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10년전이다.
나의 20살
스무살의 011, TTL이 끝나갈 무렵. 응답하라2008
이상스럽게 나는 티벳불교, 정확하게는 티벳의 밀교가 궁금했다. 그쪽 스님들은 몰래몰래 뭘 한다던데? 하는 그런 단순한 관심?
그러다가 티벳의 성산 카일라스(수미산)산을 오체투지로 순례하는 사람들의 다큐를 보면서 '아놔 이건 가야겠다'는 돌이킬 수 없는 마음이 들었다.
혜초여행사의 인도,네팔 상품들은 학생으로선 감당할 수 없는 가격이었다. 특히 티벳은 더!! 그당시만 해도 칭짱열차도 없었다.
아무튼 그래서 이래저래 찾다가
히말라야여행동호회라는 다음까페에 가입했다.
눈팅을 하다보니,
카일라스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뭔가 비슷해보이는 네팔 히말라야를 싼 값에 갈 수 있는 팀을 모집한다는 글을 봤고 신청했다.
160만원 정도였다.
과외를 하고있긴 했지만, 쓰기도 모자란데 그정도 저축이 있을리가. 온갖 진상짓을 한 끝에
언니가 펀드를 깨줬다........
그리하여 출 바 알ㅋㅋㅋ
*다녀와서 현자인 척 쓴 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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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디에 돈을 내면 여행사 패키지 처럼 다 해주는줄 알았는데 여긴 쫌 아니었다.
사전 미팅을 가져서 날씨는 어떤지 무엇무엇이 필요한지 브리핑을 해주셨지만..
나외의 분들은 백두대간을 뛰시던 초 산악인분들과 건강한 체격의 분들.
평소 등산..?은 어림없고 걷는것도 짱나하던 난
등산화부터 시작해서, 스틱, 아이젠, 등등........듣도 보도 못한 등산 장비들과
4000m를 오를때대비한 고산병까지 준비하여야했었던던던것이었던것이다.
내 나이 스무살에. 백두대간 다니시는 산악인분들과 히말라야를 오른다는 사실이
어쩌면 매우 무모했을수도 있지만! (왜냐하면 매우 민폐가....)
거길가느니 그돈으로 코수술을 해라..하는 등등의 온갖만류에 도 불구하고(눈물한번 닦고)
환불이 안됐으니깐요
쨌든
나는 평범한 체력으로 안나푸르나를 다녀왔다.
다들 오해를 하시는데 엄홍길대장님처럼 봉을 정복하는것이 아니고, 그 봉이 가까이 보이는 베이스캠프까지 걸었다는 것이다.
어떠한 특별한 목적이 있었다기보다는. 그냥 방학이니까 여행을 하고싶었고,
이 넓은 땅중에서도 내가 젊을때 해서 가장 유익할만한 곳을 찾고싶었다.
스무살이 아니면 안되는것
이 있을까..?
물론
십년후에도, 이십년후에도 여건이 된다면 오히려 지금보다 더 쉽게
갈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또 헥헥되면서 기어올라가겠지만 쨋든 지금은^^
더 여유있게, 충분히 준비를 하고 갈수도 있었지만
준비를 부족하게 해서 잃은것보다 내가 어려서 배울수있던점이 더 컸던 것 같다.
나는 정말 정말 받고만 온 것 같다.
혼자 저벅저벅 걸으며 사색에 잠기기보다는 풍경을 나누는것이 더 좋을것같다.
그러니까 동호회같은데 섞여서.
나는 정말 운이좋게도! 너무 너무 좋으신 분들만 만났다.
쳇 난 성악설인데..................!나도 좋으신분이 되야지.히히
잘했다 생각한다
마음을 가득가득 꽉꽉 채워온 기분
앞으로 변하는것이 아무것도 없다하여도
지금은
세상을다가질수있다생각하기
다 가져봐야 그것의 쓸모없음을
알 수 있다 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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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귀엽다.
세상을 다 가지다니 미쳤다.
그리고 좀 소름 돋는 건 10년이 지났는데도
말투가 똑같다는 것
일정은 이러했다.
