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서 접수를 하거나 서류를 만들 일이 있을 때 증명 사진을 찍게 된다. 증명사진을 찍으면 대체로 6-8장 정도는 인화해서 주는 것이 기본이어서, 증명사진이 필요한 다른 일이 일어날 때마다 항상 증명사진을 찍는 것은 아니고, 증명 사진을 다 소진해버렸거나 1-2장 정도만 남게 되었을 때에 새로 찍는다.
나는 사실 증명 사진을 찍는 걸 참 좋아한다. 이건 1-2년에 한번 있는 이벤트이기도 하지만, 조금씩 나이드는 모습을 기록해 놓는 것이 좋다. 나이 드는 게 뭐가 좋냐고 물어본다면 할 말은 없지만, 나이 드는 것보다 그냥 시간의 흐름을 기록한다는 행위 자체가 좋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편할 것이다.
증명사진은 셀카와는 다른 맛이 있다. 셀카는 최대 100 cm 내에서 자신의 고개를 잘 조절하며 렌즈를 바라봐야한다면, 증명사진은 좀 더 멀리 떨어진 거리에서 지긋하게 응시만 하면 된다. 물론 나는 디옵터 기준으로 상당히 시력이 나쁜편에 속하므로, 눈이 풀린 채 멍한 표정을 짓는 단점이 있지만 아무래도 괜찮다. 사람의 인상이 중요하고, 기록이면 더 할까 싶지만, 나는 그냥 있는 그대로 나오는 편을 선호하므로 왠만하면 대충 알아서 해주세요 라는 입장을 취하는 편이다.
심지어 이번에는 그냥 후드티를 입고 찍었다. 머리를 정리하거나 굳이 꾸미지 않았다. 무슨 증명사진에 후드티 같은 걸 입느냐고 하겠지만, 그냥 일상 그대로를 담고 싶었다. 증명 사진이라고 해서 항상 과하게 꾸미고 나보다 나의 200%를 보여주어야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니 짐짓 과장하거나 진짜가 아닌 걸 기록해둔다면 처음에는 보기 좋을지 몰라도 나중에서는 왠지 후회하게 될 것만 같았다. 나는 사진이 찍고 싶은 날 우연히 후드티를 입었던 것 뿐이고 그래서 찍은 것 뿐이기에.
잡히지 않는 흐름이 아쉬워, 흔적이라도 열심히 기록한다고 한다면 그 흔적은 최소한 자신 스스로에게 진실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