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에 난 국민학교4학년 이었다.
지금초딩은 겨우 25명 있는 반에서
반드시 남녀 회장과 부회장을 따로 뽑지만
내가 다닐땐 한반에 70명이 넘었고
딱 한명 뽑는 회장 선거는 박진감이 넘쳤다.
대부분 남자애가 회장이 되고
여자애는 부회장이 된다.
(회장은 남자가 해야한다는 고정관념탓이리라)
난 부회장이었다.
담임샘이 교무실로 부른다.
담임: 너희 아버지가 방직회사에 다니시지?
나: 네
담임: 그래..교실에 둘 화분이 필요하니 어머니께 말씀드려라.
하교후 집으로 뛰어갔다.
나: 엄마! 나 부회장 됐어!!
엄마: (표정이 안좋다) 씻고 밥먹어라.
나: 근데 선생님이 화분 사오래.
엄마: 어? 적어도 2만원은 할텐데...
그렇게 큰돈이 어디있니?
그러게 넌 왜 쓸데없이 나서가지고...
(헉!!!!쓸데없다니?
내가 그만큼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다는건데??
그게 얼마나 어려운 건데....
내가 그깟 돈 때문에 포기할 순 없지. 암!)
순간...눈꼬리에 미소 날리며
나: 그럼 화분은 됐고, 내가 부회장이니까
환경미화 차원에서 뭔가를 가져가긴 해야해.
엄마가 해줄 수 있는건 뭔데?
엄마: 아이고..청소용 손걸레는 양껏 만들어주마.
울 엄마는 바느질 솜씨가 예술이다.
구멍난 메리야쓰와 뜯긴 수건으로
예쁜 손걸레를 잔뜩 만들어 주셨다.
다음날 학교교무실로 룰루랄라 뛰어간다.
나: 선생님! 화분은 부모님께서 부담되신대요.
대신 우리반 손걸레는 제가
확실하게 책임지겠습니다.
담임: (약간 당황하며) 그.래..라...
난 그때 선생님이 왜 민망해 하는지도 몰랐고
화분을 못사가는 집사정이 창피하기는 커녕
청소시간때마다 손걸레를 들어보이며
친구들에게 큰소리로 자랑해댔다.
나: 이거 우리엄마가 직접 만들어주신거야.
예쁘지?
너네엄마는 이렇게 못만들껄.
야. 조심해. 걸레 찢어진단 말야~
그 후로도 난 부회장을 맡았고
학급 손걸레로 으스대며 살았다.
지금도 동창들을 만나면 친구들이 나를 으쓱 세워준다. 히야~우리반 부회장왔네. 얼른앉아.
머 항시 이런식이라 내 학창시절엔 괴로운 추억이 없다.
난 평생을 부자로 살았던 적이 없지만
스스로 가난하게 살아본 적도 없다.
20대 혼자 자취하며 어렵게 구한 직장에서
부도나고 6개월간 급여가 안나올때도
힘든줄 몰랐다.
누군가가 휙 던져두는 라면박스와
(어디선가 소식들은 선배였다)
술사달라 찾아간 친구가 택시타고 가라며
쥐어주는 만원한장으로 보름은 너끈했다.
모든 상황은 바라보기 나름이다.
화분을 못사가는 내자신이 초라하면
그때부터 학교생활은 지옥이 된다.
할 수 있는 만큼 당당하게 살다보면
행운이 내게로 들이친다.
언젠가 술한잔 걸친 동료의 푸념..
초등학교때 우리집이 치킨집만 아니었으면
이렇게 매사에 자신없진 않을거란다.
담임들은 치킨집하는 걸 아는 순간
치킨을 한마리씩 수시로 가져오랬는데
아버지는 기꺼이 손에 들려주셨지만
치킨을 들고 수시로 학교에 가는 길은 죽기보다 싫었단다.
그러면서 초등학교는 악몽이란다.
만약 우리집이 선생님의 간식(치킨)을 책임지고 살았다면 어깨 힘 딱주고 의기양양 했을텐데
‘희한하다’ 싶었다.
‘치킨집하는게 왜 창피할까’ 싶었다.
생각의 차이다.
회사상황이 어려워 소철은 공부를 시작했다.
곧 50인데 새인생을 살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아들도 고딩이라 바쁘고
놀러다닐 수도 없는데 잘됐다.
자! 우리 이제 싱싱한 50대를 위하여
화이팅!!!!
- 가족그림을 그려주신 @thecminus 님께.. 고맙습니다~ ^^
저보다 글 잘짓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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