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와 금주는 오랫만에 기억할 만한 애니메이션을 두 개나 보았습니다. 하나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유명한 웨스 앤더슨 감독의 퍼펫 애니메이션 "개들의 섬(Isle of Dogs)"이고 다른 하나는 이번 포스트에서 소개하려는 쟝 크리스토프 드샹 감독의 "머나먼 세상 속으로(Le Jour des corneilles)"입니다. 개들의 섬도 곧 애니메이션 리뷰 시리즈로 포스팅 해보려고 합니다.
"머나먼 세상 속으로"라는 너무 평범해서 기억하기 어려울 정도인 제목의 이 애니메이션은 한국에서 크게 화제가 된 작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도 채 모르고 있던 작품이었는데 IP 티비의 VOD 섹션에서 프랑스어 애니메이션이라는 것만 알고 보기 시작했습니다. 결과는 기다 보다 훨씬 멋진 작품이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신 분들이라면 이 애니메이션이 품고 있는 아름다움이나 비극이 디즈니나 픽사 애니메이션 다루기 쉬운 종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을 발견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연과 동심 판타지를 그린 다는 점에서는 전형적인 소재의 애니메이션이지만 이 작품은 기억과 죽음 등의 어두운 면을 상당히 정면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안전한 가족 콘텐츠를 만들려고 할 때 하기 쉬운 선택은 아닙니다. 심지어 분명히 아동학대인 행동을 다루는 부분은 위험하기 조차 합니다. 그러나 그런 어두운 면들이 이야기 속에서 잘 조화를 이루고 있고 상당히 슬픈 결말부도 아름답게 맺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잘 만들어진 판타지 장르의 모범 답안 이라고도 생각됩니다. 이미 많이 지적된 것이지만 판타지 장르물이 검과 용을 다루거나 마법학교를 다루어야 할 필요는 별로 없습니다. 판타지는 현실과 또 다른 세계라는 대비를 소재로 삶과 죽음과 가치를 다루는 더 넓은 장르일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좋은 판타지 물입니다.
저는 이 작품이 미야자키 하야오가 꾸준히 추구했던 자연을 숭배와 장르적인 환타지를 결합시키는 시도가 어느정도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런 사상이 그의 작품에서 완성도 높은 배경 미술로 잘 표현 되었듯이 이 작품 "머나먼 세상 속으로"도 높은 수준의 배경 미술을 보여줍니다. 특히 그림자의 표현의 섬세한 아름다움은 그 자체로 이 작품을 볼만하게 합니다.
우리나라 극장에서 크게 흥행을 한 작품이 아니지만 IP TV의 콘텐츠 기획자들이 놓쳤지만 꼭 다시 볼만한 걸작으로 목록에 올렸을 만한 작품입니다. 아마 대부분의 IP TV나 온라인 영화 서비스에서 이 작품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디즈니, 픽사와도 미야자키 하야오와도 다른 개성의 그러나 또한 통하는 점도 많은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있는 이 애니메이션을 가족과 함께 혹은 홀로 뭔가 다른 볼거리가 없을까를 찾는 애니메이션 팬들에게 추천할만 합니다.
본업과 관련된 여러 일들로 웹툰 리뷰가 뜸했었는데 다시 시작하면서 "애니메이션 리뷰" 시리즈와 "망가의 즐거움" 시리즈를 더 해보기로 했습니다. 웹툰과 만화를 사랑하는 만큼 애니메이션과 망가(저는 일본 만화를 일본어 발음을 따라 망가로 부릅니다)의 걸작들을 만나는 즐거움과 또 그 것들을 소개하는 보람을 누리는 것도 멋진 일이니까요. 그리고 제가 즐거워 하는 것들을 나누는 것이 스티미언으로 활동하는 이유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