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지나고 여름이 다가오면 제주도 바다에서 많이 잡히는 것이 바로 '멜'이다.
쉽게 말하면 '멜'은 '멸치'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조금 큰 멸치를 '멜'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멜도 다량으로 잡는 물고기여서 제주도 사람들은 멜을 이용해 멜지짐, 멜국, 멜구이, 멜젓 등 다양하게 조리하여 먹는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는 이 멜마저도 조업이 좋지 않아서 강의 진도상 멜 요리를 배우는 날 강사님이 재래시장 여러 군데를 뒤졌는데도 멜을 한마리도 구하지 못했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멜과 관련한 요리는 이론으로만 배우고 말았다.
지난 번에 만났던 제주도 친구는 시아버지가 선장이시다.
그래서 남편도 아버지를 따라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조업을 돕고 있다고 했다.
그 친구와 남편은 비양도에 작은 카페를 차리는 꿈을 가지고 있다.
지금 한창 비양도 바닷가에 그 친구의 카페가 오픈 준비를 하고 있다.
한참 공사 중인 비양도 카페, 곧 '비주비주'라는 이름으로 오픈할 예정이다.
카페에서 보이는 비양도 앞바다와 등대. 어렴풋이 제주도 본섬도 보인다.
제주도 사람들이 배를 타는 일을 하고 싶지 않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고 한다.
배 타는 일이 목숨을 걸고 하는 극한 직업인 것도 있고, 밤에 잠을 못자고 바다에 나가 새벽까지 고기를 잡아야 하는 일이어서이기도 하며, 최근 들어서는 어부가 큰 돈을 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보통 배를 한대 몰고 나가면 그날 조업한 것의 반은 '배가 갖는다'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나머지 반으로 조업에 참여한 어부들이 n분의 1로 나눠 갖는다고 한다.
선장이 선주이면 조업의 50퍼센트를 가져갈 수 있어 배를 가지고 있는 선장은 어느 정도 돈벌이가 된다고 한다.
하지만 선장이 선주가 아닌 경우에는 비록 선장이라고 하더라도 그날 조업의 n분의 1만 벌 수 있다.
다른 선원들도 마찬가지로 n분의 1의 수입을 번다.
그러니 요즘 처럼 조업이 좋지 않은 날들이 계속되면 배를 타고 나가 힘들게 밤을 새워가며 조업을 해도 몇푼 벌지 못하는 날이 허다하다고 한다.
그 어떤 선원도 한달을 버티지 못한다고 하니 얼마나 힘들고 돈벌이가 안되는지 알 수 있다.
그 친구 남편도 선주이며 선장이신 아버지가 선원을 구하지 못해 어려워하셔서 어쩔 수 없이 최근 배를 타기 시작했다고 한다.
어느날 한림 근처에 큰 물고기 떼가 레이더 망에 잡혀서 그 고기를 잡으러 나갔는데, 제주도에 있는 모든 배들이 그 어장에 모여들었다고 한다.
서귀포에 있는 배들까지 다 모였다고 하니 정말로 제주도의 모든 배가 다 모인 것이다.
그래서 모든 배들이 오랫만에 좋은 자리를 선점하여 만선을 해보겠다고 서로 무전으로 자리 다툼을 했다고 한다.
그날 그친구의 남편은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온갖 욕을 하며 무전기로 싸우는 제주도 선장들의 모습을 처음 보았다고 한다.
제주도의 어업이 최근 얼마나 열악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싸움판이었다고 한다.
우리가 경북 상주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을 때도 보면 농업이 어려워 농부들이 많이 힘들어했는데, 제주도에 이사오니 어업이 어려워 힘들어하는 어민들이 보인다.
식량과 연관된 1차 산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어려움이 날로 날로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멜튀김
시간이 지나 멜이 조금 잡히기 시작하는지 동문시장에 멜이 나왔길래 내가 사다가 배운대로 집에서 멜 튀김과 멜지짐을 해먹어 보았다.
나는 머리까지 통째로 있는 멜을 원했는데, 동문시장 아주머니들은 자상하시게도 이렇게 머리와 내장을 손질해 팔고 계셨다.
