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충이 하나의 용어로 자리 잡은 것 같다. 워낙 xx충이라는 말이 흔하긴 하지만, 혐오의 함의가 담겨 있는 그런 용어의 탄생은 사회 현실을 담고 있을 것이다. 안그래도 힘빠지는 하락장에 짜증을 더 보태는 글이 될지 모르겠다. 그래도 한번 써보고 싶었다.
국내 코인투자자가 330만이라고 한다. 이들은 똘똘 뭉쳐 정부의 멍청한 대응을 성토하는 중이다. 이들은 이전엔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12월 폭등장 이후 정부의 뻘대응과 뻥카가 이어지면서 관심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가상화폐’는 연일 뉴스의 메인을 장식 중이고, 포털 사이트도 거의 장악했다.
코인과 관련 없는 대형 커뮤니티에서도 코인을 주제로 밤낮없이 싸워댄다. 치고받고 물어뜯고 할퀴면서 진흙탕 개싸움을 벌어진다. 코인투자자와 비투자자로 나뉜 싸움인데, 물론 화력과 크기 면에서 비투자자 집단이 우세하다. 이들은 별다른 이해 없이 코인투자자를 싸잡아 매도하며 비난을 쏟아내는 중이다. 조롱이나 도발도 서슴지 않는다. 집단포화와 응전이 일상이다보니 양쪽이 똘똘 뭉쳐 하나의 집단처럼 되어버렸다.
혹시나 싶어 코인충이란 말이 있나 싶어 찾아보았다. 있다. 하긴, 왜 없을까 싶다. 코인에 미쳐 노동의 가치를 무시하고 한탕주의만 꿈꾸는 도박쟁이 정도로 묘사된다. 이 정도는 아주아주 순화한 표현이다. 범죄자나 인간쓰레기로도 묘사된다. 슬픈 일이다. 몰이해와 식견 없음과는 다른 차원의 슬픔이다. 사회에 또다른 분열이 생겼다. 새로운 곳에서 균열이 일어났다.
예전엔 젊은층과 노인층, 남성과 여성, 진보와 보수, 빈자와 부자와 같은 서로 다른 집단의 대결 양상이었다. 다른 집단을 혐오하며 물고 뜯었지만 동일집단 내의 싸움은 적었다. 같은 집단 내에선 서로를 이해해주었다. 하지만 ‘코인충’과 그 밖의 다른 이들은 소속집단을 명확히 할 수 없다. 아마 젊은층일 테고, 이념은 진보에 가까울 테고, 재산은 많지 않은 계층일것이다. 예전이라면 ‘같은 편’(참 쓰기 싫은 표현이지만)에 속했을 집단이다. 서로 포용해주었을 흙수저 안에서의 대척이다.
암호화폐가 법정화폐의 자리를 차지할지는 모르겠다. 공인된 자산이나 대안화폐쯤으로 정착할지도 모른다. 블록체인기술이 어떤 형태로든 채택되지 않고 사라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결과가 어떻든 대립이 심화될 것이다. 기존 통화파와 암호화폐파와 같은 식의 대결구도가 생겨 끝없는 소모전이 이어지지는 않을까 싶다. 끔찍하다.
물론 뻔한 싸움이다. 새로운 기술을 막을 수는 없고 사회 변화는 호미로 막아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전의 그 대립에서 받게 될 상처와 후유증이 두렵다. 물론 이기게 될 쪽은 내가 속한 쪽이겠지만, 싸움이 썩 즐겁지는 않을 것이다.
코인충이라는 말을 만들고 도박 프레임을 씌운 이들이 안타깝다. 자기가 잘 모르는 분야를 무시와 편견으로 깎아내리는 건 속편한 일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돌이켜보면 조금 슬프지 않을까. 어떤 현상을 이해하지도 못한채 마냥 혐오하는 행위는 멈춰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