그리고 여름에 등산가면 거머리있댔다.
참고!!! 겨울이 성수기!!
1.2 인천->광저우 (1박) 비행기 고장으로 회항
1.3 광저우->카트만두
1.4 타멜->래프팅->포카라(생명을 건 래프팅)
1.5 fish tail(인생 최고의 롯지)->phedi->dhampus
1.6 dampus->jhinu danda
1.7 jhinu danda->himalaya hotel
1.8 himalaya hotel->deurali->machapuchhre base camp
1.9 mbc->abc->himalaya hotel 꼭대기!!!
1.10 himalaya hotel->simuwa->chomrong
1.11 chomrong->ghandruk->tandapani
1.12 tadapani->deurali->ghorepani->poon hil-0>ghorepani
1.13 ghorepani->ulleri->birethanti->nayapul->fish tail
1.14 난민촌
1.15 포카라->타멜
1.16 스와얌부나트 덜발광장->공항
1.17 카트만두->광저우->집
10년 지났지만 이름들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날의 절실한 목적지였으니까!!!ㅋㅋ
*다음은 산에서 쓴 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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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트래킹을 시작했다.
왕 무장을 하고 걷고 또걷고 또걷고.
백담사를 열번은 왔다갔다했을 거리.. 게다가 계단과 계단사이가 너무 넓어서 힘들었다.
그래도 눈쌓인 안나푸르나의 봉들을 옆구리에끼고 했던 산행은 ! 질질 흐르던 땀의 축축함보다 유쾌했다
올라가면서 sweet!sweet!을 외치는 아이들. 땔감 나르는 아이들..등등을보았다. 첫날이라 그런지 몰라도 이정도 풍경속을 걷는거라면 !
몇시간을 걸었는지도모르게 걷고 쉬고하면 롯지에 도착했다. 산장이다.
침낭만 피고 나무침대에 누워서 추위에 벌벌 떨며 난 잔것이다. 별은 참 밝다.
올라갈땐 이 높이에서 뛰어내리면 얼마나 부서질까 하는 상상을.
내려갈땐 미끄러지면 아프려나 하는 상상을 오백번은 하는것같다.
안나푸르나 등산이라하여 난 그냥 무작정 올라가는 것인줄 알았는데 기껏올라간것을
관절이 꺽꺽댈정도로 다시 내려왔다가...무한반복시스템이었다..........ㅜㅜ주식이야 뭐야
그나마 해가 안드는곳을 걸으면 낫지만 해가 쨍쨍한 곳을 걸으면 정말 오만 생각이 다든다.
고작 이틀째인데!!!!!!!만보계를 달았으면 터졌을거다.
극극 하드코어를 넘어서 초인급이다 이건. 오르고 또 오르면 못오를리 없건만은!개구라
야간산행.. 앞에 한무리의 사람들이 숙소를 점령하는바람에 예정에 없이 야간산행을 하게되었다.
머리에 헤드랜턴을 달고 한걸음 한걸음 조심히 걸었다. 정말 한번 삐끗하면 벨벨 굴러떨어질 그런곳을!
정말 도착하고서 울 뻔 했다.
mbc(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도착 후 자고
아침일찍일어나서 고도 4000m이상의 abc를 향하였다.
아마 매우매우 추워서 죽을뻔 하였던 것 같다.
그 외엔 무릎이 쑤시고 콧구멍이 자꾸 커지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정도
아무튼 트래킹 5일차만에 드디어 abc!
정상에 서서 안나푸르나 봉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동안의 노고가 아무것도 아닌것처럼 느껴졌다.
엄홍길대장님이 4전 5기만에 정복했다는 그 봉우리를
난 초 개고생이라 생각하면서 베이스캠프에서 바라보고 있을 뿐인데 말이다.
정말 대단한 일을 했다 생각하고있던 내자신이 대자연앞에서 아무것도 아닌것같아보였다.
열심히 사진찍고 스티커 붙이고 내려왔다.
아무튼 내려갈길은 남았지만, 낙오자가 안되었다는 점에서 . 난 칭찬받아 마땅하다. 잘했어잘했어~~~~
다음에 오면 명함과 태극기를 기필코 챙기리!!!!!!!!내 흔적을 고작 일본애니메이션스티커로 대체하다니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아쉬울뿐이다. (케로로스티커가 유행이어서..)
