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은 취업했다.
바로 지난 월요일부터, 풀타임 노동을 시작했다. 파산 직전이라 이곳 저곳 가리지 않고 이력서를 넣었는데 그중 제일 생각없이 넣은 곳에서 일을 시작하게 됐다. (정확히 내가 무슨 일을 하는 것인지, 면접 볼 때 면접관들의 말을 들으며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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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은, 어쨋거나 최저임금보단 훨씬 더 주는 곳이며, 어쨋거나 노동법을 잘 지키는 곳이며, 어쨋거나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는 업무이며, 어쨋거나 썩 괜찮은 사람들과 일한다는 것.
단점은... 재계약 없이 고작 12월 31일까지만 일한다는 것과 9시 출근이라 새벽 4시에 자던 사람이 단시간에 적응하기엔 너무 힘들었다는 것... 등이 있다.
웬만하면 매일매일 글쓰기로 마음 먹었던 게 불과 일주일 여 전인데, 아직은 힘든 업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퇴근 후면 바로 뻗어서 뭘 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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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했던 다른 일들- 관심 있는 업무거나, 이거라면 일로써 어느 정도 잘할 자신이 있다 하는 곳들은 서류 통과도 못하고 떨어지는 바람에 온갖 잡생각이 다 들었다.
인생 헛살았다 대충 살아왔다부터 시작해서 그 뭐 있잖나, 딴짓하지 말고 학교나 열심히 다닐걸, 사진이고 예술이고 나발이고 취업준비나 열심히 할 걸 이런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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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정도 엉망으로 살다보니 열등감만 커졌다.
인생에 도움도 안되고 쓸모도 없는 건, 지난 몇 년 간 내가 작업해오고 활동해왔던 그런 경험이 아니라 이러한 열등감 자체일텐데 머리로는 이해를 해도 속은 자꾸만 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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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