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익~~~ 퍽!!!! 퍽!! 퍽!!! 퍽!!! 퍽!!!
조용한 새벽 나는 순간 정신을 잃었다.!
피싱사건을 겪은 후 얼마 되지 않은 날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영원한내편님과의 데이트를 한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새벽 시간이라 차는 거의 없었고 피곤한 몸을 어서 내방 침대에 눕히기 위해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 시절 초보운전자라서 차선을 그렇게 자주 변경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그날따라 신호가 너무 자주 걸리니 하나로 덜 걸리기 위해서 신호가 걸리면 빈 차선을 골라 차선변경을 했다. 서울의 꽤 큰 교차로 앞에서도 다시 신호가 걸려 4차로에서 1차로까지 차선을 변경하며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창문을 열어 새벽녘 도시의 상쾌한(?) 공기를 마시고 조용한 공간에 시끄러운 힙합 음악을 가득 차도록 채워 넣었다.
신호가 바뀌고 힙합의 비트에 취해 거칠게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며 앞으로 튀어 나갔다. 그리고 정확히 3초 후 어디선가 무시무시한 굉음이 들려왔다. 무언가 나에게 달려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내 앞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느낌상 나에게 들이닥치는 위험이라는 생각 가득했다. (길 가다가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와 비슷할 것이다)
생각을 마무리하기도 전에 나에게 충격이 전해졌다.
끼익~~~ 퍽!!!! 퍽!! 퍽!!! 퍽!!! 퍽!!!
조용한 새벽 나는 순간 정신을 잃었다. 롤러코스터를 타다가 너무 빠르게 회전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현상과 함께 말이다. 귓가에는 계속해서 고철들이 부닥치는 소리가 들렸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진행하는 차들과 반대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실제 사고 사진임
너무 놀라서 1분 정도를 운전석에 앉아서 멍하니 그 현장을 바라만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정신을 차린 후 나의 상태를 점검해보니 약간의 두통과 목의 뻐근함이 있을 뿐 절단이나 눌림의 흔적은 없었다. 그때 누군가가 나에게 다가와 창문을 두드리며 괜찮냐고 물어보았다. 나는 괜찮다는 말을 하고 보험회사 전화번호를 찾아서 전화를 걸었다.
사실 온몸이 너무 떨려서 전화 거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못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보험사와 통화를 하는 중간에 내 차 앞에 견인차가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견인기사에 의해 반강제로 내 차에서 끌려 나왔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변을 둘러보니 사고 차량이 한두대가 아니었다.
조용하던 도로는 사고 차량과 견인차, 경찰차의 사이렌 등으로 소란스럽고 지나가는 차들이 하나둘씩 구경을 하느라 엉망이 되어있었다.
사건의 내막은 이렇다.
반대편 차선의 택시가 무리하게 좌회전을 하려다가(새벽에 총알택시 운전 스타일 아시죠?) 브레이크가 고장이 나서 나를 시작으로 4대와 충돌 후 마지막 차량과 정면충돌한 사고였다. 나는 그 차량이 후미와 충돌하여서 빙글빙글 돌다가 방향이 틀어진 것이다. (주변 목격자의 말에 의하면 2~3바퀴를 돌았다고 한다)
수개월을 기다린(당시 K5가 인기가 엄청 많았다.) 끝에 수령 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차가 이렇게 되었다. ㅜㅜ
실제 사고 사진임
이 글을 쓰며 차량의 피해 모습을 보니 내가 만약 출발 시에 강하게 액셀러레이터를 밟지 않았다면 정면으로 충돌을 했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차량의 후미 가격 후에 회전하지 않고 그대로 충돌하여 다른 차들과 2차 충돌이 있었다면 더 강한 충격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눈에 띄게 다친 운전자나 승객들은 아무도 없었고, 경찰이 나타나서 도로에 흰색 스프레이로 나의 차량번호와 위치들을 꼼꼼히 기록하고, 견인기사들은 차량을 견인차에 고정이 끝나자 행진이라도 하듯이 인근 경찰서로 줄지어 이동하였다.
