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친척들을 만나는 설날이었다.
21살이 되어 사촌동생들 뒤에서 세뱃돈 받기가 점점 눈치가 보인다.
사촌동생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 나도 옛날 생각이 난다.
어릴 적 설날에 무엇을 했는지 생각해보면,
만두 빚기, 차례 지내기, 윷놀이 등이 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홀짝 도박이다.
아주 어릴 적의 일인데도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최근에는 5만원짜리 지폐도 생기고, 세뱃돈을 많이 받지만
초등학생때는 만원을 받으면 아주 많이 받는 것이었다.
만원을 받아 과자를 사 먹고 잔돈이 많이 생겼었는데,
이것을 걸고 홀짝 도박을 했었다.
처음에는 사촌들이랑 오목을 하고 놀았는데, 이게 점점 질리다 보니까
홀짝 게임을 하게 됐고, 결국 돈까지 걸렸었다.
나중에는 결국 서로 돌려주고 다시는 안 했지만, 그 날은 가장 재밌던 설날이었다.
그 날 나는 도박을 왜 하는지 어느정도 알게 되었다.
도박은 의미 부여를 하기위해 시작된다.
도박과 놀이의 차이점은 결국 돈이다.
돈이 걸리면 도박이고 아니면 놀이다.
원래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놀이를 하다가,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다는 생각이 들 때쯤
돈을 걸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실제로 돈이 걸리면 더 재미있다.
불안한 상태에서 안전함을 느낄 때 행복하다.
돈이 걸리면 왜 재밌을까?
나는 불확실성에서 생기는 불안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돈이 걸리면, 결과를 모르기 때문에 굉장히 불안하다.
그리고 만약 이겨서 돈을 얻으면 안도하게 되고 그 때 행복함을 느낀다.
돈을 얻어서 행복한 것도 있겠지만
돈을 잃지 않게 되어서 행복하다.
그러나, 곧 홀짝 놀이를 그만하게 되었는데
도박을 그만 두게된 이유는
나의 행복이 곧 남의 불행이었기 때문이다.
내기에서 이기면 안도감과 함께 행복해지겠지만
상대는 그만큼 불행해진다.
우리가 사촌 사이였기 때문인지 그게 싫어서 그만두게 되었다.
설날만 되면 아직도 그 때 생각이 난다.
도박이 재밌긴 한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