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꺅!”
큰놈이 비명을 지른다. 나는 번쩍 눈을 뜬다. 쎄하다. 핸드폰 화면을 터치한다. 오전 7시 50분이다. 늦었다.
화장실에 앉아있는데 벌컥, 문이 열린다.
“아빠. 쉬마려”
“아빠 늦었어. 여보!”
나는 아내에게 도움을 청한다. 큰놈은 소변을 보고는 거실에 앉는다.
한창 잘 시간인데 어제 자정쯤 잤는데 놈은 왜 더 안 자는 것일까. 그래도 큰놈 소리에 깼으니 망정이지 지각할 뻔했다. 왜 휴대폰 알람이 안 울린 걸가. 울렸겠지. 기계는 정확하니까. 면도를 할까 말까. 1분도 안 걸리는데 하자, 따위의 생각을 하면서 나는 양치를 한다.
거실에서 뒹굴던 큰놈이 말한다.
“아빠 나 너무 심심해. 놀아줘”
“아빠도 OO이랑 놀고 싶은데 아빠 늦었어”
“아빠 회사 가지 마”
“우구 그래 아빠도 회사 안 가고 종일 OO이랑 놀고 싶어”
“아빠 회사 가는 거 싫어”
급기야 운다.
“아빠도 회사 가기 싫어. 하지만 가야 해.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일이 있어. 너도 크면 알아”
놈은 입을 삐죽 내밀고 돌아눕는다. 나는 그와중에 대충 준비를 마무리하고 놈을 꼭 안는다. 놈은 나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아빠 뽀뽀”라고 해도 숙인 고개를 들지 않는다. 말랑말랑한 볼따구에 내 입을 맞춘다. “아빠 간다”해도 녀석은 여전히 들을 보이고 누운 채다.
“아빠가 이따가 맛있는 거 사올게. OO이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대답이 없다.
도어락을 연다. 삐비빅,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와 큰놈의 목소리가 뒤섞인다. 뭐라는지 잘 들리지 않는다.
“뭐라고?”
“크루아상 사와”
“알았어 아빠가 이따가 맛있는 크루아상 사다 줄게”
문앞에 놓인 신문을 집안으로 던져 넣고 나는 달린다. 웃음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