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화 저질이야~~
동팔은 묵아 일행의 말을 듣고 난 후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생각에 잠긴 듯 잠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동팔이 다시 말을 꺼낸 것은 차한잔 마실 시간이 지난 후였고 묵아 일행은 그 모습을 그저 묵묵히 지켜볼 따름이었다.
“내가 아주 어렸을 적 말이오. 아버지는 사냥하러 나갔다 사고로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날 혼자 키우셨소. 어머니는 바느질 솜씨가 제법 뛰어나서 마을 사람들이 옷가지를 맡기는 경우가 많았다오. 그런 삯바느질만으로 우리 두사람이 먹고 살기에는 참 어려웠을거라는 생각이 드오. 그런데 이상한건 나는 한번도 굶어 본적이 없었던 것 같소. 특히나 보릿고개가 다가오면 굶어죽는 경우도 허다했는데, 우리 집은 비록 고기반찬은 아닐지언정 끼니를 걱정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오….”
어릴적 이야기를 시작으로 동팔은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하나둘씩 꺼내기 시작했다.
동팔의 어머니는 곱상한 외모뿐 아니라 바느질솜씨도 뛰어나 많은 남정네들로부터 관심을 받았다. 주변의 이웃들도 혼자서 아들을 키우는 그녀를 안타깝게 여겨 혼처를 소개하기도 했지만, 그런말이 나올때면 그저 웃기만 할뿐 재혼할 생각은 전혀하지 않았다고 한다.
홀몸으로 아들을 키우는 그녀를 불쌍히 여긴 사람들이 너도나도 일거리를 몰아주었을 뿐 아니라, 동네 남정네들은 아내들 몰래 음식을 건네며 그녀의 환심을 사려하니 넉넉하진 않지만 끼니 걱정은 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날이 계속되던 즈음 인근에 새로이 상단이 들어섰는데, 허씨성을 가진이가 주인인 이곳에서 바느질을 잘하는 이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누군가가 동팔의 어머니를 소개해주었다.
그녀가 허씨상단에서 일을 하게되면서 동팔 가족의 형편이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고 주변의 도움 없이도 날마다 끼니 걱정을 하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그런 행복도 잠시 불행은 소리소문없이 동팔과 어머니에게로 찾아 들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어느 초여름날. 그날도 동팔의 어머니는 허씨상단으로 일을 하러 가기 위해 아침부터 서둘러 길을 나서려고 했다. 그렇게 서둘러야 저녁이 되기전에 일을 마치고 동팔에게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동팔은 아침을 챙겨먹으라는 말이 어머니와의 마지막 대화가 될지도 모른채 꿈속을 헤메고 있었다.
동팔이 이상함을 느낀 것은 저녁무렵이 다 되어서였다.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항상 유시무렵이면 돌아오던 어머니가 그날따라 술시가 다지나가도록 돌아오지 않았던 것이다.
동팔은 까닭모를 불안감을 느끼며 마을 어귀로 나가 자신의 어머니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달이 지고 해가 뜰때까지도 동팔에게 돌아오지 않았고 동팔의 불안감은 더해만 갔다.
동팔은 어머니를 찾기 위해 허씨상단으로 향했고 그곳에 막 도착할 즈음에 서너명의 장정들이 수레에 멍석 같은 것을 싣고 나오는 모습을 보게된다.
뜻모를 불안감에 사내들에게 다가선 동팔은 다짜고짜 멍석을 들쳐냈고 그곳에 누워있는 자신의 어머니를 발견하게 된다. 이미 차디차게 식어버린 어머니의 모습이 실감이 나지 않아 멍해져버린 동팔은 사내들이 자신에게 소리지르는 것도 모르는 듯 그저 뚫어져라 어머니의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