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인터뷰] 김성구 이화여대 명예교수
약천사藥泉寺. 경남 함양에 자리 잡은 절. 김성구(73)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은퇴 후 공부와 수행을 병행하기 위해 이화여대에서 교수로 퇴직한 아내와 지난 2004년에 건립했다. 대웅전에서 내려 본 안대는 10여 km 떨어진 장안산 자락까지 보였다. 이곳은 그가 주인으로 있는 ‘불교 과학아카데미(http://cafe.daum.net/healingwell)’ 회원들의 공부와 수행 공간이기도 하다.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미국 워싱턴대학교에서 이론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이화여대에서 교수로 재직한 후 퇴직하고, 동국대 불교학과에 학사 편입해, 석사까지 마쳤다. 그가 최근 『아인슈타인의 우주적 종교와 불교』(불광출판사)라는 책을 썼다. 대학 때 『수능엄경』을 읽고 불교의 매력에 빠졌던 그가, 50여 년이 지나 물리학자의 눈으로 불교의 핵심 개념을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뷰 전날에도 대전광역시 올연선원에서 불교와 과학을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던 그는 이 책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현대 과학의 용어로 풀어 설명하고, 불교가 아인슈타인이 말한 ‘우주적 종교(cosmic religion)’에 부합하는지 살폈다.
| 불교는 우주적 종교인가
- 아인슈타인이 말한 우주적 종교는 무엇인가요?
“아인슈타인은 미래의 종교는 교리가 과학적으로 뒷받침되고, 과학자와 예술가에게 영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조건을 만족시키는 미래의 종교를 ‘우주적 종교’라고 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우주 종교적 감성(cosmic religious feeling)이란 인간이 갖는 그릇된 욕망의 허망함을 깨닫고, 정신과 물질 양쪽 측면에서 나타나는 질서의 신비와 장엄을 느끼는 것이고, 이 느낌은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 불교는 우주적 종교에 부합한다고 보시나요?
“불교는 우주적 종교의 가장 강력한 후보이긴 하지만, 아직 우주적 종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 왜 그러죠?
“교리가 과학적이어도, 그 종교를 따르는 신도들이 계를 잘 지키고, 바르게 수행해야 합니다. 불교는 부처님의 수행과 가르침, 그리고 신도들의 신행이 결합되어야 합니다. 신도들이 ‘내 자식 대학 붙게 해주세요’ 라고 신행한다면 그것은 샤머니즘이라고 봅니다. 반드시 신도가 바르게 생활해야 우주적 종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바르게 생활해야 한다는 것은 무엇인가요?
“팔정도八正道입니다. 우선 말도 바르게 곱게 쓰고, 남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또 자기가 맡은 일은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대학 교수라면 열심히 연구하고, 제자들을 잘 가르쳐야 합니다. 그런 것이 바르게 생활한다는 것이고, 불교를 신행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생활 없이 좌선하고 기도하는 것은 허망한 것입니다. 이런 생활 바탕 위에서 마음이 안정되고, 맑아지니 정定에 들 수 있는 것이고, 깊은 선정禪定에 들어야 지혜가 싹트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사물의 참모습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 영화 매트릭스에서 나오는 것처럼 교수님은 사람들이 잘 짜여진 틀, 매트릭스 안에서 살고 있다고 하셨고, 그 매트릭스 안에서는 다 고통일 수밖에 없다고 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고성제를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나는 전혀 괴롭지 않은데 왜 삶이 괴롭다고 하지?’ 묻습니다. 만약 매트릭스 밖에서 매트릭스 안에 있는 사람들을 볼 때 어떤 생각이 들까요? 당연히 ‘고’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욕망과 편견의 매트릭스 안에서 갇혀있는 사람들은 알 수 없을 겁니다. 불경 전체를 요약하면 우리들은 매트릭스 안에 갇혀있고, 붓다가 보는 세상은 매트릭스 밖의 세상입니다. 붓다는 매트릭스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알려준 것입니다.”
- 보통의 사람들은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매트릭스 안에서도 큰 걱정 없이 생활합니다.
“부처님께서 우리들을 ‘가죽끈에 묶인 개’로 표현하셨어요. 그것이 나의 욕심과 탐욕과 업에 부자유한 것입니다. 업이 마치 컴퓨터 프로그램처럼 내 마음속에서 작동해서 내가 로봇처럼 욕망에 끌리는 삶을 사는 것인데, 거기서 벗어나라는 것이 고성제입니다. 가죽끈에 묶인 상태에서는 아무리 맛있는 것을 먹어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끈을 풀어라’는 것입니다.
| 나와 우리는 매트릭스 안에 갇혀있다
- 매트릭스 안에서 나오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팔정도八正道입니다. 부처님께서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불교는 사물의 진실을 보는 것입니다. 사물의 진실을 보기 위해서는 연기의 이치를 깨달아야 합니다.”
