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두부'

내가 가지고 있는 돌이 있다. 이름은 ‘두부’다.
두부의 이름은 함께 공부하는 ‘다인’이 지어줬다.
딱딱한 촉감과 달리 시각적인 느낌으로는 부드러운 돌. ‘두부’ 라고 지었다.
두부와의 첫 만남은 일 년 전이다. 내가 다니던 몽 스페이스라는 대안학교의 사부님이 밖에서 돌을 주워오셨다.
스케치북에 공책에 할 일 없을 때 시간이 나면 연필로 그려보라고 했다.
특별한 형태도 없는데다 복잡한 선을 질색하는 나는 두려웠다. 점 많고 선 많은 돌을 언제쯤 다 그리나 했다.
첫 드로잉은 스켈링 이전의 치아처럼 그려졌다. 하루에 한 번씩 돌의 위치를 바꾸면서 몇 시간씩 드로잉을 했다.
돌을 세세하게 관찰한 건 초등학교 과학시간 때 본 광물과 암석 이후로 처음이었다.
일주일이 지나고 선들이 제법 돌을 닮아가고 있었다. 흥미가 생겼다. 돌은 의외로 재미있는 구석이 있다.
자세히 보면 무수한 선과 점들로 이루어져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돌은 4면 6면 8면의 면마다 다른 이야기들을 숨기고 있다.
‘두부’는 울퉁불퉁하고 매끈한 표면이 매력적이다. 한 가지 색깔이 아닌 회색과 갈색, 초록색, 흰색을 띠고 있다.
땅을 일궈 밭을 고르던 누군가가 ‘두부’를 호미로 몇 번 찍다가 내동댕이 친 것 같다.
말 없는 ‘두부'의 모습을 그리고 부터 나는 주변의 일상적 사물들을 깊게 관찰하게 됐다.
사부의 말처럼 ‘모든 사물에는 영혼이 있다’는 것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두부’는 나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체험을 안겨주고 있다.

조금 지루하겠지만, ‘돌’ 드로잉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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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2.13 강혜경
정물화 수업을 받았다. 사부 몽피가 돌 2개를 주고 그려 보라고 했다. 검정고시 학원에 가는 버스와 지하철 안에서 하루에 1개씩 그림을 그리라고 했다. 몽피는 돌 그림을 어떻게 그리는지만 알려줬다. 나는 스케치북이 없어서 일정을 쓰는 다이어리에 그렸다. 오랜만에 연필을 잡아서 그런지 잠이 쏟아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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