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은 정치, 경제, 법체계의 깜찍한 '혼종'입니다.
직접 민주주의에서 약육강식적 절대왕권 처럼 바뀌어가고 있는 PoW 블록체인 이후로,
가지고 있는 표가 얼마나 많은지로 순위를 매기는 PoS 블록체인을 넘어,
대의민주주의 형태로 구조화 되고 있는 DPoS.
또, 이제 기계가 세계를 지배할 지 모르는 세계에 적용될 법한 DAG 까지. (수 많은 변종들은 잠시 내려두도록 합시다.)
인류의 정치 발달과정이 변조 반복됨을 수 년만에 압축해서 보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이라는 (실질적) 디플레이션 화폐(사실, 이젠 자산이 조금 더 어울리겠죠.)부터
가치가 완전히 고정되거나, 인플레이션을 조절할 수 있는 수많은 암호화폐들까지
이전엔 할 수 없었던 수많은 경제 발달과정에서의 실험들을 반복합니다.
이전에 있었던, 혹은 주장만 했었던 수많은 경제 구조는 이 짧은 시간안에 변조 반복 됩니다.
입법과 사법도 블록체인 안에서 결정합니다.
처벌이 없달지, 슬래슁을 한달지, 다운보팅을 한달지,
각 체인마다 각각의 입/사법 실험을 하면서 점차 정밀하게 조정됩니다.
전, 이 단계를 스팀이 겪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치구조와 경제구조를 어느정도 정리한 뒤,
과연 이 '퍼블릭' 블록체인 커뮤니티에서는 어떠한 것이 옳고 그르냐를 판별하는 과정이지요.
의견이 다를 수 있습니다.
모든 영역에는 회색 지대가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다 같은 의견을 가진다면 그 것은 담합이거나, 독재일 것입니다.
살인을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그마저도 트롤리 딜레마로 가져오면 혼란이 옵니다.
이 모든 일은 이 블록체인이 '혼종'이기에, 전 사회의 완벽한 압축판 이기에 나타납니다.
이 모든 논쟁이 감정 싸움 처럼 느껴지는 것은, 심지어 그것에 대한 환멸을 느끼는 것은,
아직 우리는 진정한 민주주의에 대한 경험이 없기 때문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어떤 분들의 말처럼, 저는 이 상황이 발생한 것에 매우 안도감을 느낍니다.
결국, 이 과정은 진정한 직접 민주주의의 현장이며 커뮤니티의 '철학'의 문제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어쩌면 외면했었던, 스팀의 상승에 열광하면서 묻어두었던,
무엇이 정말 중요한 것인가
라는 문제를 드디어 이야기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곳에서는 실제 사회나, 게시판과는 달리 말 뿐만이 아니라 행동(업보팅, 다운보팅)으로도 보여줄 수 있으며,
스팀잇이 셀프보팅과 다운보팅 기능을 다 가지고 있는 것은 커뮤니티의 합의를 온전히 구현하기 위해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역사는 늘 조금 얼굴을 바꾸어 반복됩니다.
여러 번 느꼈지만, '낙수효과' 같은 건 없습니다.
'촛불혁명'이나, 최근 인상 깊었던 '플랜 다스의 계' 같은 행동들이 사회의 합의를 형성합니다.
자신이 믿는 대로 행동하면 됩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책임을 지면 됩니다.
국제 커뮤니티였으면 현재 다른 이슈에서와 같이 바로 고래들의 직접적 행동으로 나타났을 거라 생각하며,
오히려 한국 커뮤니티가 성숙한 상태이기에 이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멋진 칼럼의 문구를 소개합니다.
형식만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랄지 모른다. 성숙한 민주주의는 그렇지 않다. 절차를 먹고 자란다.
절차를 먹고 자란 스팀 커뮤니티의 합의가 행동을 통해 표출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