경찰서에 도착하자 경찰, 운전자, 견인기사 거기에 보험사 직원들까지 한군데에 모여드니 20명가량이 되는 사람이 한 공간에 있었다. 새벽의 뜻밖의 밋업이 개최된 것이다.ㅋㅋㅋ
사고 자체가 가해와 피해가 너무나 극명하다 보니 사건처리를 하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마지막 충돌 차량에서 블랙박스도 있어서 이 모든 상황이 기록되어있었다. 나도 차량에 블랙박스가 있었다면 여러분께 생생한 화면을 보여줄 수 있었는데 아쉽다. (미친놈…. ㅋㅋ)
사고처리를 끝내고 경찰서 밖에 나오니 견인차 기사가 키 하나를 건네 준다. 그 키의 정체는 바로 렌터카!! 바로 전에 5중 추돌사고를 당한 사람에게 운전해서 집으로 가라는 것이다. 거기다 나는 집으로 가려면 그 사고장소를 지나야만 하는데 말이다. 거절할 틈도 없이 그 기사는 키만 건네주고 내 차를 끌고 떠나버렸다.
어쩔 수 없이 렌터카를 운전해서 집으로 돌아가는데 트라우마 같은 것이 생긴 건지 자꾸 1차로 진입 시마다 반대편 차들이 거슬렸다. 그리고 도로가 너무나 어두워서 차선이 안 보이는 것 같았다. 겨우겨우 집에 도착해서 주차장에 차를 대고 보니 두둥~~ 라이트를 안 켜고 달려온 거다.ㅋㅋㅋㅋㅋㅋ
다음날 일어나니 온몸이 쑤시고 이명까지 있었다.
근처에 있는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보니 큰 이상은 없지만, 혹시 모르니 입원해서 확인해보자고 하는 것이다. (나중엔 알게 된 건데 교통사고 처리 전문병원이었다. ㅋㅋㅋ)
입원 절차를 마친 후 영원한내편님께 전화를 했다. 통화가 끝난 후 병원에 도착한 그녀는 왜 연락을 이렇게 늦게 했냐며 엄청나게 화를 내는 것이었다. 지난번 피싱 사건으로 얻은 신뢰가 사라지는 상황이었다. ㅋㅋㅋㅋ
일주일을 그곳에서 수액을 퍼마시며 회복 후 퇴원을 했다.
사고가 난 차량은 내 인생에서 첫 차량이었다.
세상의 모든 차를 조사하고 알지못하는 차량 기능들까지 조사를 해가며 겨우 선택했다. 당시 획기적인 디자인으로 인기 몰이를 하는 차량이라 계약후 수령까지 무려 6개월이 넘게 걸렸고, 사고당시 차량수령후 1달도 되지 않은 신차중의 신차였다.
옵션들과 틴팅, 언더코팅 등 다양한 돈지랄을 해서 전체 3천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에 구매한 차량이었다. 사고후 차량에 애정이 급격히 감소해서 중고차 딜러에게 매도 가격을 물어봤더니 1/3 정도의 가격을 제시하였다.
나의 20대는 왜이리도 사건사고가 많았던 것일까?ㅋㅋㅋㅋ
다음글도 기대해 주실꺼죠????
후기
- 지인의 소개로 유능한(?) 보험사 직원의 도움을 받아서 두둑한 보상금을 챙겼다.
- 대인 보상금만 500만 원가량을 받았다. (피싱 비용을 채우고도 남은 듯ㅋㅋ)
- 1년이 안 된 차량의 사고 시 추가 보상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 내가 내진 않았으나, 수리비는 차량의 비용의 50%가 넘는 돈이 나왔다.
- 화이트 펄 도색은 맞추는 게 아주 힘드니, 초기 수리 시 전체 도색을 요구하는 게 좋을 듯 하다.
- 제조사 정비소로 가라는 말하지 않아서 수리내역 조회가 안 된다.
- 인기가 많은 차종이라 부품 수급이 되지 않아 렌터카를 6개월이 넘도록 탔다.
- 이후 이 차량은 나의 사랑을 전혀 받지 못하는 차량이 되었다.
- 한동안 1차로 주행을 못 하는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 지금은 그런 트라우마는 모두 사라졌다.
해당 내용은 나의 20대 시절의 사건을 기록한 과거 일기입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 감사드립니다.
자매품: 최근일기
- 요즘 요리가 너무 재밌다.
- 에어프라이어로 등갈비를 했는데 끝내준다.
- 어쩌라고???
- 그렇다고.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