한바구니에 오천원인데, 이걸 가져다가 멜튀김, 멜지짐 다 해먹을 수 있다.
밀가루와 계란, 빵가루 순으로 옷을 입혀 멜을 튀겨주면 맥주 안주로 일품이다.
멜지짐
멜지짐은 마른멜로 해먹어도 되고, 생멜로 해먹어도 된다고 한다.
마른멜지짐 재료 : 마른 멜 80g, 풋고추 1/2개, 마늘 1개, 간장 3큰술, 설탕 1/2큰술, 식용유 1/2큰술, 고춧가루 약간, 깨소금 약간
일. 마른멜은 물에 한번 씻어 간장, 설탕, 고춧가루, 식용유, 물을 넣고 조린다.
이. 마늘은 다져서 넣고 풋고추는 어슷 썰어 넣는다.
사진출처 : 강사님 블로그
'멜'이라는 이름이 낯설어서 그렇지 말하자면 멸치반찬이다.
하지만 보통 우리가 멸치볶음을 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게 간장을 기본 간으로 만든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고춧가루는 고명처럼 약간만 넣는 것이다.
생멜조림 재료 : 생멜 6, 70마리, 간장 1큰술, 제주된장 1큰술, 마늘 1큰술, 설탕 1/2큰술, 고춧가루 1/2큰술, 풋고추 1개, 식용유 1/2큰술
생멜 조림은 동물시장에서 사온 멜을 이용해 집에서 직접 해먹어 보았다.
마치 생선 조림을 하듯이 멜을 여러 마리 넣고, 제주도 된장을 기본 간으로 한 멜조림이다.
이렇게 맛있는 소리를 내며 뽀글뽀글 끓는 것을 국물이 자박자박해질 때까지 조려주면 맛있는 멜조림이 된다.
밥 한숟가락에 멜 한마리를 얹어서 먹으면 간도 적당해서 아주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멜 요리를 정리하다보니 지난 겨울 함덕 바닷가에 바람 쐬러 가서 본 동상이 생각나서 정리해 보았다.
지난 겨울 남편이랑 겨울 바다를 즐겨보겠다고 함덕 해수욕장에 나가서 바람을 쐬면서 찍은 사진이다.
함덕 해수욕장에 가면 이렇게 여러 명의 어부가 힘을 모아 고기를 잡는 동상이 있다.
마치 내가 고기가 된 양 그물에 들어가 사진을 찍어 보았는데, 왠지 어부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ㅋㅋ
이렇게 바람 쐬러 가까운 바닷가에 나가면 간단히 식사를 하게 된다.
어부들 동상 맞은편에 준반점이라는 중국집이 있다.
전에는 허름한 가게였는데, 사장님 돈을 많이 버셨는지 커다란 건물 하나 올리셨다.
새로 지은 집이라 실내도 깔끔하고 바람 쐬러 나왔다가 간단히 점심 먹기에 딱이다.
특히 함덕에는 비싸고 맛없는 집이 많기 때문에 짜장면 정도가 적당하다.
특별히 해물 짬뽕도 아닌 '그냥 짬뽕'이지만 이렇게 푸짐하게 나온다.
함덕의 에메랄드빛 바닷물을 바라보며 먹는 짜장면은 분위기 때문인지 맛이 더 좋다.
고기잡는 어부들 동상도 아래로 내려다 볼 수 있다.
지난 주에 동문시장에 가서 국멸치를 사는데 다른 해보다 값이 훨씬 비싸다.
아마도 올해 멜이 너무 안 잡힌 탓이리라.
멸치 파는 아주머니에게
이거 묵은 거 아니죠?
라고 물었다가 엄청나게 혼났다.
멜이 잡히지도 않는데, 묵혀 팔 멸치가 어딨냐면서...
동문시장 상인들은 가끔 너무 무서울 때가 있다.ㅜㅜ
섣불리 물었다가 큰 코 다친다.
멜 조업이 안 좋아 멜요리를 강의시간에 배우지 못한 탓에 나는 멸치 요리에 대해서 이렇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은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