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oban 님께서 만들어주신 대문입니다!)
앉았다 일어날 때 심한 현기증을 느끼곤 한다. 처음 이 증상을 크게 느꼈던 건 중학교 때 였던 것 같다. 엄마가 미용실을 하실 때였는데, 손님이 없을 때면 회전하는 의자를 tv방향으로 고정시켜 놓고 케이블 방송 등을 보곤 했었다. 그날도 그렇게 tv를 보다가 일어나려고 발을 딛었는데, 머리가 핑 돌고 눈앞이 페이드아웃 되면서 몸을 가눌 수 없었다. 그렇게 암흑 속에서 잠시동안 휘청이다가 의자에 의지한채로 얼마 간 시간이 흐르면 다시 필름이 페이드인 되는 것처럼 시야가 밝아졌다. 귀에서는 마치 한여름 매미들이 맴맴거리는 것 같이 정신사나운 소리가 선명하다가 점점 잦아들었다. 고작해야 1분에서 2분 사이에 이루어지는 경험이었지만, 몸에 힘이 쫙 빠지고 한동안 멍해졌다.
두 번째 비슷한 일은 5년 여 전 회사에 출근하던 지하철 안에서 벌어졌다. 사람들이 제법 차있던 지하철 칸에 앉을 자리가 없어 서서 가던 중이었다. 추석연휴동안 과식했던 것이 걱정되어 출근 전 날에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을까. 이날은 앉았다 일어난 것도 아니고 계속 서서 가다가 갑자기 호흡이 힘들고 입안에 침이 말랐다. 위가 음식물을 토해내기 직전에 보내오는 어떤 신호같은 미식거림이 시작된 것이다. 손과 몸에 식은땀이 나기 시작하고, 다음역에서 내릴까 말까 생각하다가 필름이 끊겼다. 눈을 떴더니 사람들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자리 하나를 비워서 나에게 앉으라고 내어 주었다. 밖에서 이런 것은 처음이라 얼떨떨하고 머쓱했다. 온 몸에 돌아야 할 피가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돌기 시작한 느낌이었다. 창백한 얼굴로 공덕에서 5호선을 갈아타고, 아무렇지 않게 출근했다가 오지랖 넓은 고마운 사수 선배 덕분에 반차를 쓸 수 있었다. 조금 놀라고 걱정되는 마음에 찾은 내과에서는 일시적 증상으로 정확한 원인을 알 수는 없으니 당분간 운전같은 위험할 수 있는 활동은 자제하고, 다시 같은 증상이 나타나게 되면 큰 병원에서 검사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5년 쯤 지난 오늘, 휴일이라 거의 해가 중천일 시간까지 누워서 핸드폰으로 스팀잇 외 이것저것 하다가 세수하러 세면대 앞에 섰는데, 갑작스레 숨쉬기가 힘들어졌다. 귀가 점점 어두워지고, 입안에 침이 마르고, 속이 토할 것처럼 뒤집혔다. 나는 직감적으로 위험을 느끼고 몸을 낮춰서 방으로 나가 잠시 기절했다. 정신을 차리자 얼굴과 몸에 식은땀이 줄줄 났고 배가 아파왔다. 배와 이어진 허리와 하체 전체 신경이 짓눌리는 느낌이랄까. 여자들은 잘 알것만 같은 고통 진통제를 한 알 먹고도 한 십 여 분 간은 그 고통이 이어졌다. 어젯밤 보았던 앤트맨 영화에서 에이바의 몸이 원자 단위로 분해되고 재조립되는 고통을 왠지 알 것만 같았다. 짜증날 정도로 앤트맨이 하는 일에 훼방을 놓았던 빌런, 그녀는 그럴만 했다.
배에 찜질팩을 올리고 잠들었다가 늦은 오후까지 제대로 먹지 못했다. 저녁에는 몸보신을 한다고 오랜만에 단골 오리고기집에 들렀다. 양이 많아서 아까운 마음에 조금 폭식을 했다. 앞으로는 끼니마다 잘 챙겨 먹고, 혈액순환이 잘 되도록 운동도 좀 하면서 건강하게 지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영화는 스토리가 좀 시시했음; 1편 안보고 2편 봄.
다음엔 어떤 시리즈로 이어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