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10월 24일 제7연대 제1대대는 희천에서 서쪽으로 전진하여 극성령을 넘고 회목동을 지나, 풍장, 고장을 거처 초산을 점령하고 압록강 국경 경비를 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날 오후 2시경, 제7연대 제1중대는 희천을 지나 제1대대의 선두에서 진군했다. 극성령을 넘기 전에 패잔부대와 2번의 전투가 있었으나 금방 격파했다. 회목동을 지나 점심을 지어먹기 위해 2시간의 휴식명령이 떨어졌다.
이대용은 북한군 여자 의용군 포로 2명을 데리고 오라고 했다. 김복희와 박필숙이 왔다. 둘다 소제 쌍안경을 메고 있었다. 김복희는 164센티미터 정도의 키에 눈이 이글이글하고 검은 눈동자가 유난히 까맣게 빛나고 있었다. 쾌활하게 생겼고 나이는 20살 정도 였다
이대용은 “집이 북청이라지 ? 왜 공산주의가 좋은가 ? 좋으면 한번 이야기해봐”라고 했다. 김복희는 “아무것도 몰라요”하고 무서운 듯이 머리를 숙였다. 나는 부드럽게 자유세계의 좋은 점, 우리 민족이 해야할 일 등을 이야기하면서 의견을 물어보았으나 김복희는 끝끝내 속을 열지 않았다.
한편 서울 풍문여중에 재학중이던 박필숙은 속시원하게 자신의 심정을 털어 놓았다. 이대용은 자신도 처음에는 좌익사상을 가지고 있었지만 자유세계와 공산세계에는 언론의 자유가 다르다고 이야기를 했다. 1945년 12월 황해도 금천군 모 국민학교에 있던 유 교장이 청진에 갔을 때, 소련군이 쌀을 배에 실어가는 것을 보고 그 이야기를 했는데, 그것이 내무서원의 귀에 들어가 해주 형무소에 갇혔고 그 이후 그에 대한 행방이 묘연했다는 이야기도 했다. 북한군은 남한을 점령하자, 관공서 공무원들의 자수를 장려하여 명부를 작성하였다. 명단이 완성되자 1950년 8월 이 명부를 이용하여 집단처형을 감행했다는 것도 이야기 해주었다.
북한에서 살았던 김복희는 말을 잘못했다가는 자신이 총살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겁을 먹고 있었던 것이다. 박필숙은 자신의 형부 때문에 여자 의용군에 들어왔다고 했다. 이대용은 자신의 동생뻘인 풍문여중생 유정선의 이름을 댔더니 자기와 동기생이라고 반가와했다. 이대용은 그들을 다시 돌려 보냈다.
1950년 10월 26일 아침 대대장으로 부터 명령을 수령했다. 대대장 김용배소령의 명령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오늘 첨병중대는 제3중대가 한다. 그 다음이 대대본부와 중화기 중대 그리고 연대에서 배속된 57미리 대전차포 분대, 그 다음이 제1중대, 그리고 후위 첨병분대는 제2중대, 행군은 어제밤에 따라온 군용트럭(대부분 노획한 소련제 군용트럭)으로 하는 차량행군이다.
둘째, 국경분쟁을 유발하지 않기 위해, 만주땅을 향해서는 소총 한발이라고 쏘지 말것.
셋째, 민간인을 보호해야 하며, 특수한 군 고용인을 제외하고는 민간인을 국경전으로부터 약 20리 남방으로 후송할 것.
넷째, 국영경비는 압록강에 제일 먼저 도착한 중대가 하며 대대 주력은 압록강에 진격했다가 남방 제6키로미터 지점인 초산으로 철수 집결할 것. 이상이었다.
아침에 박태숙과 정정훈이 가져다 주는 주먹밥을 먹고나서 중대원 전원을 5대의 소련제 트럭에 탑승시키고 대대장에게 출발준비 완료 보고를 했다. 초산 남방 6킬로미터 지역에서 적이 기관총을 쏘면서 대응했다. 김명익 대위가 지휘하던 제2중대가 차에서 내려 북한군 쪽으로 공격했다. 약 한시간 반정도의 교전이후에 적은 후퇴하고 말았다.
그 이후 제1중대가 첨병중대가 되어 대대의 제일 앞에 나섰다. 제1중대가 초산에 들어갔으나, 집은 모두 텅텅비었고 강아지 한마리 얼씬하지 않았다. 초산읍을 빠져나가 압록강으로 전진했을 때, 북한군의 경미한 저지사격이 있었으나 얼마 있지 않아 곧 북쪽으로 달아나 버렸다.
자동차 도로를 따라 가니 거대한 막이 확 열리는 듯한 장엄하고 신비하게 보이는 대호수가 화면처럼 떠 올랐다. 산과 산 사이를 감색의 물로 가득 채운 장강의 모습이 나타났다.
1950년 10월 26일 오후 2시 15분. 드디어 압록강에 도착했다.
이대용 장군의 한국전쟁 참전기 '국경선에 밤이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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