- 교수님은 연기의 이치를 깨닫기 위해 ‘사건 중심의 세계관’을 말씀하십니다. 이는 기존 우리들의 사물을 보는 ‘존재 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하셨습니다.
“‘사건 중심의 세계관’은 소광섭 교수가 처음으로 썼는데, 불교의 세계관을 설명하는 데 아주 적합한 말입니다. 세상은 사건의 바다입니다. 모든 것은 사건입니다. 예를 들면 번개가 쳤다면, 번개가 친 것이 아니라, 번개 친 사건이 일어난 것입니다. 비가 온다면, 비라는 것이 있어서 오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사건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 사건 중에서 어떤 특정한 인과를 갖고, 일정한 시간에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이어지면, 우리는 거기서 무엇인가 존재한다고 봅니다. 예컨대 10년 전에 나는 10년 후의 나와 전혀 다릅니다. 불교식으로 이야기하면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 중에서 같은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전혀 다른 물질이 됩니다. 그럼에도 10년 전에 일을 내가 책임져야 하는 것은 인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게 연기입니다. 연기를 시간적으로 말하면 인과입니다. 10년 전 어떤 사건이 꺼지고 새로운 사건이 일어나고, 계속 파도가 치듯이 사건들이 꺼지고 이어지면서 ‘나’라는 사건이 여기 서 있는 겁니다.
- 세상을 사건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인가요?
“그렇습니다. 그것을 『잡아함경』에는 ‘업은 있되 행위자는 없다’고 합니다.”
- 우리는 일상에서 사건으로 보지 않고, 존재 중심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세상을 존재 중심으로 본다면, 영원불멸입니다. 그러면 세상의 흐름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불교와 상대성 이론 외에는 다 존재중심으로 봅니다. 그래서 집착이 일어납니다.”
- 경전에 나오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 우화의 중도 이치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아주 비슷하다고 하셨는데, 어떤 점에서 유사성이 있을까요?
“상대성 이론은 나와 다른 속도로 운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은데, 그들이 나와 시간의 길이가 다르다는 겁니다. 내가 1년이라고 하면, 저 사람은 1초밖에 안 걸렸다고 생각할 수 있고, 우주여행을 하는 사람은 한 달밖에 걸리지 않았는데, 지구에서는 2천 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럼 누가 옳은가, 하면 다 옳습니다. 다만, 상대적인 관점이 달랐을 뿐입니다. 부처님께서도 육사외도六師外道를 만난 후 하신 말씀이, 그 사람이 틀린 것이 아니고, 그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 말이 맞다, 다만, 그 사람의 한정적인 시간과 관점에서만 맞다, 그것을 모르고 보편적인 진리라고 생각하는 것, 바로 그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예컨대 죄를 지은 사람을 대할 때 경찰과 판관은 법대로 집행하고, 정신과 의사라면 환자로 보고, 종교인이라면 무지를 깨우쳐주어야 할 것이고, 어머니라면 불쌍해 감싸 안고자 하는 태도가 있습니다. 여기에 누가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 각자 위치에서 충실한 것입니다.”
| 중도와 상대성 이론의 연결점
-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우리의 일상에서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군요.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관찰자의 입장에 따라 까마귀가 먼저 날고 배가 나중에 떨어졌다는 사람이 있고, 배가 먼저 떨어지고 까마귀가 나중에 날았다는 사람도 있고, 까마귀와 배가 동시에 날고 떨어졌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셋 중에 누가 더 옳은 것이 아닙니다. 다 가능합니다. 그런 관점을 이해하면, 상대방이 어떤 입장을 주장하고 행동할 때 ‘아, 이 사람은 이 범위 내에서 말하고 있구나’ 하는 관점을 갖게 되면, 이것이 남을 이해하고 관용을 베풀어야 할 근거가 되는 겁니다.”
- 상대성 이론이 중도中道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요.
“중도는 과학적으로 상대성 이론보다 더 큰 개념입니다. 중도는 상대성의 의미와 조화의 의미, 또 불이不二의 의미가 있습니다. 경전에 나오는 거문고 줄 이야기는 조화이고, 상대성은 사물을 보는 입장에 따라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고, 불이는 사물을 이분법으로 나누어 한쪽에 집착하지 말라는 겁니다.”
