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심규동 <고시텔>
20대때 고시원에 거주했던 적이 있다. 7개월 남짓 되는 기간이었다. 사진처럼 발뻗기도 힘든 곳에서 살았다. 그곳의 열악함을 폭로하는 글이 아니다. 내가 있었던 곳은 대학가의 고시원이 아니었다. 그곳에 또래는 거의 없었다. 청춘을 진작에 졸업한 중년이상의 아저씨가 대부분이었다. 주로 막노동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서로 사이가 좋았다. 평상시엔 바둑을 두며 낮시간을 떼웠고, 국가대표 축구가 있는 날이면 같이 경기를 보며 응원을 하거나 삼겹살을 구워먹기도 했다. 물론 난 나이대가 맞지 않아 지켜보며 인사나 하며 지내는 쪽이었다.
그들을 타자화하며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당시엔 나도 취업준비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택배 아르바이트를 했었기에 비슷한 처지였다. 즐거움이 없지는 않았지만 주로 헥헥대던 나날들이었다. 그때 비트코인에 투자했다면 좋았을 것을. 그때 내가 아는 것이라곤 로또밖에 없었다. 매주 5천원씩 긁는 로또가 희망이고 낙이었다. 다른 아저씨들도 마찬가지였다. 로또 추첨이 있는 토요일만 되면 “7 나왔지? 내가 뭐랬냐?” 라며 목소릴 높이곤 했다. 난 그걸 보며 웃었다. 철저히 랜덤으로 뽑는 번호를 뭐하러 분석한담? 하는 입장이었다. 난 나중에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하면서. 모순이었다.
그들은 아직도 로또를 하며 지금보다 나은 삶을 꿈꾸고 있을 테다. 그러면서 그것이 단지 백일몽에 지나지 않음도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잠깐 몸담았던 세상이지만, 그들은 아직도 그곳에 있을 것이다. 흘러간 추억을 미화하고, 하루하루 늙어가는 자신들 처지를 원망 하면서, 때론 술잔을 기울이기도 하면서 그럭저럭 살아나갈 것이다. 그곳이 질척거리는 세상이며 지옥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 못한 삶을 사는 사람들도 무수히 많을 것이다. 아무런 희망이 없고 가진것도 없어 로또에만 기대는 사람들. 아니면 그조차 안되는 사람들.
나또한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어렵게 살아왔다. 딱히 내가 흙수저라 그런 것은 아니다. 이유가 있지만 기회가 될 때 밝히겠다. 대학졸업자이며 나이가 젊다는 것 이외엔 그 사람들과 하등 다를 바 없는 인간이다. 내 미래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암호화폐를 알게 된 것이 나에겐 축복이었다. 이번주에 7이 나올지, 10이 나올지 찍고나서 “내가 뭐랬냐”고 우기는 일상보다는 어떤 알트가 상승률이 좋을지 예상하고 투자하는 지금의 일상이 낫다. 적어도 분석과 추론이 가능한 영역이고, 성공 가능성도 월등히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몇백만분의 일인 신의 영역에서 확률을 가늠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인간의 영역인 곳으로 내려온 것이다.
스팀잇에 좋은 글은 넘쳐난다. 암호화폐 분석과 추론들. 맛집 이야기와 세상사는 이야기. 하지만 수없이 존재하는 도시노동자들의 생활과 고시원의 질척거리는 일상에 대한 이야기는, 없지는 않겠지만 찾아보기 힘들다. 나보다 고생한 사람들? 수없이 많은 것이다. 적어도 스팀잇에만도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굳이 그런 소재로는 글을 쓰지 않는다. 왜냐면 우울할테니까. 이제부터 내가 겪어온 고생담을 이야기하려 한다. 주저앉고 쓰러지고 비틀거리다가 포기한 이야기 그러다가 다시 일어선 이야기 등등.
헬조선 담론과 수저계급론이 정론이 된 마당에, 밝고 신나는 이야기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어둡지만 진실인 이야기가 많을 것이다. 우울해도 도움 되는 주제가 있을 것이다. 민낯을 드러내는 글이 필요할 것이다.생각나는 대로 살아오며 겪은 고생담을 풀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