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무척 세련된 미소를 가지고 있었다.
그를 만난 것은 그리스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였다. 당시의 나는 여행지를 소개하는 작은 잡지사의 사진기사로 일하고 있었고, 그 때문에 한 달의 절반 정도는 해외에서 보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는 40대 중반 정도로, 비교적 좋은 체구를 가진 파란 눈의 매우 평범한 서양인처럼 보였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는 늘 불안해져요.”
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마와 눈가에 지어지는 얇은 주름이 그의 인상을 밀크셰이크처럼 부드럽게 만들어 주었다.
“처음 하는 비행도 아닌데, 혹시 난기류로 고생하지는 않을까, 테러범이나 하이재커가 타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상상 때문이지요. 하지만 비행기를 타고 여기저기 돌아다녀보았지만, 한 번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더군요.”
나는 그가 한국어로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기까지 제법 시간이 걸렸다. 깔끔한 양복을 차려입은 풍채 좋은 파란 눈의 백인이 마치 하품을 하듯 자연스럽게 한국말로 내게 말을 걸고 있다는 사실이 현실로 잘 다가오지 않았다.
“일 때문에 가시는 건가요?”
그가 나의 카메라 가방을 보며 물었다.
“예. 여행지 취재차 가고 있습니다.”
그의 옷에서 은은하게 아카시아 향이 풍겨왔다. 그는 천천히 숨을 고르며 말했다.
“미코노스는 매우 아름다운 섬이지요. 특히 곧 오게 될 여름에는 말이죠. 백사장과 지중해가 어우러진 모습을 보게 되면 그곳에 눌러앉고 싶어질 정도로요. 전에도 가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나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대답했다.
“사진을 찍기에 더 없이 좋은 곳을 알고 있는데, 괜찮다면 그곳을 소개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 여행객은 잘 모르는 곳인데, 저도 우연히 발견한 곳이거든요.”
나는 고맙지만 괜찮다고 말했다. 이미 현지 가이드가 정해둔 시간과 장소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스튜어디스가 다가와 무언가 마시겠느냐고 묻자 그는 차가운 위스키를 한 잔 주문했다.
“한국어를 굉장히 잘 하시는군요. 얼굴을 보지 않고 대화한다면 한국사람인줄 알았을거예요.”
그는 잔을 흔들며 얼음이 부딪치는 소리를 냈다. 딸그락, 하고 얼음이 녹아내리며 단발마를 지른다.
“한국인입니다. 네 살 때부터 한국에서 자랐죠. 입양되었거든요.”
나는 한국에서 외국으로 입양되는 경우는 많이 보았지만, 외국에서 한국으로 입양되는 것을 들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아마, 매우 드문 경우겠지요.”
그가 웃으며 말했다.
“태생으로만 말하자면 저는 이탈리아와 그리스 혼혈입니다. 2차 세계대전 때, 군인이었던 아버지가 그리스 점령군으로 로도스 섬에 주둔했습니다. 거기서 어머니를 만난 거죠.”
전쟁이 끝나고,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탈리아로 도망을 갔다. 두 사람 모두 그리스를 사랑했지만, 그곳에 남았더라면 아버지는 곡괭이나 삽으로 맞아 죽고, 어머니는 머리를 삭발 당하고 벌거벗겨져 마을 어귀에 목 매달렸을 거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어떤 경로로 제가 한국에 입양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어렵게 친부모를 찾았을 때에도, 그것만은 묻지 않았습니다. 세상에는 알아서 전혀 득이 되지 않고, 오히려 독이 되어 버리는 것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그는 위스키 잔을 반쯤 비우고 두 손으로 깍지를 낀 채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나는 말없이 그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이질감을 느끼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꽤 오랫동안 나는 그의 손을 바라보았고, 뒤늦게 그에게 손가락 하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네 번째 손가락입니다. 왼손인데, 잘려버렸죠.”
나는 그에게 큰 실례를 한 것 같아 진심으로 사과했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이제 익숙하거든요.”
그는 왼손을 흔들어 보이며 밝게 웃어보인다.
“사실은, 잘렸다고 하기보다는 제가 자른 겁니다. 어쨌거나 제 손으로 직접 잘라냈으니까요.”
나는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깊은 바다의 잔잔한 흐름이 그의 눈동자 속에서 출렁이고 있는 것만 같았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제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시겠습니까?”
나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그러고 싶다고 대답했다. 그는 남은 위스키를 몇 번 굴리다 단숨에 비우고 잔을 내려놓았다. 비행기 엔진 소리와 공기의 흐름이 전혀 없는 기내의 딱딱한 적막이 잠시 그의 곁을 떠돌았다. 그는 눈을 감고 시간을 들여 천천히 생각을 정리하는 듯 보였고,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kakaelin 입니다.
지난 주에 소개했던대로, "독자와 함께 쓰는 연재소설"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참여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위 소설에서 이어질 내용을 댓글로 적어주세요.
- 5~10문장 사이로 직접 소설의 내용을 적어주세요.
-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해도 좋고, 장르를 파괴할 정도로 반전이 있어도 좋습니다.
마음에 드는 댓글에 보팅해주세요.
- 저는 모든 참여 댓글에 보팅하겠습니다.
- 다음 주 월요일을 기준으로 가장 많은 보팅을 받은 댓글을 받아, 그 이야기를 소설에 붙여 뒷 이야기를 쓰겠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독자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담아 보상을 나누고자 시작했습니다. 제가 보팅파워가 높아서 직접 보상을 드린다면 참 좋겠는데, 미약한 보팅파워 때문에 부득이 이런 프로젝트를 고안해냈습니다.
댓글을 읽어보시고, 마음에 드는 스토리에 보팅해주세요. 그러면 제가 독자분들이 바라시는 스토리로 이 연재소설을 완성해보겠습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