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여유롬 입니다.
이제 설날 연휴도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틀동안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니 이제야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이번 설 연휴는 너무 짧아서 시간이 금방 흘러간 듯 한 느낌이 납니다.
다시 서울로 올라오자마자 지난 글에 이어서 안나푸르나 트레킹 2부를 써보려 합니다. 혹시 1부가 궁금하신 분은 ABC Tracking 1부 를 보시고 오세요 ㅎㅎ
네팔 ABC트레킹 2부 글을 시작하겠습니다. 1부 마지막에 이제 본격적인 죽음의 산행의 시작이라고 적었는데요. 죽음 정도의 산행은 아니고 반 죽음 정도의 산행이었습니다. 힘들었던 산행이었죠.
이렇게 힘든데 산이라는 것을 왜 오르냐고 물으면, 음.... 딱히 이유를 못 찾았던 것 같습니다. 고민해 본 결과, 아마도 카스퍼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Wanderer above the sea of fog(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그림의 영향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림을 보면 산정상에서 안개의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나옵니다. 안개에 묻혀있는 산봉우리 까지 모든 것이 이 남자의 발 아래 있습니다. 이 그림처럼 모든 것이 내 발 아래 깔리는 그런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산에 오른다라고 하면 아마도 그게 제가 산을 오르는 이유일 듯 싶습니다.
하지만 산의 정상을 밟기는 너무나도 힘들죠. 이것은 정말 비트코인과도 유사하죠. 정상은 항상 높은 곳에 있는데 그곳까지 가는 과정은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입니다. 안나푸르나 트래킹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아침에 산행을 시작하면 항상 맑은 공기에 기분이 좋아지고 힘이 납니다. 아침의 산 안개는 산의 실루엣을 만들어 내서 한편의 수묵화를 눈앞에 그려 놓습니다.
그 위를 유유히 날아다니는 일찍일어난새는 아침부터 먹이를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날개가 거대한 것이 매가 아니었을까 싶네요. 저런 새들이 참 부러워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경치를 마음껏 즐길 수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경치를 위에서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새들은 모르겠죠.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산행의 시작 때는 마음이 참 여유롭습니다.
또한, 출발과 동시에 이 트레킹의 목적지는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주변이 확 열려있는 만큼 목적지는 정말 확실하게 보입니다. 흰 눈으로 덮힌 안나푸르나 봉우리는 눈앞에 너무나 잘~~~보입니다. 이런 풍경들은 한걸음에 내달려 산정상까지 도착하고 싶게 만들어 줍니다.
하지만 걷다보면 느끼게 되죠. 가까이 가고싶어도 엄청난 노력 없이는 그곳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을...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오르막은 오랜 시간 동안 이어집니다. 이곳이 사람도 다닐 수 있는 곳인가 의문을 품게 하는 길도 나타나곤 하죠. 염소들도 저렇게 무섭게 다니는 길을 갈때면 옆에서 산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심장이 벌렁벌렁 댑니다.
앝은 개울이라고 하지만 이것도 대충 나무와 돌덩어리들로 만들어 놨습니다. 나름 운치도 있고 좋긴 하지만 일행 중 한 명이 물에 빠져서 고생좀 했죠. 만년설이 녹아서 흐르는 물인 만큼 물의 온도는 얼음장 같았습니다.
좀 전에 이 안나푸르나 트레킹이 비트코인 같다고 쓴 것을 보셨을 겁니다. 그 이유는 조금씩 오르다가 갑자기 떨어지는 계단식 하락에 비유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등산을 하다보면 산등성이의 스윙을 맛볼 수 있습니다.
'우와~~ 내가 이만큼 올라왔어' 라고 생각할 때 쯤이면 어김없이 이어지는 내리막 계단... 어렵게 꾸준히 오랫동안 올라 갔는데 계단타고 내려가는 것은 한순간이었습니다. 이럴 때면 정말 내가 이럴려고 열심히 오르막길을 올랐나 자괴감이 들기도 하죠.
내려가면 다시 올라갈 것을 알고 있지만 눈앞에 내리막 계단이 생기면 정말 아찔합니다. 이 만큼을 다시 올라가야한다는 생각은 다리를 마비시키죠. 다행히 자연이라는 것은 주변 풍경으로 기운을 북돋아 줍니다. 꾸준히 흘러내린 물길은 산을 가르고 바위를 갈라 놓았습니다.
고산지대에서 자라난 식물들은 아름다움을 선사해 주기도 하고,
그리고 중간중간에 위치한 뷰 포인트들은 다시 올라갈 수 있는 힘을 보충하는 장소가 되어주죠.
포터들도 이런 오르막 내리막길은 힘들기 마련입니다. 항상 웃음기 가득했던 저 친구도 힘든 표정을 짓는 때가 옵니다.
이렇게 계속 걷다 보면 이러한 환경에서 사시는 분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런 풍경을 계속 보면서 살면 얼마나 마음이 편온할까 생각이 들다가도 가끔 짐을지고 계단을 오르내리락 하시는 분을 보면 이런 곳에서 안태어나길 다행이다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하루 8-10시간 정도의 산행이 끝나면 다음에 묵어갈 장소가 나옵니다. 비록 오늘의 도착지가 산 정상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매일 달라지고 가까워지는 산의 풍경을 보면 내일에 대한 희망이 생깁니다. 내일은 더 좋은, 더 가까워진 목표를 마주할 테니까요.
산을 오르다 배운 것 중 하나는 '가끔은 내가 있는 곳을 둘러 보자' 입니다. 물론 정상도 아름답지만 정상에서는 정상의 아름다움을 볼 수는 없기 때문이죠. 지금의 내가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을 찾을 때 정상에 도달할 수 있는 힘도 얻을 수 있고 만약에 있을지 모르는 떨어질 때를 대비해 나의 저점을 다져 놓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하루종일 걸어서 고단한 몸을 쉴곳을 마련해 두고 커피한잔 하면서 밖의 풍경을 감상하면 산이 눈앞에 또 다시 펼쳐집니다. 흰색의 눈으로 덮힌 봉우리의 해질 때 쯤의 모습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하나의 촛불같이 불타오르죠!!!
음... 위의 사진은 좀 과장된 것이고 실제로는 이정도 입니다. 사진을 찍다보니 안나푸르나 봉우리 보다 마차푸차레 산을 많이 찍게 되었습니다. 6,993m의 이 봉우리는 네팔에서 신성시 하는 봉우리로 정상 등정을 절대 허용하지 않는 산이어서 아직 그 정상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으로 남아 있다고 합니다. 가지는 못하지만 바라보는 자체로 멋을 주는 마차푸차레의 모습이 약간 더 끌렸던 것 같기도 합니다.
마차푸차레 산의 석양을 끝으로 비트코인과 닮은 안나푸르나 트레킹 2부는 여기서 마칩니다.
3부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방문기 입니다. 마지막까지 힘내서 써보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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