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리적 오류에 대해 연재해보려고 합니다.
글을 쓸 때도 대화를 할 때도 사업을 할 때도 연구를 할 때도 논리가 필요합니다.
얼핏 논리적인 것 같지만 오류를 가지고 있는 논리들을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지난 글
1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2 선결문제 요구의 오류
3 흑백사고의 오류
4 전건 부정의 오류
5 후건 긍정의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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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학과 현실의 관계에 대한 단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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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뜬구름 잡는 학문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실에 쓸모가 없다는 뜻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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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학은 철학의 분과입니다.
논리학도 뜬구름 잡는 학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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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연재에서 들었던 예시를 다시 가져와 보겠습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시즌 무패하면, 그 팀은 그 시즌에 우승한다.
맨시티는 이번 시즌 우승하지 못했다.
=> 맨시티는 이번 시즌 패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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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화 해보면
P -> Q
~Q
=> ~P
이런 형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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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논증입니다. 구조적으로는 문제가 없죠.
그런데 전제가 틀렸습니다. 무패여도 다른 무패인 팀이 있고 골득실에서 밀리면 우승을 못 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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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학에서는 타당함Validity과 건전함Sound을 구분합니다.
타당성은 현실이랑 상관없이 구조만 따지고,
건전성은 현실을 고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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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당성은 전제가 참인지 거짓인지 상관하지 않습니다.
논리 공식에 들어맞으면 타당하다고 판단합니다.
형식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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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거짓 전제에서 거짓 결론을 이끌어내도, 논리적 과정 자체에 문제가 없으면
타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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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나는 귀엽다.
귀여운 사람은 일찍 죽는다.
=> 나는 일찍 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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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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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논증은 타당합니다.
전제도 거짓이고 결론도 거짓이지만
논증의 구조에는 문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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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건전하지 않습니다.
전제가 거짓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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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성은 전제의 참/거짓을 따집니다.
여기서! 현실과 관계를 맺게 됩니다.
참/거짓을 따지는 기준은 현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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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제의 참/거짓을 따지는 일은 논리학의 주된 관심이 아닙니다.
전제들이 결론을 잘 뒷받침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냐, 즉 '타당성'이 논리학의 주 관심사죠.
그래서 논리학이 뜬구름 같다고 느끼실 수 있습니다.
네, 논리학은 엄청 형식적이고 현실이랑 별로 관련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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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현실에 도움이 안 되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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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보다가
공부에 대한 생각이 바뀐 적이 있습니다.
무슨 소설인지는 잘 기억이 안나요 ㅠ 아마 상실의 시대였던 것 같습니다.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에게
너는 왜 그렇게 수학을 좋아하냐,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수학 공식 같은 거 다시 쓸 일이 있겠느냐
라고 묻습니다.
남자 주인공은 자신에게 수학은 일종의 훈련이라고 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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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공식을 나중에 다시 쓸 일이 없을 가능성이 크지만,
수학 문제를 풀면서 수학적인 근육 같은 것을 기를 수 있고
공식은 잊힐지라도 수학적 근육은 계속 남아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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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수학적 근육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통계를 빨리 배울 것이고,
주식을 해도 유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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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공부는 훈련입니다.
사실 배운 것을 그대로 써먹는 경우도 있지만,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서 응용이 필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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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학이나 철학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수학 공식이 현실에 쓸 일이 없을지 몰라도
수학 공부는 현실에 도움이 됩니다.
논리학 공식이 대체 이거 어디에 쓰지 싶을지라도
논리적 훈련은 현실에 도움이 됩니다.
철학도 그렇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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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논리학 자체는 타당성을 따지는 완전 형식적이고 현실이랑 관련이 없는 학문이지만,
논리적 훈련을 통해 현실의 문제를 다루는 능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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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에서는
논리를 사용하여
현실의 문제들을 비판해보는 글을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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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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