덧 퇴장을 해야하는 시간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 그동안 고마웠네..."
50년간 한 직장에서 일을하고, 곧 퇴사를 하는
고객사의 임원의과의 인사...
한 직장에서 50년이라... 젊은 시절을 다 바쳐 그곳에서 일을 했고,
회사의 권유로, 수년을 더 일 했지만, 그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50년... 반 백년을 한 직장에서 몸담아 일한 그에게 존경을 표한다.
좋은 일, 좋지 않은 일, 수 많은 인생의 굴곡을 온 몸으로 받아내며,
회사와 가정을 지켜낸 사람.
"퇴사하시고 계획하시는 일이 있으신지요?"
"글쎄...당분간은 주변분들께 인사도 드리고,
여행삼아, 멀리 사는 친구와 친척들도 만나야지..
그러고 보니, 친구 놈들도 하나 둘 먼저 가고 얼마 없구만..."
"아직 정정하신데, 일을 더 하고 싶으시진 않으신지요?"
"하하하...50년 정도 했으면 됐지 뭐...일 욕심 없네...
자식들 다 출가 시켰고, 늙은 부부 둘이서 써 봐야 얼마나 쓰겠나...
집에서 조용히 공부나 하려고 하네..."
"무슨 공부를...?"
"코딩인가 하는거..."
"예? 코딩요?"
"몇 달 전 우연히 기사를 보니, 일본의 어느 할머니가 노인들을 위한
스마트폰 앱인가를 만들었다고 하던데, 충격이었네..."
" 퇴직하고 나면, 아무 계획도 없었고, 죽을 날만 기다리며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에 우울한 기분이 많았었는데, 이 기사를 읽고 느낀바가 컸지.."
그랬다...
그저 아프지나 말고, 자식들에게 폐 안끼치고, 죽을때 곱게있다가 가는것...
그가 말한 은퇴 후의 노후는 그런 것이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죽는 날만을 기다리는 삶을 예감한 그는, 우울해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가 우연히 읽은 기사로, 오랫동안 하고 싶어한 것을 찾았고,
이미 책을 사서 혼자 코딩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내년엔 학원을 다닐 계획이라고하는데,
그가 처음 컴퓨터를 접했을 때의 당혹감과 수치심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컴퓨터 못 만져서, 매번 젊은 직원들에게 이것저것 부탁할 때,
어찌나 미안하고 부끄럽던지...바쁜 공장일에 컴퓨터보다는 기계만지는게
더 편하고 좋았지만, 이젠 이런것들도 자동화 되어서, 컴퓨터 없이는
일을 못하는 시대가 되었으니...나 같은 퇴물은 빨리 물어나야지.."
회사 보고서를 보고, 간단한 문서작성과 엑셀을 하던 그는,
늘 그것에 대한 미안함과 어떻게든 잘 해보겠다는 오기로
버텨왔다고 한다.
"코딩 어렵지 않습니까?"
"어렵지...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는게 대부분이지..."
"그런데 말이야...관심이 가면, 알아가는 재미가 있거든.."
"오히려 모르기 때문에 알고싶은 기분..호기심..그런기분.."
"짝사랑하는 사람을 알고 싶어하는 그런 기분이라면 이해가 빠를라나...
일본의 그 할머니 한번 만나보고 싶네....짝사랑이라도 할런지...하하하"
그의 퇴장은 쓸쓸해 보이거나, 어두운 표정이 아닌, 밝고 명랑했다.
비로소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하게 되었다는 그의 순수한 표정...
10대 때부터 일을 시작해서, 군대를 다녀와 지금까지 한자리를 지킨 그.
"우리때야 워낙 없이 살았지만, 지금 얼마나 좋아...?
너도나도 몇 십만원짜리 스마트폰 다들고 다니면서
모르는 것 있으면, 눌러서 다 찾아보고...세상 많이 좋아졌지...
자네도, 자네가 짝사랑 할 만한 것들을 찾아보게...
손바닥 안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 세상 아닌가..."
내가 좋아하는 일을 손바닥 안에서 찾는다....
내가 짝사랑하는 일을....
돌아오는 길...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나의 짝사랑은 당장에 나타나지 않을 거란 예감이 들었다.
아니, 짝사랑 대신 서로 연인이 되어 이미 잘 사귀고 있을지도 모른다...
바로....Steemit
가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