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언제나 그 자리다. 내 자신을 뒤흔들고 평소에 내가 하지 않을 거라고 여기던 일을 하게끔 만든 순간들은 사랑하고 있을 때 뿐이었다. 그 사랑을 하지 않은지도 2년이 다 되어간다. 2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고 여기던 순간, 가장 강렬했던 몇 몇 애증의 기억이 지나고 나서 내가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잔상조차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난 모든 것을 보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작아진 기분을 또 느낀다. 내가 누구보다 낫다고 느끼거나 낮다고 판단하는 일은 매 순간 반복되지만 그 행위는 주관적이고 쓸모없으며 가변적인 그리고 심지어 매 번 틀리기까지 하는 것이므로 그 결론들은 결코 나의 존재를 드높이거나 내팽개칠 수 없다. 숨을 한 번 쉴 때마다 습관처럼 되풀이되는 시선에 대한 의식은 이제 나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그 것이 나를 바른 방향으로 이끌지 못 한 다는 것을 매일 밤이나 새벽녘에 느끼곤 하니까 말이다. 내가 유일하게 아는 것들은 내 자신, 또는 내 자신을 잘 컨트롤 하지 못한다는 사실,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조차 그들을 실망시킬 일들만 하는 연약함을 가졌다는 정도. 불완전한 지식과 불안정한 심리 상태와 불안을 개선하지 못하는 내 의지는 생각이란 것을 처음 할 수 있었던 날 이래로 오늘까지 나 그 자체이다. 책을 읽는 척 하면 나아질까, 재미있는 척 하면 좋아질까, 동정심을 얻으면 괜찮을까, 존중을 받으면 잊혀질까. 나는 언제나 그 자리다. 어느 덧 만 일을 훌쩍 넘게 살아온 내가 앞으로의 만 일동안 어떤 삶을 살지 궁금하다. 앞으로도 살아질 것인지 살아갈 것인지는 나에게 달렸다. 고 생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