(인도에서 느낀거지만 한국인의 저력은 엄청나다.
여기 등산객의 반이상이 한국인이다.자랑스러워야하는건지!
길에 신라면봉지나 한국 껌 껍질이 버려져 있으면 매우 부끄럽다.
그래도 포터들은 korean이라하면 굉장히 호평을 한다.)
계단 킹왕장. 콧구멍이 터질뻔했다. 이틀밤만 더 자면 지상으로 내려간다.
어쨋든. 나의 지구력에 감탄하며 한발한발 움직이고있는 히말라야 산자락에서의 일주일째
일기를 안썻으면 오늘이 몇일인지도 몰랐을 것이다..하하하 머리감고 싶다
마지막 코스로 푼힐에 올랐다. 일몰보러!
poon은 카스트의 이름이라고 한다. 카스트라하면 인도처럼 네개로 구분되있느줄알았는데
여기는 백여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0-어렵구만..
푼힐따위.. 주머니에 손집어넣고도 고고씽이다..하하
사실은 abc 찍어서 쉽게 갈 줄 알았는데 힘들었다.
쭉쭉 내려와서 트렉킹은 끝이났다.
왜이리 허무한것인지
결승선이라도 있을줄알았던것은 아니지만
그간 나의 노고에 비해 끝이 너무 이상하였다.
메달이라도 받고싶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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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색이 깃발은 룽타라고 한다. 깃발에 말이 그려져 있는데
소원을 적어서 말이 전달해주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설산과 알록달록한 룽타가 묘하게 어울린다.
이건 아마도 마차푸차레 봉우리다. (다 비슷...)
성산이라서 다른 히말라야의 봉우리들처럼 오를수가 없다.
중간중간 마을의 모습이다.
후진 카메라를 들고갔는지 영 선명하지 못하다.
얼마전에 킬리만자로를 다녀와서 그런지, 비교가 되는데 색깔의 선명함으로는 네팔 히말라야를 따라올 수가 없다!!! 중간중간 마을도 있고 그 높은데서 애들이 학교도 다니고ㅎㅎ 각자 다른 매력이 있지만 다이내믹한 걸로는 히말라야가 우위다.
**
여행 욕구를 감당하느라 쉼 없이 알바를 해대고
심지어 지금은 빚도 많지만...
가끔은 20살 쯤 코수술 못한게 아쉽긴 하지만?
'자아의 서사를 재산으로 간주하는 존재감각'을
키우는 데 아낌없이 투자해왔다.
이렇게 위로를 해본다 꺼이꺼이
여튼 여지껏 다닌데 중에 불멸의 1위는 언제나
네팔 포카라다!!!!!내 마음 속 은퇴후 임종을 맞이할 곳!!!!
참고로
포카라는 2차 대전때 영국을 도와 참전해서 돈을 많이 벌어온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동네라 그냥 생각나는 인도, 네팔과는 좀 다르다.
그 당시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은
여기 갔다오면 11키로가 빠진다는 가이드 아저씨의 말이었다ㅋㅋㅋㅋ 난 어린 나이만큼이나 왕성하게 잘 ㅊ먹고 1키로도 못 빼왔다.
(나는 망했으나) 잔혹한 다이어트 트립으로!
혹은 살아있다는 증거로서 굳이 고통을 느끼고 싶은 자
그냥 히말라야는 어떻게 생겨먹은 것일까? 궁금한 분에게 매우 추천한다.
Sg wannabe의 '살다가'를 무한반복해서 들었다.
살다가 살다가 살다가 너 지칠 때...
아름답게 지치고 싶으신 분에게도 추천한다.
ABC까지 5일이다. 7일정도면 여유롭지 싶다.
킬리만자로보다 물론 힘들다. 힘든만큼 가치가 있다.
왜 다시가고 싶냐면
음 내가 다시 가기보단...?ㅇ.ㅇ?
나중에 자식을 낳으면 보내주고 싶은 마음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