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클리앙 및 가상화폐 갤러리에도 제가 올린 글입니다.>
얼마전에 코인원에서는 큐텀/퀀텀(여기서는 큐텀이라 하겠습니다.) 상장 이벤트를 했습니다.
국내 2위의 거래소로 많은 사람들이 이번 상장을 통해서 큐텀이 더 흥행할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지요.
이번 큐텀 상장 이벤트에 입금된 큐텀은 약 300만개였습니다.
그리고 상장이 10시간 30분이 지난 후에 거래된 큐텀은 약 245만개 정도뿐 이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입금하고 나서 아예 거래를 안한 경우도 있다는 것이죠. 이는 거래량이 많을 수록 많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코인원에 있어서도 예상보다는 신통치 않은 결과였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점 때문에 흥행에 실패했을까요?
평소 마케팅 업무를 하고 있어서 이를 마케팅 측면에서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사실 이번에 코인원에서는 큐텀 상장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 직접 큐텀 개발팀과 미팅 및 사전 조율도 가지면서, 개발팀을 통한 홍보효과도 얻으려 했고,
- 홈페이지에 큐텀에 대해서 자세하게 소개하는 페이지도 개설했고요
- 또한 상장 10분 전 카운트 다운을 트윗에 올리는 등의 자잘한 이벤트도 많았지요.
간단히 나열한 것이지만 이것 이외에도 여러가지 노력을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코인네스트의 큐텀 상장이나, 빗썸 모네로 상장 때 보다 더 신경을 썼다고 볼수 있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실패한 이유는 소위 마케팅에서 언급하는 TPO(TIME, PLACE, OCCASION 측면에서 잘못된 전략을 세웠기 때문으로 판단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TPO라는 것은 마케팅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다 아시는 것 일텐데요
Time : 얼마나 적절한 시간에 마케팅/이벤트를 했는가?
Place : 얼마나 적절한 장소에서 마케팅/이벤트를 했는가?
Occasion : 얼마나 적절한 상황에서마케팅/이벤트를 했는가?
입니다.
코인원은 위의 세가지 측면에서 모두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판단됩니다.
- Time
:첫째 상장 시간이 문제였습니다. 수요일 자정인 00시 30분에 상장이라니요? 어떤 제품/서비스이던지 소비자가 가장 많이 몰릴 때 오픈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그런데 코인원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중국집에서 신장개업행사를 했습니다. 호스트도 부르고, 다채로운 행사상품도 준비하고요. 그런데 신장개업행사를 새벽에 한다고 합니다. 과연 누가 그 행사에 참여할까요?
자영업자든, 직장인이든 화~수요일은 업무를 한창하면서 이어지는 날입니다. 업무 때문에 바쁜 상황입니다. 당연히 일찍 자고 내일을 준비해하는데, 자정에 여는 상장 이벤트에 참여하기 쉬울까요? 이벤트 참여율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할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큐텀을 매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들은 국내거래소 주요 이용자로, 상대적으로 코인에 대한 관여도(지식, 관심, 노력 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관여도가 떨어지는 소비자가 자정 넘어서까지 기다리는 비율이 얼마나 있을까요?
더욱이 상장 시간 역시도 상장 2시간전인 오후 10시 30분에 공지가 됩니다. 차라리 낮에 공지가 되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죠
거래라는 것은 매수와 매도가 합의를 해서 체결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상 매수자가 부족하니, 수요와 공급의 법칙으로 인해 가격은 떨어지고 흥행은 실패할 수 밖에 없지요.
분명 입금 처리로 인해 시간이 걸리고 늦어져서 이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을 코인원 측에서는 압박으로 받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흥행을 위해서라면 욕이나 불만을 더 먹더라도 상장 시간을 30일로 연기했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 Place
: Place는 2개로 나누어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첫째 실제 상장이 이뤄진 코인원 거래 홈페이지 그리고 둘째는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정보 채널입니다.
첫째 거래 홈페이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고질적인 문제인 서버 문제로 결국 상장 오픈 후에 소비자들은 접속하지 못했고 원하는 거래를 제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당연히 적절한 Place가 되지 못했습니다.
둘째 정보 채널
빗썸 모네로 상장 때의 경우에는 상장 소식을 홈페이지에 공고한 것 뿐 아니라, 문자나 이메일로도 공지했었습니다. 하지만 코인원은 어땠었는지요? 잠들어 있을 소비자들을 깨울 문자 혹은 이메일 등의 조치가 없었습니다. 즉, 홈페이지에 큐텀 소개문을 올리고, 큐텀에 대해서 트위터 등에 카운트다운을 하는 모습은 좋았지만, 실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정보 채널의 이용은 부적절 했습니다.
- Occasion
: 상황이 참 좋지 않았습니다. 바로 빗썸의 모네로 상장 이벤트가 연기되면서 겹치게 되었죠. 그에 따라 상장에 대한 파급력이 줄어들고요.
3.1. Qtum 상장 공지 예정 부터가 모네로 상장 시간과 겹쳐 버렸습니다. 그러면서 처음 상장 예정 공지 파급효과가 줄어들었습니다.
3.2. Qtum 입금 시간이 모네로 상장 거래 시간과 겹치면서 더 많은 자금이 Qtum으로 흘러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Qtum이 초기 대비 더 펌핑하지 못했고, 이는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부분에서 한계점으로 작용합니다. 참고로 모네로의 경우 BTC기준 0.013에서 빗썸 상장 발표후 최고 0.034까지 거의 3배 가까이 오릅니다. 반면 Qtum은 0.0028내외에서 0.0045 정도로 약 1.6배 정도 오르는데 그칩니다(물론 빗썸과 코인원의 거래소 체급 차이도 있기는 합니다).
3.3. Qtum 상장 시기에는 모네로로 들어갔던 초기 상장 자금(모따리)이 Qtum으로 흘러간 것은 사실입니다.
즉 매도자의 금액은 빠져나갔습니다. 하지만 매수자라고 할 수 있는 일반 국내 소비자들은 모네로를 구입하여 상대적으로 구매여력이 부족해졌습니다. 또한 모네로는 단타대회와 OTC라는 호재 역시도 존재해 일부 소비자들은 모네로를 홀딩하기도 했고요. 그 결과 매수 여력이 부족해지는 상황을 맞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 것을 오로지 코인원 만의 탓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빗썸의 대략적인 상장 예측 시기를 알았다면, 아니면 상장 예정 공지를 모네로 상장에 대한 여파가 끝나고
Qtum의 메인넷이 이뤄지는 9월 초에 했었다면 어땠을까요? 즉, 좋지 않은 상황에서 오픈한 것이 실책이라 보여집니다.
저는 이번 상장이벤트 흥행 실패는 코인원측에 많은 교훈을 줬으면 합니다.
그래서 마케팅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마케팅은 그냥 광고나 영업이 아닌 소비자 가장 적절한 메시지를 적절한 방법으로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 부디 다음에 이와 같은 행사나 이벤트를 할 때에는 이와 같은 실수나 불운이 겹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세줄 요약
- 코인원의 Qtum 상장 이벤트는 흥행 실패했습니다.
- 그 이유는 상장 시간이 잘못되었고, 서버가 터졌고, 홍보채널이 약했으며, 모네로 상장과 겹쳐서 오픈하는 바람에 파급력이 떨어졌습니다.
- 다음부터는 실수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