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섬게임(zero-sum game)이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나요? (알고 있는 사람은 패스. 다음 문단으로 직행.) 영어로 zero sum이라고 적고, '합이 제로'라는 뜻입니다. 합이 제로이면 참여자 중 어느 쪽은 +(플러스)이지만 다른 쪽은 -(마이너스)라는 뜻이지요. 도박판은 보통 제로섬게임입니다. 승자와 패자가 확연히 갈리지요.
스팀잇은 어떨까요? 보통의 주식시장이 그렇듯이, 낮은 가격에 주식을 사서 높은 가격에 파는 사람이 승자이고 그 반대인 경우가 패자라고 본다면, 이런 상황은 제로섬게임이겠지요. 스팀잇은 어떨까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 또는 '코인'은 어떨까요? 쌀 때 사서 비쌀 때 팔면 되는 그런 거래 대상일까요?
만약 그러하다면 그건 전문 투자자의 영역일 겁니다. 언제가 쌀 때일지, 언제가 비쌀 때일지, 앞으로의 전망이 어떨지, 보통 사람이 누가 알겠어요? 하지만 전문 투자자라고 해서 알까요? 한강 가자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 걸까요?
저는 스팀잇 작가로서 이 문제를 살펴보고 싶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사정이 달라질 지도 모릅니다. 상황이 워낙 급변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스팀잇을 중심으로 놓고 보자면 이미 여러 가지 유리한 조건을 마련했다는 점이 눈에 확 보입니다. 우선 상용화(?)된 첫 번째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플랫폼입니다. 이견이 분분하더라도, 스팀잇에는 좋은 컨텐츠가 쌓여가고 있습니다. 이는 필연입니다. 짧게 보면 보상의 크기가 변동이 심하기 때문에 불만족이 있을 수 있지만, 길게 보면 보상은 반드시 뒤따른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사실이거든요. '보상'이라는 게 노력이나 가치에 비례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런 일은 이 세상에 없지요. 보상은 독자의 선호도, 또는 고래의 선호도에 좌우되는 것이 보통일 겁니다. 허나, 제가 강조하고 싶은 건, 어쨌건 꾸준히 노력한 작가에게는 꾸준한 스티머 친구 증가와 꾸준한 보상이 따르고, 그 비율은 시간과 함께 상승하리라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주변에 있는 모두가 0.0001의 보팅파워밖에 없더라도, 나중에는 '모두가' 0.01, 또는 0.1의 보팅파워를 갖게 될 거라는 건 분명합니다. 빠르고 느리고의 차이는 있겠지만요. 보팅을 꾸준히 하는 것만으로도, 당장은 성에 안 차겠지만, 본인의 스팀은 꾸준히 늘어납니다.
저는 코인 또는 '암호화폐'에 대해 전혀 모릅니다. 구닥다리여서 그런지 몰라도 '허상'이라는 생각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계좌에 찍힌 숫자가 아니라 실제로 그 '숫자'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물을 수밖에 없는 입장입니다. 생물학적 나이도 그렇고, 하는 일도 그렇고, 이걸 묻지 않으면 진도가 나가지 않거든요. 예전에(사실 몇 달 되지 않았지요) 유시민 작가가 물었지요? 암호화폐로 뭘 사 본 적 있냐고요? 지금, 최소한 스팀잇에서,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어떨까요? 이미 많은 답변이 있었습니다. 다른 데서는 몰라도, 스팀잇에서는 '실물'을 사고 팔고 있다고, 말이지요. 저는 이 점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스팀잇은 누군가가 따면 누군가가 잃어야만 하는 도박판이 아닙니다. 스팀잇은 제로섬게임이 아닙니다.
제로섬게임의 반댓말은 '윈윈게임(win-win game)'이라고 통칭합니다. 게임 참가자 모두가 승자가 된다는 뜻이지요. 어떻게 해야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요? 참가자가 연루되어 있는 사회 전체가 성장하면 됩니다. 참가자가 치르는 비용 또는 위험부담을 사회가 감내할 수 있으면 됩니다. 요컨대, 생산이 늘어나서 그 전보다 참가자들에게 이익이 더 많이 돌아갈 수 있게 운용되면 됩니다. 이걸 '인플레이션'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가격(가치에 대한 화폐 평가)이 오르면 재화를 지닌 모두가 이익이지만, 동시에 누구나 '재화 가격 상승'(이른바 '물가 인상')이라는 고통을 감내해야만 한다는 거지요. 물론 이 틈에서 재화가 아예 없는 이들은 끊임없이 추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젊은이들이 대표적이고요.
스팀잇 사회에 눈길을 돌려 봅시다. 누가 사회의 '젊은이'(미안하다 ㅠㅠ)일까요? 보팅해도 눈에는 0.000만 보이는 플랑크론일까요? 보상액이 0.0001이라도 감지덕지해야 하는 저 플랑크톤? 아닙니다. 아니라고요???
스팀잇을 아직 시작하지 않은 수많은 이들이 있습니다. 한국에도 거의 5천만 명쯤 됩니다. 이들은 재화가 아예 없습니다. 심지어 스팀잇 아이디도 없어요. 긴 일정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적어도 지금 이 글을 읽는 스티머들은 대장정의 끝에서, 비록 고래는 아닐지라도, 최소한 돌고래는 되어 만날 수 있습니다. 스팀잇은 제로섬게임이 아닌 (지금으로서는) 유일한 블록체인+암호화폐 서비스 플랫폼이니까요.
지금까지 '피라미' @armdown 철학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