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글이 많이 뜸했습니다. 일도 바빴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도 한 몫 차지했던것 같습니다. 소란스러운 러시아위의 지하철 승강장에 혼자 멈춰선 기분이었습니다. 어쩌면 약간의 우울증 비슷한 증상인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마땅히 전할만한 이야기도 없었습니다. 일상을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능력이 없는데다가, 특별할 것 없는 직장인의 삶이 거기서 거기인 까닭에 마땅히 쓸만한 글감을 찾기도 어려웠어요. 게다가 내가 뭘 이야기하고 싶은지도 명확하게 잘 짚어내지 못하곤 합니다.
그러다보니 글을 쓸때면 나도 모르게 '이야기'의 형식을 빌어 표현하곤 합니다. 그렇게 쓴 글이 때로는 시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수필이나 소설이 되기도 했습니다. 간혹, 가뭄에 콩나듯 글을 잘 쓴다는 칭찬을 듣곤 하지만, 웃는 얼굴과는 다르게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한 문장, 한 문단으로 핵심을 짚어내는 능력이 없으니 주저리 주저리 말이 길어진 것 뿐이라고.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간단 명료하게 표현해내는 그 능력이 오히려 부럽기도 하다고.
그러던 와중에, 기다리던 메일 하나를 받았습니다. 한 달 전 카카오 브런치의 [위클리 매거진] 연재신청을 넣은 것이 승인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것으로 위클리 매거진 연재는 두 번째입니다. 첫 번째는 카카오의 요청으로 내가 쓰고싶은 글을 연재한 것이 아니었기에 감동이 좀 덜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첫 연재 원고가 한 신생 출판사와 출간계약까지 성사되었지만 출판사의 사정으로 책은 내년 쯤에나 나오게 될 것 같아, 사실상 머릿속에서 이미 지나가버린 일로 치부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원고는 조금 다릅니다. 스팀잇을 처음 시작했을 때 원고의 일부분을 올린 적이 있었던, 여러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어 쓴 글입니다. 이 원고로 연재 승인을 받게 되니 기분이 정말 묘합니다. 이 순간만큼은 순수하게 기뻐하게 됩니다. 글을 쓰길 잘했구나, 하고 말이죠.
사실 아직 갈길이 먼 하급 작가입니다. 브런치를 통해 제 글을 대중에게 보여주기 시작한지 2년이 넘었지만, 제 필명을 기억해주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보면 한없이 작아집니다. 하지만...그래도 아직 제 글이 사람들에게 읽힐 가치가 있다고 인정받은 것 같아, 지금은 그냥 순수하게 기뻐하려고 합니다.
비가 많이 오네요. 오늘은 하늘에 구멍이 뚫린것 처럼 쏟아지는 비도 기분좋게 받아들일 수 있을것 같습니다. 이번 한 주는 우울함을 툭툭 털어버리고 이 기분 그대로 쭉 보내고 싶습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도 행복 가득한 한 주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