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립 같이 먹을 사람이 필요해요
2011년 7월 31일
정들었던 일주인간의 잘츠부르크를 뒤로 하고 빈에 갔다.
예전부터 빈에는 한국인에게 유명한 레스토랑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립 전문점이다.
“1m짜리 립이 있는데, 셋이 먹었는데도 너무 많아서 남겼어요.”
“절대 혼자가지 마세요. 다 못 먹어요.”
“1m짜리인데 단돈 12유로! 정말 커요!.”
프라하에서 만난 사람들에서부터 인터넷까지.
립에 대하여 엄청난 세뇌를 당했다.
왠지 안 먹으면 여행을 헛 한게 될 것 같았다.
그렇지만 난 지금 일행이 없다.
혼자다.
혼자서 밥에 12유로를 쓰는 것은
하루 3만원 버는 사람이 밥값으로 2만원을 날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값을 분담할 일행이 절실히 필요하다.
일단 인터넷에 글을 썼다.
‘립 번개 일행 구합니다.’
이틀 동안 글을 올렸다.
아무 답이 없다. 아무래도 전략을 바꾸어야 할 것 같다.
일단 가 보자.
그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뭔가가 해결이 될 거야.
메뉴판을 보니 1인분 립이 있었다.
그런데 1m 짜리 립이 12유로인데, 1인분 립은 10.8유로?
그리고 괄호 열고 0.3m.
이건 그냥 손해보기 싫으면 1m 립 먹어라 이 뜻이네.
어떡해서든 동행을 구하란 뜻인가 보다.
그런데 지금 무슨 수로 동행을 구한담?
지금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가게 앞에 진치고 있으면서 들어가는 손님한테 부탁해서 껴 달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해야 되지?
아씨.. 정말 말하기 쪽팔리네.
계속 가게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서성이는 사이 벌써 내 앞으로 세 팀 정도가 들어가 버렸다.
‘저기요..’
저기요. 이 말만 꺼내면 된다.
말만 꺼내면 어떡하든 해결될 일이다.
그런데 그게 너무 힘들다.
남자 세 명이 들어간다.
‘저’라는 글자가 목 앞에까지 나왔다가 들어간다.
그리고는 혼자 합리화한다.
‘남자 셋은 싫어!’
커플이 들어간다. 아예 말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커플이잖아! 누구 일 초칠일 있어?’
여자 셋이 또 들어가려 한다.
가까이 가다가 발걸음이 멈춰진다.
또 다시 합리화를 한다.
‘여자 셋이다. 어떻게 껴?
차라리 아줌마들이 오면 좋겠다.
아줌마는 귀여워해주기라도 하지.
계속 합리화질만 하고 있다.
그 레스토랑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을 계속 흘려보내면서
이것은 내가 [용기가 없어서] 부탁을 [못] 한 것이 아니고
[이런 타당한 까닭 때문에] 부탁을 [안] 한 것으로
계속 이유를 [혹은 변명을]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사람들을 가리다가 이거 뭐 먹겠어?
이렇게 계속 배 쫄쫄 굶고 있을래?
이런 것 하나 못해서 큰일은 하겠어?
지금 이런 것부터 할 수 있어야 이 세상에 명함은 내밀 수 있지 않을까?
저 앞에서 여자 2명이 오고 있다.
마음을 고쳐먹자. 이번에는 앞뒤 가릴 것 없다.
레스토랑 앞에서 메뉴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자! 용기를 내라고!
이런 거 말 못하면 너는 평생 소인배로,
대인배 밑에서 뒤치다꺼리하는 사람으로만 살아야 한다.
여자 2명의 눈 너머로 가격을 보고 매우 고민하는 모습이 보인다.
지금이다. 출격이다.
“저기...”
“예?”
“아... 여기 립 1m짜리 여자 셋도 못먹는 다고 하거든요.
저... 지금 혼자인데, 같이 끼면 다 먹을 수도 있고
1인 분담금도 줄어드는 데, 어떻게 안될까요?”
질. 러. 버. 렸. 다.
지금 종이에 활자로는 이 화끈거림을 전해줄 수 없어서 유감이다.
겨우 이런 부탁을 하는데도 이런데
진짜 마음이 있는 여자애한테 고백이라도 할라치면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아마 이런 성격으로는 평생 말도 못하고 살 것 같다.
[물론, 친구한테 내가 소심하다고 하면 돌이 날아올 것이지만.]
말 해놓고 나서는 정말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이 심정.
[그런데 이런 부탁은 남자한테 할 때도 이 심정을 느꼈을 것 같다.]
그리고 1초간의 적막.
“괜찮네요. 같이 하죠!”
