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플랭크톤 기록을 하게 되었다.
2개월 반 동안 4편의 글을 썼는데, 2개월 반이 지나서야 한 편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생각지 못했던 이슈들이 있었지만 기록을 미뤘던 데에는 3개월쯤 되었을 때 어느 정도 스팀잇에 정착을 했던 것이 아닐까 한다.
이 글을 마지막으로 플랭크톤 단계에서의 기록을 마친다.
정착
이 단어를 쓸 만큼 스팀잇은 정착기가 상당히 필요했다. 플랫폼 기능을 습득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알아야 할 것이 많았고 특히나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많아서 예민하게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았다. 멋모르고 행동해서 핀잔을 받은 적도 몇 번 있었다.

5개월 동안의 시기별 활동 정의
- 방치기 : 말 그대로 스팀잇에 가입만 해놓고 관심이 없어서 방치를 했다. 오프라인에서 만난 지인들, ‘디지털 노마드’와 관련된 키워드를 가진 분들은 주로 페북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하곤 했다. 집필은 브런치에서 하고 있었기에 스팀잇은 이 당시 관심 밖이었다. 오히려 ‘돈을 공짜로 왜 줌?’이라는 방어기제로 인해 접근하지 않았던 이유도 있었다. 시각적으로 접근하기 껄끄러웠던 것도 한몫을 했다.
- 적응기 : 방어기제가 걷어진 상태에서의 스팀잇 활동은 일상의 발란스를 못맞출 정도로 빠져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돈’에 대한 기대치가 상당했던 것 같고, 많이 달리는 댓글에 신나서 혼자 달렸다. 딱히 쉬는 시간을 정해두고 일을 하는 것이 아니기에 스팀잇 활동을 병행하자 잠은 항상 부족했다. 틈만 나면 아이폰에서 새로고침을 하며 무슨 글이 올라왔나 내 글은 얼마나 호응이 있나와 같은 체크를 했던 것 같다. 일일이 하나씩 체크를 할 정도였으니 배워야 할 것도 많아 죽겠는데 얼마나 더 피곤했겠나. 그래도 멈추지는 않았다. 예전에 게임 중독이 되어 밥도 안먹고 컴퓨터 앞에서만 죽치고 앉아 있던 내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주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업무가 몰린 시기가 있어서 한동안 스팀잇을 하지 않았다.
- 관계 형성기 : 스팀잇은 여느 커뮤니티보다 관계가 어떡해 만들어져 있느냐에 따라 지속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정해지는 것 같다. 나와 같이 돈 한푼 투자하지 않은 글쟁이라면 말이다. 퀄리티 있는 글이 모여있거나 집필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은 많이 있다. 그럼에도 스팀잇에서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명성보다는 조금이라도 수익이 나는 것을 선택한 것이고, 관계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기다보니 다시 돌아올 계기가 있었다.
명성보다는 조금이라도 수익을
이미 활동하는 주거지가 있음에도 나는 당장의 수익을 위해 스팀잇을 선택했다.
그런데 정말 당장 수익이 생겼을까? 스팀과 스팀 달러를 보유하고 있지만 나는 이것을 돈으로 전환한 적이 없으니 결국 수익은 0이다. 현재는 미래 가치에 투자를 하고 있다고 하는 것에 더 가깝다. 결국 초기 호기심이 발동해서 수익 실험을 했지만 그 가치는 생각보다 낮았다. 파워 블로거라면 월에 글 4편만 써도 스팀잇보다는 많은 돈을 벌 것이다.
게다가 적응기에는 순간적으로 현혹되어 필요하지 않은 일을 하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스팀 달러를 투자한 보상 이벤트가 그러했다. 필요한 것인가 아닌가로 놓고 보면 사실 나에게는 필요 없는 활동이었다. 그 시간에 다른 일에 집중을 하는 것이 더 나음에도 분별이 잘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현자 타임이 온다.
‘몇백원 벌려고 이러는 건가?’

