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GODA는 대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이끌어가고 있는 커뮤니티입니다. 그러므로 논의하는 내용들도 진학과 사회 진출을 앞두고 있는 여러분 세대 대부분이 공감하고 고민할거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어느덧 나이를 먹다보니 세상의 흐름에 따라, 그리고 시대별로 맞이하는 사회적 이슈에 따라 세대별 특징을 느끼게 됩니다. 저의 바로 위에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많은 학생수를 기록했던 선배들이 있고, 그 위에는 일명 386 세대라고 하는 민주화를 위해 뛰어든 세대가 있습니다.
저는 이 386세대와는 아주 거리가 먼, 어쩌면 몇 년 선배들과 함께 한묶음으로 'X세대'라고 불리는 세대가 아닐까 합니다. 학생들이 바글바글한 콩나물 교실에서 공부했고, 대학생이 될 무렵엔 본격적인 소비세대로서 각종 광고와 마케팅의 타켓이 된 세대이기도 합니다. 사복에서 다시 교복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겪기도 하고, 학력고사에서 수학능력으로 넘어가던 세대이기도 하지요.
이런 제가 처음으로 이질감을 느끼기 시작한 세대는 일명 'IMF' 세대였습니다. 저는 군복무 시절에 IMF를 겪게 되었는데, 당시 초중등 정도의 매우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에 IMF라는 파고를 경험했던 세대는 분명 무언가가 달랐습니다. 어린 나이에 나라가 무너지는 것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알았겠습니까? 무엇보다 가정 곳곳이 직격탄을 맞으며 세상으로 내동댕이쳐진 부모님을 목도한 세대들은 분명 큰 충격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이 세대부터 공무원 열풍이 불기 시작하였고, 겁없는 도전보다는 신중한 한걸음을 내딛더군요. 윗 세대인 저에게는 어쩌면 패기가 사라진 세대로 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가지 걱정아닌 걱정이 되는 것은 실패를 너무 두려워한다는 것이었고, 한 번 실패하면 끝장이라는 초조함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았지요.
그 모습들은 지금에 와서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지금 대학생들을 어떻게 불러야 할까요? 혹시 '포켓몬 세대'인가요? 어릴 때 천자문이 아닌 포켓몬 카드를 외우면서 자란 세대 말이죠. 이 세대에게 주어진 짐은 '스펙'에 대한 부담감아 아닐까 합니다. 언제부턴가 최소한 중고등 시절부터는 '무슨 놈'의 스펙을 그리도 쌓아야 하는지 저 개인적으로는 도통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한국의 교육 제도를 매우 불신하는 사람이긴 합니다)
이런 부담감을 여러분도 잘 알고 있으리가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그 흐름에 어느 이상 맞춰가지 않으면 자칫 경쟁 사회에서 낙오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어찌 떨쳐낼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적어도 여러분 세대에는 선택의 여지가 많이 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과도한 스펙 쌓기는 실패의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고뇌할 틈이 어디있습니까? 방황의 흔적을 어디에 남겨야 합니까? 스펙에 충실한 삶은 결국 모든 것이 보람과 열정으로 점철된 삶을 의미합니다. 저는 젊음이 누려야 할 최고의 선물은 도전과 실패, 고민과 방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이 때 도전하고 실패해보지 않으면 언제 도전하고 실패해야 할까요? 이때 고민하고 방황하지 않으면 언제 고민할 여유와 방황의 사치가 있을 수 있을까요?
여러분 세대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 여러가지를 느끼게 됩니다. 똑똑하고 자기 주관도 뚜렷한 점은 참으로 부럽기도 하지요. 그러나 알게 모르게 많은 과정을 스펙 쌓기와 곁들여 생각해 보는 방식은 아마 여러분 세대가 아닌 저와 같은 올드한 세대가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딱히 이 글을 통해 여러분께 질문을 드리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숨쉴 틈 없이 경험과 성과를 쌓으며 달려야 하는 여러분 세대 나름대로의 고민이 있지 않을까 궁금하긴 하네요.
한 때 대학생에게는 많은 자유를 인정해 준 사회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시간을 허비라하는 것이 아니고 그 시절에 누려야할 고뇌와 방황의 시간을 웃 세대에서 충분히 인정해 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어쩌면 젊을 때 누려보아도 나쁘지 않을 기회들을 우리 사회가 너무 빼앗아 버린 것은 아닌지...
어쨌든, 관련하여 여러분의 자유로운 생각고 의견을 들어보고 싶군요.
- 고뇌와 방황의 여유가 없는 세대,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요?