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잘 모르는 사람들도 여럿 있는 자리에 합석했다. 그리고 주먹만한 작은 크기의 ‘요리알람시계’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더니 그 시계를 보면서 소주를 10분에 한 잔씩 마시기 시작했다.
아마도 예전에 술을 급하게 많이 마셔서 문제를 일으킨 적이 많았던 모양이다. 자신이 이제는 예전과 달리 자제력이 있다는 것을 자신과 남들에게 알리고 싶은 것 같다.
그 모습은 당연히 ‘폭력’이었지만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는 자신이 예전에 ‘무서운’ 인간이었다는 것을 그 자리에 있던 모르는 사람에게까지 ‘과시’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자제력이 있다는 것을 남들에게 ‘과시’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알람시계가 없으면 술을 먹지 못하는 부족한 자제력을 ‘과시’하고 있었다. 술은 먹고 싶은데 집에서 혼자 먹기는 싫고, 밖에서 남들과 어울려 먹고 싶은데 자제력이 없어서 ‘요리알람시계’를 사용해야 하는 모습에 살짝 (매우 조금) 연민이 생기기도 했다.
그는 그 귀여운 ‘요리알람시계’를 사용하면서 주위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주저 없이 그 자리를 일찍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