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완숙 토마토를 5kg 이나 샀어요. 혼자 먹기엔 많은 양이지만 가격이 착했거든요. 유럽 속담 중에는 “토마토가 빨갛게 익으면 의사 얼굴이 파랗게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건강에 이로운 토마토. 꼭지만 떼어내고 껍질째 먹어도 되고, 실온보관이 가능해서 냉장고가 작은 자취생에겐 세상 간편한 과채입니다.
잘라서 먹고, 파스타에 넣어 먹고, 계란이랑 볶아서도 먹고 조금 비렸음 먹고 또 먹으면 못 먹을 리 없건마는, 저는 탱탱했던 토마토를 끝내 다 먹지 못하고 쪼글쪼글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토마토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하고, 손질하여 냉동보관 하기로 합니다.
조금 일찍, 좀 더 탱탱할 때 손질해 두었으면 좋았을걸...; 꼭지를 떼고 흐르는 물에 씻었어요.
꼭지 반대편에 칼로 열십자 칼집을 내준 뒤, 전기포트에 팔팔 끓인 물을 부어주었습니다. 마치 커피 드립을 하듯이 토마토 드립을~ 잠시 뜸을 들여줍니다.
찬 물에 헹군 토마토를 칼집을 따라 벗겨보았습니다. 인터넷에는 끓는 물에 데치는 방법이 나와있었지만 저는 잔머리를 써서 전기포트로 대체한 겁니다. 껍질 벗기기 자체를 처음 해보는데 잘 되네요!!!
껍질을 완전히 제거한 어여쁜 토마토입니다. 껍질을 벗기는 느낌과 껍질이 제거된 표면 질감이 마치 잘 익은 홍시감 같았습니다. 그리고 토마토에 대해 잠시 검색을 하는데, 토마토의 우리말 이름이 일년감 이라고 해서 고개를 끄덕끄덕.
냉동보관은 잠시 미뤄두고, 일단 하나 갈아먹기로 했습니다. 껍질째로만 갈아먹다가 껍질 없이 갈아먹으면 더 맛있을 것 같아서요~ 아무래도 껍질에서 이물감이 느껴지긴 하니까요. 물을 조금만 붓고 설탕과 소금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소금을 살짝 넣었어요. 토마토의 영양을 극대화 한다고 해서요.
시원하게 마시기 위해 얼음잔을 준비하고 잘 갈아낸 토마토주스를 부었습니다. 맛은......역시 토마토는 야채임을 일깨워주네요. 물까지 부어서 더욱...
할 수 없이 수제설탕시럽을 꺼내 듬뿍 부어주었습니다.
비타민B 안녕이래서 토마토가 과일인 줄 가끔 착각하는 거죠. 미국 대법원에서는 오래 전 토마토가 야채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합니다.
농익은 토마토의 빠알간 색이 탐스럽습니다. 남은 토마토는 카레에도 넣어보고, 몇 번 더 주스로 마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여름은 무덥지만, 제철과채를 질리도록 먹을 수 있게 선물을 가져다주니 미워할 수 없게 됩니다.
어제, 오늘은 습도가 낮아서 온도가 높아도 그리 더운 줄 모르게 지나갔네요. 얼마 남지 않은 일요일 오후, 좋아하는 음료 한 잔 하시면서 여유롭게 흘려 보내시기 바랍니다.
지난 혼차일기
혼차일기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