- 종교의 진리가 갖고 있는 공통성은 있을 겁니다. 그것 외에 불교가 궁극적 진리로서의 가치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바로 연기법입니다. 세상은 연기의 이치로 돌아갑니다. 삶과 죽음도 연기로 설명됩니다. 불교계에 윤회를 부정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는 연기법을 알지 못해서 그런 겁니다. 연기법은 그 자체로 윤회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연기법을 인정한다면 윤회를 부정할 수 없습니다.”
- 연기법과 윤회의 관계를 좀 더 설명해주십시오.
“연기는 사건이 계속 일어나고 꺼지는 것입니다. 바닷물의 파도가 멈출 수 없듯이, 사건이 꺼지고 일어나는 것은 끝날 수가 없습니다. 그것이 바로 윤회입니다. 그중 어떤 특정한 성질을 가지고 꺼지고 이어지는 것입니다. 모든 존재는 가립假立된 존재, 가유假有일 뿐입니다. 제가 만 73세인데, 73년 동안 같았던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그렇게 사건이 꺼지고 이어지는 것이 윤회입니다. 윤회의 과학적 검증은 거의 끝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단지 사람들이 아직 우리의 일상적 경험과 맞지 않으니까, 믿지 않을 뿐이죠. 편견이죠. 그래서 받아들이지 않은 것입니다. 언젠가는 받아들일 때가 올 것이라 믿어요.”
- 교수님은 연기법을 말씀하시면서 나와 우주의 관계를 언급하십니다. 나는 어떻게 우주와 연계될 수 있는가요?
“제가 말한 우주는 모든 사물을 말하는 것입니다. 모든 사물이 연결되어 있고, 그 사물과 내가 연결되어 있는 것입니다. 단지 내 인식이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것일 뿐입니다. 우주에서 뭔가 하나를 끄집어내려면 우주 전체가 따라 나오게 됩니다. 따로 떼어낼 수 없어요. 나와 나 아닌 것을 잘라낼 수 없는 것입니다. 일체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다못해 백억 년 전에 일어난 별의 폭발마저도 지금 내 삶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왜냐면 지금 여기에 있는 물질들은 태양계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 별에서 나온 것이거든요.”
| 매일 팔정도를 행해야 하는 이유
- 세상에 연결되지 않은 것이 없겠군요.
“없어요. 다 연결되어 있습니다.”
- 그런 시각으로 우리의 삶을 본다면 우리들은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할까요?
“그것은 부처님께서 분명하게 말씀하셨어요. 나는 아주 소중한 존재다. 나라는 존재가 만들어지기까지 우주가 백억 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고, 이 넓은 공간이 필요할 정도로 모든 것이 나 하나 만들기 위해 공들였습니다. 그만큼 내가 소중한 존재라면, 남도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논리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내가 고귀하고 소중한 존재인데, 그런 모습으로 살아가야죠. 부처님께서는 쌍소리하고, 거친 행동을 하면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세요. 나는 그만큼 귀한 존재고, 남도 그렇습니다.”
- 나는 아주 귀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고, 이를 일상에서 지속하려면 어떻게 해야죠?
“팔정도를 매일 행해야 합니다. 꾸준히 노력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업이 있기 때문입니다. 옆에서 다른 길을 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서 공부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해야 합니다. 『붓다브레인』을 쓴 릭 핸슨과 리처드 멘디우스가 한 말이 있습니다. 한 방울은 아무 힘이 없지만, 백만 년이 지나면 그랜드캐니언을 뚫듯이 우리의 현재 하는 말과 행동 하나가, 지금 이 순간 우리 뇌의 시냅스synapse를 바꾸어놓습니다. 이 시냅스가 계속 쌓이면 일생 동안 엄청난 효과를 갖고 옵니다.”
- 현재 새로운 업을 쌓으면 과거의 업은 작용하지 않는다는 뜻인가요?