글쟁이의 초기 뫼비우스의 스팀잇 활동
지금에서야 조금 더 솔직히 이야기해보면 당시 행동은 수익 때문은 아니었다.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스팀잇에서의 집필 활동이 생활비에 크게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은 자연스레 알게 된다. 이러한 깨달음을 맞닥드렸을때 스팀잇을 탈퇴하지 않았다. 나의 선택은 어차피 집필 활동을 해야 하기에 적은 돈이라도 뒤따라 오는 것으로 하고 집필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럼에도 어느 순간부터는,
‘왜 내가 쓴 글이 이러한 가치밖에 안 되는 거지?’
라는 생각이 판단력을 흩트리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되었다.
글쟁이에게 스팀잇 플랫폼은 얼마나 매력적일까
이 물음에 나는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온라인 활동을 하면서 2가지를 얻어야 하는데 하나는 수익일 테고 하나는 명예일 것이다. 성공을 했다면 둘 다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수익이 없는건 아니지만 투자 없이는 일정 수익을 넘어서기가 힘들다. 명예는 장단점이 있는데 외부로 확장되기에는 한계가 있고 내부에서 활동하기에는 기회가 있는 것이 더 명확한 표현일듯하다.

글을 집필하는 주요 공간
사람마다 느끼는 지점이 다르겠지만 나에게 스팀잇은 소셜미디어보다는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플랫폼에 더 가까웠다.
- 에버노트 : 모든 기록의 시작을 하는 곳이다. 어느 플랫폼에 올리건 에버노트로 기록을 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2가지에서다. 첫 번째는 시대에 따라 떠오르는 플랫폼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네이버 블로그에서 활동을 했지만 퇴사를 한 후에는 브런치에서 작가 활동을 하고 지금은 스팀잇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럼 이동할 때마다 그 자료들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 에버노트는 그 콘텐츠들을 총 집합해 놓은 안전한 장소 중의 하나다. 두 번째는 오프라인에서도 집필을 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일하는 공간에 제약이 없다 보니 때로는 인터넷이 되지 않는 곳에서도 일을 할 때가 있다. 그럼 나는 어떻게 집필 활동을 해야 하나? 한글문서를 열고? 메모장에? 어느 상황에서건 기록과 집필이 필요했다. 그리고 8년째 에버노트를 활용하고 있는 기록 덕후다.
- 브런치 : 네이버 블로그를 사용하다가 브런치로 플랫폼을 이동했다. 블로그의 브랜드 이미지가 별로 좋지 않은것도 영향을 미쳤고, 딱히 선호하는 플랫폼이 아니다보니 브런치에서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브런치에서 내거는 ‘작가’라는 명칭은 느낌이 남달랐다. 브런치 작가가 되기 위한 허들 역시 마음에 들었다. 콘텐츠의 퀄리티를 어느 정도 선별한다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브런치 활동을 하면서 꽤나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은 구글 검색에 최적화 되기도 했고 카카오 플랫폼과 연결도 되어 있어 운이 좋으면 메인에 걸리는 훈장도 준다. 수치적으로는 조회수 외에는 보상이 없다는 느낌이지만 실제 활동을 하다보면 많은 이들이 내 글을 접했다는 체감을 받게 된다. 작년에 브런치 집필을 멈춘 이유는 별다른 이유없이 글을 쓰는데에만 집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브런치의 큰 장점 중의 하나는 플랫폼 자체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스팀잇은 대중에게 콘텐츠 플랫폼으로써 어필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보상이라는 강점 외에 플랫폼 자체로만 놓고 보면 컨셉이 아주 모호하다. 스팀과 관련된 커뮤니티 공간인지, 콘텐츠를 집필하는 공간인지, 그조차도 사용자들이 만들어 가야 하는건지. 고급 콘텐츠라는 키워드 하나만을 가지고 어필하기에는 외부에서 보기에는 정체성에 혼란만 있다.
유독 스팀잇을 소개할 때면 2가지 질문이 돌아온다.
‘뭔가 어려워 보여.’
‘스팀 관련 이야기를 써야하는 건가?’
글을 쓰기에 익숙하지도 않거니와 사용자가 마크다운을 배워야 한다는 것, 한글이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아름답게 보이기 위해서 공부를 해야 한다니!!!), 모바일 접근을 하면 기록이 더 어려워진다는 것. 이 시대의 여타 플랫폼에서의 퀄리티를 비교해보면 그 사용성이 후퇴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글을 쓸 때, 가독성과 가시성을 위해 노력하는 시간이 무척이나 아쉽다. 직업병 때문에 시각적인 것에 예민한만큼 시간을 더 쏟을 수밖에 없다.
