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무거워지니까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이후 한동안 음악을 연주하는 게 아무런 의미가 없게 느껴졌었다. 심지어 스윙하는 그 어떤 종류의 음악을 듣는 것조차 마음이 거부했었다. 재즈 클럽에 나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사분음표를 연주할 수가 없어 몇 건의 연주는 취소했다. 어쩔수 없이 연주해야 하는 때에는 괴롭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도대체 나는 왜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걸까, 이 음악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걸까 하는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그 당시 몇 달을 듣고 또 들었던 곡이 바로 Bill's Hit Tune이었다. 수록된 음반의 제목은 We Will Meet Again.
짧지 않은 길이의 곡을 빌 에반스가 솔로 피아노로 한 번 쭉 연주하고 난 뒤, 탐 하렐과 래리 슈나이더가 다시 멜로디를 연주한다. 처연할 정도로 아름다운 음색으로. 제목은 Bill's Hit Tune인데, 히트곡이라는데 왜 쓸쓸함이 감도는지 알 수가 없다. 두 관악기 주자의 솔로가 끝나고 빌 에반스의 솔로가 시작된다. 펜더 로즈, 일렉트릭 피아노다. 슬픔을 토해내듯이 처음부터 물결치는 음표를 쏟아내고 종종 그의 터치에 음색은 찌그러진다. 분명 드럼의 리듬은 스윙이라고 해야 할 텐데 음악은 스윙으로 들리지 않는다. 슬픔으로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