살았다!!! 목표 달성!! 감격의 눈물!!
그런데 정말, 립 한번 먹기 참 힘들다.
어렵게 먹은 만큼 맛도 났다.
근데 정말 진을 빼긴 뺐나보다.
립에 샐러드까지 시켰음에도 불구
셋이 먹어도 배부르다는 립,
난 왜 먹어도 허전함을 느꼈을까?
구글에서 퍼온 1m립의 비주얼. Ribs in Vienna에 가면 된다
흐린 날의 벨베데레 궁전
아까 립 먹은 분들과 립에서 끝나지 않고 자허토르트까지 먹으러 갔다.
빈에서 자허토르트를 먹으려면 여기를 가라. Gestner.
빈에서 자허토르트를 먹으려면 여기를 가라. Gestner.
비주얼은 이러하다.
이걸로.. 여행기 1장이 끝났습니다!
😇
많은 분들이 읽어 주셔서 정말정말 감사드려요!!!
처음에 보상 적을 땐 써야 하나 싶었는데
어느 정도 보상이 올라 오고 댓글도 많아지고
고래분들의 방문도 늘어나 점점 쓰는 맛이 났던 거 같아요!
하지만.. 1장이 끝났다고 했지 여행기가 끝났다고는 안 했죠? ㅋㅋㅋㅋㅋ
2장은 크로아티아를 필두로
몬테네그로, 보스니아, 코소보, 알바니아, 마케도니아로 이어집니다!
계속.. 정주행해주실거죠?
ㅋㅋㅋㅋㅋㅋㅋ
다음주 월요일부터 2장 시작합니다!
- 내일은 번외편으로 여행기에 언급되지 않아 못 쓴 사진들을 올릴까 하고!
- 혹시 질문을 적어주시면 내일 답변 포스팅을 해 드릴까 합니다!
- 그리고 토요일에 번외편 하나 올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끝은.. 4장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전 포스팅>
CHAP1 런던, 노르웨이, 스웨덴,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체코, 독일, 오스트리아
CHAP1_47+48 오스트리아 - 잘츠부르크 길바닥에서 궁상떨기 | 민박집 사장님 인생은 파란만장 | 유럽사람들이 중국인을 싫어하는 이유
CHAP1_46 오스트리아 - 음악축제 보고 싶은데 양복이 없어요 | 잘츠부르크 음악축제를 가보기 위해 양복찾아 삼만리
CHAP1_45 독일 - 무쇠체력 할아버지지 | 66세에 자전거 세계일주를 하는 할아버지
CHAP1_44 독일 - 유럽 대륙에는 자전거 여행하는 한국인도 많다 | 딩켈슈뷜 어린이축제 | 브로이하우스 부럽지 않은 맥주 어울림 한 판
CHAP1_43 독일 - 행운의 성 투어 | 크레글링엔의 맹인 요리사 | 목표를 향해 사람이 할 수 있는 노력은 어디까지인가
CHAP1_42 독일 - 로만틱 가도에 서다! | 전독일 청소년 합창대회 | 뷔르츠부르크에서부터 다시 노숙의 길로
CHAP1_41 체코 - 프라하에서의 평범한 나날 2 | 뭉치면 시끄러운 한국 사람들 | 해부에 능한 전주자매들 | 희극인들
CHAP1_40 체코 - 프라하에서의 평범한 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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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1_16 잠시 동안의 탈린 나들이, 그리고 안녕
CHAP1_15 웁살라, 너와 같은 하늘 아래
CHAP1_14 아직은 ... 말할 수 없다
CHAP1_13 그녀를 만나기 12시간 전
CHAP1_12 욕창 터지고, 기차에 실려 가고
CHAP1_11 배낭을 털리다
CHAP1_10 사람의 따뜻함을 느끼다 + 노르웨이의 자연에 호되게 데이다
CHAP1_8 한국영화 많이 컸네? + 9 첫 주행, 첫 노숙, 첫 봉변
CHAP1_7 이런 곳에도 한국사람?
CHAP1_5 첫 주행 + 1_6 북한도 자전거로 달린다고?
CHAP1_3 + 1_4 Bryan Almighty + 자전거의 운명은?
CHAP1_1 + 1_2 인천 출발 + 히드로 도착
CHAP0 준비
CHAP0_번외 가져갔던 장비 일람
CHAP0_6 출국 그리고...
CHAP0_4 자전거 맞추기 + 5 쉥겐조약
CHAP0_3 항공권과 장비 마련하기
CHAP0_2 어디를 어떻게 가볼까?
CHAP0_1 다짐
혹여나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시는 스티미언분들.. 도움이 되셨을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