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시나요? 채변봉투
개인위생을 믿지 못하는 국가가 직접나서 위생관리(뱃속 벌레퇴치)를 한다며 결과발표 때마다 전국의 학생들을 떨게 했던 대표작품.
(폭풍검색해보니1960년대~2004년까지 초중고 학생에게 시행했다고...)
매년 봄이 되면
바로 같은반 친구들의 결과물을 홀로 집대성해야 하는 담당인 주번이 선발되죠.
저학년때는 몰랐었죠. 매년 돌아오는 이 공포의 주번선발.
6년 내내 피해갈 수 있었는데..
마지막 졸업의 해가되어 결국 제가 하늘의 부름을 받게 되었습니다.
당시 우리반의 담임선생님은 아리따운 미혼여성이셨습니다.
운명의 그날..
한명도 빠짐없이 제출해야 했던 똥봉투는 꼭 빼먹는 아이들이 있어서 하루 종일 교실에 향기가득 품어내고 있었습니다.
모두들 코를 틀어막고 학업에 열심히 집중하고자 했지만 인간의 오감은 역시 장애물을 헤치고 완벽하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죠.
그런데 1518!(아침부터 숫자를 써서 죄송합니다.그런데 이어지는 내용을 보시면 제 심정을 이해하시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결국 하교때까지도 제출하지 못한 아이가 있었습니다.(이게 머 힘준다고 다 해결되는것도 아니고..)
예쁜선생님을 비롯하여 우리 모두에게 다음날도 이런 시련을 견뎌야하는....
(그런데 웬지 느낌이 안좋은...건 머지?)
선생님은 비장한 표정으로 다 걷을때까지 책임져달라는 특명을 제게 주셨습니다.
(그 말은 이 공포의 봉투를...집에 가져가라는 얘기였습니다.)
'아! 진짜 왜 내게 이런 시련이....'
하늘이 원망스러웠지만 빌어먹을 이 용기와 책임감.
봉투끄트머리 최대한 조금만 잡고
집으로 가던길에(왜 이리 먼건지)
글쎄 '툭'
떨어뜨려 흘려버렸습니다.
이토록 참담한 심정은 진짜 겪지 않은 분들은 모르실겁니다.
3명..........그들을 죽도록 원망했습니다.
허걱! 그런데 몇개가 비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잃어버렸다고 혼나게될 걱정보다
몇 일 동안 다시 걸려있을 봉투를 책임져야한다는 공포가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다행히 여분의 종이봉투가 들어있었습니다.
(어차피 갯수만 채우면 되니까...)
강아지의 도움으로 갯수를 채워 완전범죄를 기획했고 다음날 세명의 원수들까지 내서 양호선생님께 모두 완벽하게 인계하였습니다.
당시는 군인이 대통령이던 시절로 절대복종 결과중심으로 대부분 많은 제도가 그렇게 돌아갔었죠.
며칠 뒤
수업을 마치고 종례를 하기전 선생님은
세네명을 호명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유도 모르고 나왔던 아이들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회충제를 먹는 수모를 겪어야했죠.
(지난번 포스팅 보셨으면 눈치채셨겠지만 부잣집애들이란게 워낙 상상도 못할 상황이랄까....)
저는 진짜 강아지에게도 회충이 있다는걸 꿈에도 몰랐습니다.
절대로 말할 수 없는 상황에 입을 굳게 닫고 말았습니다.
담임선생님도 매우 창피하신 표정으로
"우리반이 제일 많았어요"라는 말씀을 남기고 사라지셨습니다.
비록 30년이 넘었지만 이제라도 양심선언해서 이땅의 정의를 위해 용서를 구하렵니다.
"미안하다. 친구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