활동의 본질. 그리고...
장점이 한 개이고, 단점이 열개여도 그 한 개가 단점을 이길 만큼의 매력도가 있다면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
스팀잇 활동은 재미있다.
뭐가 재밌냐고 물어보면 보상 어쩌고 저쩌고 할 수 있겠지만 게임할 때 뭐가 재밌냐고, 왜 폐인이 되었냐고 하면 딱히 할 말이 없다. 그냥 재밌어서 하는 건데 자꾸 이유를 물어보니 재미있으면 안 될 것 같지 않은가.
생각해보면 이것 저것 해보면서 좋은것도 안좋은 것도 경험한 것이 정착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재미 포인트들을 찾게 되었고, 그것이 스팀잇에 남아야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 것이다.
나의 본질은 첫 글에 이미 답이 있었다.
집필을 완성하는데에 있었다.

스팀잇에서 쓴 2018.3.7 첫 글에서 발췌
활동을 다시 정리해보기로 했다.
- 집필 완성을 목표로 한다. 전자책 발행을 준비하기까지 1년이 넘도록 지지부진했는데 스팀잇 덕분에 좋은 원동력이 되었다. 초기 목표와 같이 스팀잇 활동을 통해 글을 쓰는데 집중하고 완성하는 데에 속도를 가할 것이다. 게다가 금전적 보상까지 받을 수 있다. 현재에 이르러 돌아보면 나에게 스팀잇의 강점은 댓글이었다. 브런치는 조회수를 높을지언정 댓글이 잘 안달려서 재미가 없었는데 스팀잇은 댓글이 재미도 있고 가치도 있다.
-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해 더 깊이 있는 활동을 한다. 현재는 팔로잉이나 팔로워를 늘리는데는 크게 신경을 쓰고 있지 않다. 봇들때문에 수치가 이상해지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많은 관계보다는 깊은 관계를 통해 서로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이 더 재미있는 것 같다. 많은 활동을 하면 좋겠지만 일과의 발란스를 위해서는 보팅 파워 최소 60-70%를 유지하면서 댓글 활동을 할 생각이다.
- 스팀잇과 관련된 프로젝트는 지속적으로 도전한다. 스팀잇에 정착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백수곰 이모티콘은 보상과는 별개로 엄청 기분이 좋았던 프로젝트였다. 댓글이나 글에서 활용하는 모습을 볼 때면 스팀잇에 남아 있어야할 이유로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활동을 하면서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협업 프로젝트들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 나도 도전할만한 프로젝트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스팀잇의 다양한 프로젝트는 보는 것도 실행하는 것도 언제나 좋은 활력소가 된다.
플랭크톤 기록을 마치며
5개월 동안 꾸준히 활동하면서 이것저것 도전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웃분들의 힘이 컸습니다. 진심어린 응원과 함께 잘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정착이었습니다.
한 분 한 분 이름을 거론하진 못하지만, 마음 한편에 자리잡은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백수곰으로 마무리합니다.
스팀잇에서 활동을 계속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D
도움을 받고 있는 서드파티 서비스
- 텔레그램 알림 서비스, SteemAlert : 보팅, 댓글, 내 글또는 아이디가 참조될때 알림이 옵니다. 요것도 계속 확인하다보면 업무에 방해될때가 있어서 알림을 숫자 띄우는 정도로만 해두었어요.
- 보팅파워, 대역폭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 steemd : 활동내역도 확인이 바로 가능합니다.
- 더 나은 UI/UX 환경과 보팅을 해주는 busy.org : 사이트에서 글을 작성한 후 #busy 태그를 활용하면 보팅 지원을 해줍니다.
-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 스팀샵 : 그림, 이모티콘, 전자책 등을 판매할 수 있습니다.
- 제품 결제 플랫폼, 스팀페이코 : 시세에 따라 SBD를 적용할 수 있는 결제 플랫폼입니다.
- 스티미언을 위한 채팅, Steem 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