“경전에 인도의 고승 나가세나가 밀린다 왕에게 한 말이 있습니다. 돌을 바다에 던지면 그 돌멩이는 아무리 작아도 바다에 빠집니다. 그러나 큰 돌이라도 배에 실으면 돌은 빠지지 않습니다. 아무리 작은 업도 그 과보를 받게 되지만, 큰 업도 지금 현재 선행을 행하고 선업을 쌓으면 업의 과보를 받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 교수님께서는 보통의 불자들이 기도하는 것을 ‘단일방향으로 작용하는 인과율’이라고 하고, 기도가 ‘상호인과율’이 되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예를 들어봅니다. 할머니께서 부처님께 기도하는 데 내 자식 잘되도록 기도합니다. 상호인과를 생각하지 않고 부처님께서 나에게 복을 주리라, 하고요. 기도를 순수한 마음으로 하다 보면, 내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됩니다. 사람은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릅니다. 그래서 우선순위를 잘 못 정합니다. 마음이 혼란스럽죠. 인간의 불행은 첫 번째 우선순위를 위해 두 번째, 세 번째를 버릴 수 있는 용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기도를 하면 첫 번째 우선순위가 나오고, 그 우선순위를 위해 나머지는 버릴 수 있는 마음의 자세가 갖추어집니다. (기도의) 정성을 쏟으면 지혜가 싹트게 됩니다. 주변을 청결하게 하고, 뇌의 호르몬과 시냅스가 정성스런 사람이 됩니다. 물론 상호인과를 알고 팔정도 수행을 하는 것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계속하면 어느 날 상호인과를 알게 됩니다. 꼭 기복을 나쁘게 볼 필요는 없습니다.”
| 초기든 대승이든 계율이 뒷받침되어야
- 상호인과율의 기도는 어떤 것인가요?
“기도할 때의 자세가 달라집니다. 기도 자체가 나에게 영향을 줍니다. 내 마음을 바로 맑게 만들어줍니다. 결국은 연기이기 때문에 상호인과의 작용으로 기도를 정성으로 하면 내가 편하고, 내가 편하면 지혜가 생기게 됩니다. 지혜가 생기면 파랑새 쫓는 일은 하지 않게 됩니다. 예를 들면 돈을 벌게 해달라고 간절하게 기도하고 빌다 보면, 그 간절한 것을 달성하기 위해, 주변을 청결하게 하고, 내 마음을 살피는 일이 반드시 생깁니다. 바로 그 내 마음을 살피는 것이 상호인과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그때 비로소 내가 진정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됩니다.”
- 교수님께서는 물리학자로서 대승경전과 초기경전, 두 가지를 모두 읽고 계십니다. 특히 대승경전을 읽을 때 ‘양자 얽힘’으로 읽으면 호기심이 일어나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양자 얽힘’은 입자 두 개가 우주의 양 끝에 있더라도 하나라는 것입니다. 이곳에서 일어난 일이 즉각적으로 저곳에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양 끝에 있더라도 한 몸인 것입니다. 우리는 세상을 이분법으로 보고, 너와 나를 나누어봅니다. 꿈에서는 꿈이 다 현실입니다. 이런 꿈에서 보면 대승경전은 그냥 소설 같습니다. 그런데 ‘양자 얽힘’과 같은 이치가 있다고 보고 ‘깊은 선정 속에서 바라본 시각에서 경전을 썼구나’ 하고 바라보고 읽으면, 그때 보이지 않은 문장들이 보이게 됩니다. 그렇게 보면 『화엄경』과 『법화경』에 나오는 이야기를 다시 읽게 됩니다. 중요한 점은 그런 과학적 시각과 깊이 있는 통찰도 계행이 부족하면 그런 눈이 떠지지 않습니다.”
- 법당에 니까야가 있던데, 지금 읽고 계신 경전은 어떤 경전인가요?
“주로 초기경전인 니까야를 읽고 있습니다. 또 『금강경』을 다시 읽고 있습니다. 지금 마음속에 염두하고 있는 것은 『화엄경』과 『열반경』입니다. 경전은 아니지만, 뇌과학 분야를 읽고 있습니다.”
- 최근 불자들이 니까야를 많이 읽는 이유도 부처님의 말씀을 직접 듣는 느낌 때문인 것 같습니다. 대승경전은 어떻게 읽고 계신가요?
“『법화경』에 나오는 제법실상諸法實相, 일불승一佛乘 등등의 개념은 니까야에서 찾아볼 수 없는 내용입니다. 대승경전은 굉장히 매력이 있습니다. 『화엄경』의 법계연기法界緣起와 여래성기如來性起 등은 사실 근원을 찾아보면 니까야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그렇게 펼쳐놓은 것은 대승경전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초기든 대승이든 계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상누각일 뿐입니다. 계행이 부족한 사람이 경전의 내용을 이야기하면 듣는 사람은 귀담아듣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